지금 기분이 참 좋다..강의가 하나 휴강이 되어 버려서 빨리 끝났기 때문이다..대학생들이 다들 그렇듯 금요일은 상당히 기분을 좋게 해준다..토요일과 일요일에 쉴수 있기 때문이다..나또한 금요일밤 지금이 가장 기분이 좋다..그렇지만 역시나 일요일밤은 우울하다..그래도 주말이  있어 일주일에 쌓인 피로를 풀수 있으니 그건 좋다..지금 할일은 일단 살인자들의 섬을 끝까지 읽고,,오늘밤에 하는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보는 것이다.내가 좋아하는 프리스타일,조은,페이지 등이 나온다니 기대가 된다..저번주에 조성모가 나올때 보려고 했는데 그냥 졸려서 자버렸기 때문에 오늘만큼은 후회하지 않게 꼭 볼것이다..지오디 노래중에 프라이 데이 나이트라는 노래가 있는데..지금 내 기분이,,이 노래처럼 들떠있다..내가 집에 오기전 떡볶이를 사갔는데,,집에 와서 밥도 먹고 떡볶이도 먹고 후식으로 딸기도 먹어서 그런가..이런 식욕적인 욕구 또한 내 기분을 끌어올린 요소일것이다..지금 tv를 보다 독도 얘기로 요즘 문제가 많은데..정말 일본의 억측이 얼른 사라져서,,안그래도 일본을 안 좋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더 인상을 찌푸리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나역시 일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는데..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일본을 좋아할수가 없을것이다..오늘 학교에서 조리복과 모자도 주어서 이제야 비로소 조리배우는 학생으로서의 의가 갖춰졌다.물론 내 정신은 썩었지만서도,,그래도 이 의복을 보니 tv에서 조리복을 입고 요리하는 요리사들이 떠오르면서 내가 입으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기분이 좋아서 뭐라고 막 써질줄 알았는데 막상 쓰려니 쓸 내용이 없다..그래도 이렇게나마 기분좋은 날이 있다니,,일주일간의 스트레스로부터 오늘 하루만은 해방된 느낌이 든다..이제 지금은 세수도 하고 책읽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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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기분좋게 어제 조금 읽다 만..살인자들의 섬을 집어들었다..그런데 이 살인자들의 섬 리뷰 쓴 분들 말처럼 빠져들어 읽게 된다..내가 만약 지금 tv를 안켜고 책만 더 읽었다면 학교가기전에 다 읽었을것이다..100쪽을 남겨두고,,지금 이제 아리랑 tv에서 하는 쇼탱을 보고 있다..금요일에 뮤직뱅크를 못보는 아쉬움으로 이 쇼탱을 안볼수가 없다.학교마치고 돌아오면 이 나머지 100쪽마저 읽지 않을까 생각된다..그만큼 처크가 실제로 있는건지,,테디가 이 섬에서 탈출할수 있을런지..그 뒷통수를 친다는 반전이 뭔지 이 100쪽에 들어있을거라 생각된다..이 작가가 썼다던 미스틱 리버도 너무 방대한 분량이라 안 읽으려 했는데 이 살인자들의 섬만큼의 재미만 준다면 난 그 책마저 읽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이 책 다음 목표가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인데..요즘 현태준이 쓴 뽈랄라 대행진과 꽃들에게 희망을 같은 책들도 보고 싶기에..책을 빨리 읽어야 할것 같다..다음주엔 MT를 가서 한 3일간 책을 못 읽게 될텐데..아 그냥 난 집에서 3일간 책읽으며 지내고 싶다..오늘이 금요일이라..토요일과 일요일 동안 책읽을 시간이 있는데 그동안 책만 붙들고 있을것 같다..키다리 아저씨와 발레교습소를 다운 받아놨는데 이 영화들은 또 언제야 볼지..책과 영화의 경계선안에서 헤매고 있다..금요일날 빠지지 않고 보던 진실게임도 못보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피곤해서 잠에 그대로 빠져들게 될때가 많아,,밤이 아쉽기만 하다..물론 어제 웃찾사는 보고 잤지만,,그래도 밤에 책읽기가 어려워 그냥 아침에 일어나면 읽게 되어버린다..오늘이 그랬으니까..아 지금 심정은 그냥 학교 안가고 살인자들의 섬을 읽고 싶다는 것뿐이다..귀찮다는게 이런 걸까..학교갈때 느릿느릿...밥먹을땐 후닥닥..학교에 들어가선 풀이 죽어 있고,,교수들 설명에 잠이 쏟아지고,,강의 끝낸다는 소리가 들릴땐 없던 기운이 생기고,,에효..쉬고 싶다..요즘 잠이 깨는게 싫다..그냥 잠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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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호밀밭 > 시원한 청량음료보다는 따뜻한 보리차 같은 매력, 괜찮군!
개를 위한 스테이크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이스라엘 문학은 어린 시절 읽은 탈무드가 전부였다. 이 책은 탈무드 못지않는 지혜를 안겨 준다. 웃음이 줄 수 있는 삶의 지혜. 책 내용도 좋았지만 다른 책과는 차별화된 표지, 내지 모두 만족이다. 디자인하우스에서 나온 책답게 세련되고 감각적이다. 다소 두텁고 뭉툭한 느낌이 오히려 가볍지 않아 더 듬직한 느낌을 준다. 규격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편집과 만화적인 삽화가 책내용과 장난스럽게 어울려 더 매력적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남편, 잘나신 아내와 못 말리는 두 아들, 그리고 딸과 개 한 마리로 구성된 평범할 수 있는 구성원이 일으키는 이야기가 익살맞게 전개된다. 생각해 보면 그들이 특별히 재미있고 엉뚱한 상황을 만드는 건 아니다. 너무 인생을 담담하게 살아서 못 느꼈던 소소한 재미가 인생 곳곳에 숨어있는 것 아닐까. 그것을 풀어내고, 생각하는 방식이 따뜻하고 재미있다.

