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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헤로도토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9년 2월
평점 :
두 달 반 만에 완독했다. 신화와 영웅담이 숨 쉬는 그리스에서, 문학과 맞닿은 역사가 태어났다. 철학까지 아우르며 인문학의 정수를 꽃피운 이 땅답게, 이 책은 단순한 역사 기록을 넘어 교훈과 재미를 담아냈다. 물론, 잔혹하리만치 극적인 장면들도 곳곳에 등장했다. 그러나 그 너머에는 인간이 빚어낸 장대한 서사가 펼쳐진다. 헤로도토스가 아니었다면, 이 모든 위대한 순간들은 잊히고 사라졌을 것이다.
가장 압도적인 장면은 페르시아 원정대의 규모였다. 지나가는 곳마다 초토화시킬 만큼 방대한 병력, 전쟁을 벌이기도 전에 그 자체로 승리를 확신했을 것이다. 그러나 허세만으로는 일당백의 전력을 갖춘 그리스군을 상대할 수 없었다. 제국의 위력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던 그리스 동맹군. 그들의 용기와 전술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인상 깊었던 것은, 그리스군이 전쟁을 앞두고 항상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전조를 살폈다는 점이다. 그만큼 그들은 신중했고, 전쟁의 승패가 신의 뜻에 달려 있음을 믿었다. 수많은 도시국가가 하나로 뭉칠 수 있었던 것은 공통된 언어와 문화 덕분이었다. 반면, 다양한 민족으로 이루어진 페르시아군은 그 틈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리스의 전략회의는 공론의 장이었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노예가 되는 것이었다. 자유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고, 물러설 곳도 없었다. 페르시아가 패해도 제국은 건재하지만, 그리스가 패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싸움이었다.
이 책에는 수많은 민족의 관습이 등장한다. 헤로도토스는 이를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존중해야 할 다양성으로 보았다. 그는 “관습이 왕이다”라는 말로 각 문화의 고유함을 인정했다. 인간의 삶은 지형과 기후에 따라 만들어지고, 그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그 다양성이 사라지는 순간, 생존력 또한 약해질 것이다.
결국,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전쟁 속에서 서로 다른 관습과 문화가 만나고, 오늘날 우리가 아는 세계를 만들어왔다. 끝없는 도륙 속에서도 삶은 이어졌다. 예속을 거부하는 한, 침략과 방어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며, 그리스 동맹군이 남긴 승리의 기록도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페르시아 학자들에 따르면, 헬라스인들과 비헬라스인들이 반목하게 된 것은 포이니케인들 탓이라고 한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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