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아들을 원했다. 튼튼한 갈색 머리 아이의 이름은 조르주라 할 것이다. 남자아이를 낳고 싶다는 것은 지난날 그녀가 경험한 모든 무력감에 대한 복수를 의미했다. 남자는 적어도 자유롭다. 그는 온갖 열정을 경험할 수 있고, 세계 각국을 돌아다닐 수 있으며 장애를 극복하고, 까마득한 쾌락까지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여자는 계속 저지당한다. 여자는 기운 없는 동시에 유연하며, 약한 육체에 법률적 속박이라는 이중의 핸디캡을 갖고 있다. 여자의 의지는 끈으로 고정된 모자에 달린 베일처럼 이리저리 바람에 흔들린다. 항상 욕망에
이끌리지만 언제나 세상 체면이라는 끈으로 단단히 묶여 있다.
어느 일요일 새벽 여섯 시경, 아침 해가 솟을 무렵 그녀는 해산했다.
"딸이야!" 샤를이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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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포수, 내 잘못했소."
"알았이믄 됐다."
"내 그간 행패를 부리고 한 거는 후회스럽아서 그, 그랬소. 포전 쪼고 당신하고 살 것을, 강포수 아, 아낙이 되어 자식 낳고 살 것을, 으으흐흐……."
밖에 나온 강포수는 담벼락에 머리를 처박고 짐승같이 울었다. 하늘에는 별이 깜박이고 있었다. 북두칠성이 뚜렷하게 나타나서 깜박이고 있었다.
오월 중순이 지나서 귀녀는 옥 속에서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여자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죽었다.
강포수는 귀녀가 낳은 핏덩이를 안고 사라졌다.
그를 아는 사람 앞에 그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를 보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소식을 아는 사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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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녀는 뭔가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난당한 선원처럼 그녀는 자신의 고독한 삶 너머로 필사적인 시선을 던지며 수평선 저쪽 안개 속에서 나타날 흰 돛단배를 찾고 있었다. 그녀는 몰랐다. 그 우연이 어떤 것이며 또 어떤 바람을 타고 와서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 그것이 쪽배일지 3층 갑판이 있는 대형선일지, 고뇌를 싣고 있는지, 아니면 뱃전까지 행복이 가득 차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면 그날이 오늘이기를 바랐다. 그녀는 모든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으며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다가는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석양이 질 때면 더욱 슬퍼져서 빨리 내일이 오기를 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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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 세상에서 더 이상 어떤 것도 사랑하지 않아요. 나한테는 당신이 전부예요. 부자로 사는 행복을 내가 느낀다면, 그건 당신 맘에 좀 더 들기 위해서 그런 거예요. 부끄럽지만 나는 아버지의 딸이기보다는 당신의 여자예요. 왜냐고요? 나도 몰라요. 내 인생 전체가 당신에게 달려 있어요. 아버지는 내게 심장을 주셨지만, 당신은 그 심장을 쿵쿵 뛰게 했어요. 온 세상이 나를 손가락질한대도 상관없어요! 저항할 길 없는 감정 때문에 내가 저지른 죄를 당신이 받아 준다면 말이에요. 당신이 날 원망할 권리는 없어요. 당신은 나를 불효녀라고 생각하나요? 오, 아니에요. 우리 아버지같이 좋은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죠. 우리의 통탄할 만한 결혼 생활의 당연한 귀결을 아버지가 보시지 못하게 할 수 있었을까요? 아버지는 왜 딸들의 결혼을 막지 않으셨을까요? 우리를 위해 깊이 생각하는 것이 아버지가 할 일 아니었을까요? 이제는 알겠어요, 아버지도 우리만큼 고통받으신다는 것을.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었겠어요? 아버지를 위로한다고요? 우리가 무얼 어떻게 위로할 수 있겠어요. 우리가 체념하면 차라리 우리가 비난하고 한탄하는 것보다 아버지는 더욱더 괴로워하셨을 거예요. 사노라면 모든 게 쓰디쓰기만 한 그런 상황들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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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도의 순수함과 의지의 신성함을 입증해 주는 〈각하〉라는 호칭은 아무리 용납할 수 없는 생각이라도 무사통과시키는 여권 같은 역할을 한다. 이 가엾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하지 않을 일도 〈각하〉라는 호칭만 나오면 바로 서둘러 수행한다. 마치 군대 병사들이 그러하듯, 관공서 직원들도 수동적으로 순종한다. 이런 체계는 양심을 숨 막히게 틀어막고 사람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마치 정부라는 기계에 맞는 나사나 태엽처럼 인간을 적응시키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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