식당에서 음식을 남기느니 그 음식을 싸 가는 것이 낫다는 결론은 누구나 쉽게 내리면서 사실상 실천을 할 구실을 찾기란 힘든 일이다. <남는 음식이 참으로 아깝습니다. 집에 가서 먹을 수 있게 포장해 주십시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은행을 터는 것과 맞먹는 용기를 갖춘 사람일 것이다. 여기서는 이 상황에서 <남아 있는 음식을 싸 주실 수 있나요? 우리 개에게 갖다 주려구요.>라고 둘러대는 재치를 발휘한다. 여기서 첫 번째 웃음이 나온다. 아하, 그런 방법이 있었군. 거기에 이 책은 한 마디 강력한 유머를 덧붙인다. 스테이크가 포장된 비닐봉지를 내미는 주방장의 한 마디.<뼈도 몇 조각 넣었습니다.>

선물로 받은 초콜릿에 덮인 곰팡이를 추적하는 부부의 모습은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못지 않다. 누구는 그걸 생일 선물로 받았었고, 다른 누구는 4년 전 쌍둥이가 태어났을 때 받았었고, 승리의 축제, 새 집으로의 이사 등등. 받은 선물을 그대로 쌓아두었다가 다시 선물할 기회가 생기면 주곤 하는 그 순환고리의 첫 번째 인물이 자신들이었음을 알면서 슬픈 추적 역시 막을 내린다.

이야기의 마지막 역시 재치 있다.-누군가는 새 초콜릿을 사야만 할 것이다.- 중산층 가족의 이야기라는 말은 이제는 통속적인 말이 될 수밖에 없지만 여기서는 그 평범함이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야기들 대부분은 한 가지 상황이 다음 상황을 만들고, 그 상황, 상황의 공백에서 웃음이 나온다. 많은 빨래를 파삭파삭하게 말리기 위해 쨍쨍한 햇빛을 바라는 그 소박함, 하지만 잔뜩 널어놓은 빨래가 무색하게 비가 내리고, 비가 그치고 다시 빨래를 넌 순간 5년에 한 번 정도 방문하는 대법원장 내외가 손님으로 오고, 간신히 숨겨 놓은 물에 젖은 빨래는 물을 내뿜는다. 어떻게든 개를 처분하려는 개 주인과 순종 개를 고집하는 잘나신 아내를 사이에 두고 양 쪽 모두를 지치게 해서 개를 데려오는 모습도 재치 있다.

