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라딘 eBook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봉지 옮김 - 보바리는 엠마를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점차 그녀를 잊어갔다. 그녀의 영상을 붙들어 두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그녀의 모습은 점점 그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갔다. 그는 낙담했다. 물론 그는 밤마다 그녀의 꿈을 꾸었다. 항상 같은 꿈이었다. 그가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그녀를 껴안으면 그녀는 곧 그의 품속에서 폭삭 썩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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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부인은 자기 죽음이 가까워오고 있으리라는 예감 아래 가엾은 환이에 대한 조처를 생각해보는 데 저항을 느끼지 않는다. 사십 년 가까운 세월을 최씨 가문에 머슴살이를 했다는 기분에서, 엄청나게 불리어나간 재산의 일부를 자기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것에 저항을 느끼지 않는다. 결국 자기는 최씨 문중의 사람이 아니었고 다만 타인, 고공살이에 지나지 않았었다는 의식은 그의 죄책감을 많이 무마해주는 결과가 되었다. 나는 당신네들 편의 사람이 아니요, 나는 저 죽은 바우나 간난할멈, 월선네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었소. 윤씨부인은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자기의 권위와 담력과 두뇌는 오로지 최씨 문중에 시종하기 위한 가장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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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들을 원했다. 튼튼한 갈색 머리 아이의 이름은 조르주라 할 것이다. 남자아이를 낳고 싶다는 것은 지난날 그녀가 경험한 모든 무력감에 대한 복수를 의미했다. 남자는 적어도 자유롭다. 그는 온갖 열정을 경험할 수 있고, 세계 각국을 돌아다닐 수 있으며 장애를 극복하고, 까마득한 쾌락까지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여자는 계속 저지당한다. 여자는 기운 없는 동시에 유연하며, 약한 육체에 법률적 속박이라는 이중의 핸디캡을 갖고 있다. 여자의 의지는 끈으로 고정된 모자에 달린 베일처럼 이리저리 바람에 흔들린다. 항상 욕망에
이끌리지만 언제나 세상 체면이라는 끈으로 단단히 묶여 있다.
어느 일요일 새벽 여섯 시경, 아침 해가 솟을 무렵 그녀는 해산했다.
"딸이야!" 샤를이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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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포수, 내 잘못했소."
"알았이믄 됐다."
"내 그간 행패를 부리고 한 거는 후회스럽아서 그, 그랬소. 포전 쪼고 당신하고 살 것을, 강포수 아, 아낙이 되어 자식 낳고 살 것을, 으으흐흐……."
밖에 나온 강포수는 담벼락에 머리를 처박고 짐승같이 울었다. 하늘에는 별이 깜박이고 있었다. 북두칠성이 뚜렷하게 나타나서 깜박이고 있었다.
오월 중순이 지나서 귀녀는 옥 속에서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여자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죽었다.
강포수는 귀녀가 낳은 핏덩이를 안고 사라졌다.
그를 아는 사람 앞에 그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를 보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소식을 아는 사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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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녀는 뭔가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난당한 선원처럼 그녀는 자신의 고독한 삶 너머로 필사적인 시선을 던지며 수평선 저쪽 안개 속에서 나타날 흰 돛단배를 찾고 있었다. 그녀는 몰랐다. 그 우연이 어떤 것이며 또 어떤 바람을 타고 와서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 그것이 쪽배일지 3층 갑판이 있는 대형선일지, 고뇌를 싣고 있는지, 아니면 뱃전까지 행복이 가득 차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면 그날이 오늘이기를 바랐다. 그녀는 모든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으며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다가는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석양이 질 때면 더욱 슬퍼져서 빨리 내일이 오기를 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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