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항상 진보하고 있고 결코 퇴보하지 않는다는 사실, 제 행동이 제가 완전무결성에 관해 평소에 지녀오던 그 표상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여러 가지 일을 미처 행하지 못할 정도로 육체가 쇠약한데도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 날로 손쉽게 느껴진다는 사실 ― 이 모든 것이 신성이 아닌 인간 본성에서 유래하는 것이라고 설명될 수 있을까요? 인간 본성의 타락상을 너무나도 깊이 통찰해 온 저로서는 결코 그렇게 설명될 수 없다고 봅니다.
저는 계명이라곤 거의 기억하고 있지 않으며, 법의 형태를 띠고 저에게 나타나는 것은 더 이상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를 다스리고 언제나 올바르게 인도하는 것은 본능입니다. 저는 자유로이 제 의향을 따르고 있지만, 조금도 속박감이나 후회를 느끼지 않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제가 어느 분의 은총을 입어서 이와 같은 행복을 지니게 되었는지를 잘 인식하고 있으며, 제가 아주 겸허한 마음으로 이 같은 특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저는 ‘어떤 보다 높은 힘’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면 모든 인간의 가슴속에서 얼마나 무서운 괴물이 생겨나고 자라날 수 있는가를 너무나도 분명히 인식했기 때문에, 저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자랑하는 위험에는 결코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