우리가 바라는 건 빨래가 잘 마를 수 있는 햇빛, 낱말 맞추기를 할 때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고요함, 남들 잘 때 잘 수 있는 수면의 자유, 말 잘 듣는 개와 아이들, 개미가 다니지 않는 쾌적한 집 등등이다. 그 소박한 갈망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어쩌면 복권에 당첨되거나 공짜 비행기 티켓을 얻는 것 같은 큰 행운은 인생 속에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이 행복해질 수 있는 건 행복이 어느 날 날아오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행복은 낙하산이 착지하듯 우리 집 마당에 사뿐히 내려앉지 않는다. 나에게 순간순간 일어나는 일들을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나쁜 일을 가볍게 날려 버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선물일 것이다. 그 선물을 받기 가장 좋은 사람은 낙천적인 사람일 것이다. 책 한 권이 단 번에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단 며칠 간이라도 유쾌함과 행복을 느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소중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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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호밀밭 > 웃고 있는 삐에로를 닮은 소설
최순덕 성령충만기
이기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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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을 묶은 소설집의 제목은 작가와 잘 어울리곤 한다. 신경숙의 소설집 제목은 은근함이 있다. <딸기밭>이나 <종소리>는 은은한 매력이 느껴진다. 은희경은 <타인에게 말걸기> <상속>과 같이 약간은 냉소적인 제목의 소설집을 냈었다.(<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라는 은희경의 두 번째 소설집의 제목은 <명백히 부도덕한 사랑>이었어야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김연수는 <스무 살>,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서정성을, 김영하는 <오빠가 돌아왔다>로 호방함과 호기를 내보인다.

제목만으로 마음을 끄는 소설집이 있다. 이 소설집도 제목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끌 만하다. 마음이 끌렸던 이유는 호기심이었다. <최순덕 성령 충만기>는 다소 예민한 제목이다. 이 제목을 어떤 간증처럼 듣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소설집을 사서 표제작부터 읽는 일은 드문 편인데 이 책은 최순덕의 이야기부터 읽고 싶었다. 최순덕에 대한 이야기는 성경처럼 2단으로 구성된 심상치 않은 편집이 눈길을 끌었다. <하나님의 종 하나님의 의인 최순덕에게 내린 성령의 감화 감동 이야기라 이곳에 하나의 보탬과 빠짐없이 기록하노니>로 시작하는 성경을 본뜬 편집과 구성이 독특했다.

