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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폰네소스 전쟁사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투퀴디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1년 6월
평점 :
250507-250711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헤로도토스의 신화적 서사와는 달리,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역사 서술을 지향하려는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사건의 인과를 연대순으로 분석하려는 그의 태도는 역사학자로서의 진지함을 느끼게 했다.
무엇보다도 연설문, 서한, 조약문의 기록은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문학적 아름다움과 논리의 정교함, 철학적 깊이를 담고 있었다. 때로는 전장의 현장감마저 생생하게 전달되어, 수천 년 전의 사건이 아니라 마치 오늘 벌어지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만큼 그의 글은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허물며, 과거와 현재를 나란히 놓이게 만들었다.
물론, 진실을 끝까지 밝혀내는 일은 어쩌면 문학이나 철학의 몫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가 또한 자신만의 관점으로 인과관계를 재구성해, 하나의 진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투퀴디데스는 보여주었다.
그가 밝힌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근본 원인은, 페르시아 전쟁 이후 급성장한 아테나이를 경계한 스파르타를 비롯한 주변 도시국가들의 두려움이었다. 힘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시도는 어쩌면 인간 본성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남보다 더 가지려는 욕망은 결국 갈등을 낳고, 파국으로 이어진다. 사람 사이의 관계처럼, 국가 사이의 관계도 조화와 배려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은 오늘날의 국제 정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테나이의 민주정에 대해서도 투퀴디데스는 분명한 평가를 남긴다. 제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테나이 시민들은 도시국가를 안정적으로 운영해내는 역량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동시에, 민주정 또한 개인의 야망에 휘둘릴 수 있으며, 여론의 선동에 의해 파국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던진다. 제도의 완벽함이 아닌, 그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품성과 지혜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일깨운다.
이 기록은 전쟁 21년차인 기원전 411년에서 멈추지만, 이후의 이야기는 크세노폰이 이어나간다. 페르시아 전쟁부터 시작된 이 긴 여정은 너무나 복잡하고 방대하여 한 번에 정리되기 어렵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된다. 반복되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복기하고 성찰해야 한다. 역사의 기록은, 그래서 늘 우리에게 말을 건다. "잊지 말라"고.
라케다이몬인들이 이처럼 조약이 깨졌으니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표결한 이유는 동맹국의 말에 설득되어서라기보다는 헬라스의 대부분이 아테나이의 통제 아래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아테나이의 세력이 더욱더 커지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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