단편 소설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초콜릿 상자를 여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 8편의 작품은 얌전하게 선택되기를 기다리는 초콜릿과는 다르다. 줄을 맞춰 있지도 않을뿐더러 줄을 서라고 해도 제대로 설 것 같지 않은 초콜릿이다. 금박의 포장지를 뚫고 나올 만큼 개구쟁이 같고, 몸에 붙은 아몬드를 흔들어서 툭툭 털어 버릴 것 같은 자유분방함이 있다. 사실 이 소설들은 달콤함이나 이국적인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초콜릿보다는 땅에서 자라는 감자처럼 흙 냄새가 나는 소설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실체도 알기 힘든 고독에 허덕이는 사람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스로 마이너리그라고 자책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쨍하고 해뜰 날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도 아니고 허황된 희망에 부풀어서 사는 사람들도 아니다. 그들은 현실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았지만 현실에 뿌리내리지는 않은 사람들로 보인다. 그들은 땅 밑으로도 사라질 수 있고, 머리카락의 힘으로 하늘로 떠오를 수도 있고 뒤로 걸어 다닐 수도 있다. 어느 날 스타가 되어서 나타날 수도 있고, 햄릿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이름은 이시봉, 최순덕, 순희, 순녀 등으로 도시적이거나 세련된 느낌을 주는 이름들이 아니다. 순한 이름으로 독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딱딱한 현실이 아닌 조금은 몽롱한 환상의 세계에 반쯤 기대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웃고 있어도 정말로 웃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삐에로 분장을 한 것과 같다. 하지만 풍선처럼 둥글둥글한 삐에로 옷을 벗으면 마른 몸매가 드러날 것만 같고, 삐에로의 분장을 지우면 울고만 있을 것 같은 슬픔이 느껴진다. 잘 읽히는 재미난 문장이 속도감 있게 다가오지만 마냥 웃고만 있을 수는 없는 소설들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들을 읽고 마음이 허탈했다거나 쿵 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읽는 사람은 웃어도 쓰는 사람은 웃으며 쓰지는 않았을 것 같은 소설들이 모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이 소설, 저 소설을 기웃대며 읽고 있다. 한 달 간 거의 소설만 붙들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이 소설과 저 소설이 합쳐지고, 저 소설 주인공이 이 소설 주인공과 겹쳐져도 별 무리 없이 연결되는 특이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설집만은 좀 달랐다. 이 소설들은 신생아실에 엄마 이름 이기호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올망졸망 모여 있는 아기들과도 같다. 이 소설들이 이기호라는 이름표를 단 8명의 쌍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절대로 일란성 쌍둥이는 아니다. 누구는 키가 크고, 누구는 얼굴이 길다. 누구는 벌써 옹알이를 하고 있는가 하면 누구는 발만 꼼지락거린다. 비슷비슷한 8명, 혹은 10명의 쌍둥이를 낳은 엄마는 누구에게는 파란 옷을 입히고 누구에게는 머리핀을 꽂아서 구별을 해 주어야겠지만 이 쌍둥이들은 그렇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누구는 웃고 있고, 누구는 울고 있는, 개성 강한 쌍둥이들이다.

흥부네 집 자식들처럼 못 먹고 못 입고 있지만 그래도 심성 고와 보이는 쌍둥이들을 만난 기분이다. 지금은 흥부네 자식이지만 언젠가는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로 부잣집 도련님, 아가씨로 변신할 꿈을 간직하고 있는 쌍둥이들. 다음에는 더 고운 옷을 입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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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호밀밭 > "거기, 당신인가요?"라고 물을 수 있는 건 당신이 있기 때문
거기, 당신?
윤성희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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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의 소설이 옷이라면 몸에 꼭 맞는 옷은 아니다. 어쩌면 헐렁한, 어쩌면 잠옷과도 같은 소설이다. 땡땡이 무늬가 있거나 끝단에 레이스라도 있을 것 같은 잠옷이 아니라 그냥 몸에 들러붙지 않는 천으로 만든 평범한 색의 잠옷이다. 아니면 그냥 집에 오면 갈아입는 편안한 트레이닝복을 겸한 잠옷, 밥풀 몇 개가 붙어 있어도 무심하게 떼어 낼 수 있는 편안한 옷과도 같은 소설들이다. 잠옷은 피터팬이 살고 있는 네버랜드로 날아갈 때 웬디가 입고 있던 옷이기도 하다. 윤성희 소설 속에는 약간은 판타지적인 요소와 소녀적인 느낌, 또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같지만 조금은 다른 느낌이 있다. 아마도 네버랜드로 가려던 웬디가 슬프지만 슬픔을 견딜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마을에 들른 것 같은 느낌이다. 윤성희의 소설을 읽으며 마냥 편안했던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쉬게 하는 고요함이 있다. 다른 소설에서는 눈물 백 바가지를 쏟았을 만한 일들이 잔잔하게 흘러간다.

1. 미친 쫄면-유턴 지점에 보물을 묻다
사람들은 보물 지도와 삽 두 자루와 곡괭이 두 자루를 트럭에 싣고서 보물을 찾으러 갔다가 돌아온다. 이 소설은 슬플 때는 매운 음식을 먹으라고 가르쳐 준다. 슬퍼서 울었다고 하지 말고 매워서 울었다고 하는 게 더 낫다고 말한다. 보물을 찾으러 간 사람들은 모여서 만두와 쫄면을 판다. 쫄면은 네 가지로 구분된다. 안 매운 쫄면, 조금 매운 쫄면, 아주 매운 쫄면, 미친 쫄면. 슬픈 일이 생겨 눈물이 흐를 것 같으면 미친 쫄면을 먹어야겠다. 사람들은 매워서 운다고 생각할 것이다.

2. 삼립 호빵-어린이 암산왕
어린이 암산왕이 암산대회에서 탄 메달은 삼립 호빵만했다. 그 메달을 마루 한가운데 걸어 놓으니 집 안이 환해 보였다고 한다. 어쩌면 눈에 보이는 추억 하나만 있어도 세상을 거뜬히 살 것 같지만 사람은 현재를 사는 것이다. 겨울이면 말랑말랑한 호빵이 생각나지만 겨울이 지나가면 호빵은 기억에서 저만치 멀어져 버린다. 찬바람을 맞으면 꾸덕꾸덕해지는 호빵처럼 세월과 함께 메말라 버린 암산왕의 이야기는 메달 속 지워지지 않는 녹처럼 마음 속에 녹물이 되어 흐르지도 못하고 고여만 있다.

3. 아이스크림-누군가 문을 두드리다
자기 물건은 없는 방에 사는 고독한 남자는 텔레비전을 팔기 위해 '숨쉬는 물건들'이라는 중고품 가게를 찾아간다. 사연이 적힌 물건들이 가득한 가게 안에는 '기쁨의 세상', '믿거나 말거나 세상', '슬픔의 세상' '한숨의 세상'이 있다. 이를테면 '한숨의 세상'에는 고시에 관련된 책들이 많이 있다. 숨쉬는 물건들은 외로웠는지도 잊고 지낸 그의 가슴을 두드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바라보던 구름이 아이스크림 모양으로 변해 그의 입 속에 떨어졌다. 차가워서 꿀꺽 삼킬 수는 없지만 혀끝으로 살살 녹여 먹으면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그의 가슴속에도 떨어진 걸까.

4. 음식 모형-거기, 당신?
곱창전골과 해물전골 사이에서 갈등하는 어머니, 점심 시간에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며 메뉴에 적혀 있는 스파게티의 종류를 모두 외운 그, 음식 모형을 만들면서 음식을 씹지도 않고 삼키는 그녀, 음식 모형을 놓고 회식을 하는 사람들. 가만히 바람이 부는 날 골목길을 서성이는 그와 그녀, 하지만 "거기, 당신인가요?"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을 수 있는 건 그래도 외로움을 알아볼 수 있는 당신이 있기 때문.

5. 밥맛 좋아지는 쌀-그 남자의 책 198쪽
저녁 10시에 잠이 들고 퇴근을 하면 오랫동안 샤워를 하는 그녀. 팔 년째 도서관에서 일하지만 자신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그녀. 그녀의 일상은 늘 똑같지만 쌀의 품질이나 뜸들이기에 따라 달라지는 밥과도 같이 미세하게 하루하루 다른 맛을 낸다. 그녀는 여자 친구가 남긴 책 속의 메시지를 찾는 남자를 돕기도 하고 더 좋은 도서관을 만들 계획을 발표하기도 한다. 그녀는 밥맛 좋아지는 쌀을 사지는 못했지만 밥맛이 좋아져서 살이 자꾸 불어났다고 한다.

6. 설렁탕-길
새로 개장한 대형 쇼핑몰을 돌아다니던 '나'는 '혼자 쇼핑 온 사람들을 위한 밥집'에 들어간다. 벽이 거울로 되어 있고, 식탁은 거울을 바라보고 식사하게 배열되어 있다. 나는 네 시간 이상을 쇼핑한 사람에게 권하는 음식인 설렁탕을 먹는다. 맛없게 밥을 먹는 거울 속의 나를 보며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옆에는 세 시간 이상 쇼핑한 사람에게 권하는 김치볶음밥을 먹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에게 밥을 먹이는 장난을 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거울 속 나를 위해 산다. 하지만 가끔은 왜 사는지를 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국물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거울 속 나를 위로해 주면 어떨까.

7. 버섯 전골-봉자네 분식점
오랜만에 본 동창에게 맛있는 점심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한 식당 여자는 양송이버섯, 느타리버섯, 팽이버섯 등 여덟 가지 버섯이 들어간 버섯 전골을 만들어 준다. 달콤한 라일락 향기가 나는 나뭇가지를 잘라서 라일락나무를 마구 내려치는 '그녀'와 외로우면 크리스마스에나 볼 수 있는 꼬마전구를 켜고 그것을 바라보는 '식당 여자'의 아픈 마음이 닮아 있다. 음식은 혼자 있을 때보다 같이 있을 때 빛이 난다. 달래를 넣어 무친 파래처럼, 마늘하고 붉은 고추를 넣어 끓인 조개탕처럼 음식도 오밀조밀 모여 있어야 맛이 나는 것이 아닐까.

8. 가짜 케이크-고독의 의무
아버지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은 어린 소년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보았다. 모든 코미디언들의 성대모사를 할 줄 알게 된 소년은 학교에서 언제나 오락부장을 했다. 만우절날 태어난 소년은 어른이 되어 '만우절이 생일인 사람들의 모임'에 가입한다. 모임이 있는 카페 벽에는 가짜 케이크가 그려져 있다. 불이 꺼지자 야광펜으로 그려진 가짜 케이크의 초들이 환하게 타오르는 따뜻한 모임이었다. 이 모임은 "정말이야?"라고 묻지 않는 모임이다. 같은 날 태어난 것만으로도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 생일에 집착하는 사람은 외롭거나 행복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데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9. 우유-만년 소년
그가 키가 큰 이유는 우유를 많이 마신 덕분이었다. 우유곽에는 잃어버린 아이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고, 그는 하루에 한 잔씩 우유를 마셨다. 하지만 우유곽 속에 그와 비슷한 아이는 없었다. 그를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어렸을 때 한 집에 살았던 동생이 방문하던 날 그는 어렸을 적 먹었던 분홍색 소시지를 사기 위해 택시를 타고 대형마트로 간다. 소시지는 어릴 때 먹던 그 맛이 아니었다. 나 아니면 소시지가 변한 것이다. 어렸을 때 외로웠던 소년은 커서도 외로운 어른이 되었다. 우유를 먹어도 더 이상은 키가 클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외로운 것은 아니다.

10. 초밥-잘 가, 또 보자
친구의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세상이 달라진 것은 없다. O는 회사를 그만둔 후 뭐든 먹어야 해!라며 주먹을 불끈 쥐고 걷는다. 칼국수와 초밥 사이를 갈등하다 초밥을 먹으러 들어간다. 다섯 접시를 비우고도 배가 부르지 않았지만 맛있는 초밥이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메뉴 앞에서 삶에 대한 애착을 느끼곤 한다. 다음에는 저것을 먹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어느새 인생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친구가 죽어도, 회사를 그만두어도 배는 고프다. 배가 불러도 따뜻해지지 않는다면 친구들을 만난 후 헤어질 때 "잘 가, 또 보자."라고 말을 한다면 어떨까.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조용조용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처한 상황은 다른 소설 속 고독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지만 고독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사뭇 다르다. 크게 절망하지 않고 담담할 뿐만 아니라 남을 위로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속삭이는 언어는 간지럽거나 잘 안 들리거나 하지 않는다. 등에 귀를 대고 그의 몸 속의 말을 듣는 <거기, 당신?>의 그녀처럼 작가의 몸 속에서 나오는 말들을 어느새 이해하게 된 것이다. 간혹 떨리고 간혹 끊기기도 하지만 또렷하게 들리는 말, <거기, 당신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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