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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비행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초바 그림,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평점 :
날다(Fly), 비상(飛上)은 아마도 인간이라면 언제나 꿈꿔온 하나의 바람이었을 것이고, 많은 동물들 역시 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그들이 생활하는 환경이라던지, 천적으로부터 위협에서 벗어나기 등 많은 분야에서 날 수 있다와 아니다의 차이가 존재한다.
리처드 도킨스, 아마도 한국에서는 이 이름이 꽤 익숙한 사람이 많다.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된 <이기적 유전자>라는 명저의 저자로 40년도 전에 발표한 이 책은 오늘날까지 많은 한국인들이 읽고 있고, 읽어야 하는 책으로 손꼽히고 있다. 마치 지금 놀고 있어도 언젠가는 해야 할 숙제같은 책의 반열에 올랐고, 많은 집의 책장에 잠자고 있을 가능서이 많은 책의 저자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 <마법의 비행>을 통해 동물의 비행 원리를 진화과정과 과학적 증거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비행, 비상하는 대표적인 생물인 곤충부터 조류, 열기구부터 시작해서 라이트 형제가 만든 최초의 동력 비행기까지 비행과 관련된 거의 모든 생물, 무생물을 망라한 대상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과학 서적의 조금은 어렵고 복잡한 설명의 순간에 야나 렌초바의 일러스트를 통해 책 읽는 즐거움을 도와준다.
책은 총 15개의 Chapter로 이뤄져 있고 Chapter1의 비행의 꿈부터 비행의 좋은점부터 동력 비행, 진화한 비행기계와 설계한 비행기계의 차이, 비행을 넘어서까지 비행과 나는 행위에 대한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다.
얼마 전 중국 무협 영화 이연걸의 <영웅>을 보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경공'을 보면서 물 위를 걸으며 싸우는 우아한 장면을 보게 됐다. 물 속에 빠지기 전 그 중력에 반하는 마찰력으로 인해 물속에 빠지지 않고 물위를 걸으면서 또 날면서 싸우는 두 배우의 화려한 무공 솜씨에 인류는 늘 중력에 반하는 '난다는 것'의 행위를 동경했다고 할 수 있다.
저자 리처드 도킨스 역시 마찬가지다.
때로 새처럼 나는 꿈을 꾸면서 힘들이지 않게 숲 우위를 활공하며 쑥 치솟았다가 휙 내리꽂히면서 삼차원을 마음껏 돌아다니며 장난을 치는 꿈을 꾸며 이러한 꿈은 게임이나 소설, 영화로 끊임없이 재창조 되고 가공된다.
사실 인간의 아주 원초적인 꿈이라 할 수 있다. 인류 중 몇몇은 이 위대한 꿈을 실현하는 것에 일생을 바치고, 결국은 그것을 실현한 사람들도 있다.
지금 인류는 직접 나는 행위도 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비행기나 드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는 경험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생물보다 빨리, 멀리, 높이 날 수 있다. 심지어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까지 비행체를 날려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에서 그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인간이 지난 수 백년에 걸쳐서, 그리고 다른 동물들이 수벡만년에 걸쳐서 발견한 중력에 맞서는 온갖 방법들이 펼쳐진다. 신화와 요정으로부터 시작된 날개와 비행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책에 들어가면 Chapter2에서 많은 동물들이 비행을 하며 좋은 점을 처음으로 이야기한다.
칼새와 북극제비갈매기를 통해 난다는 것의 행위 자체를 추적한다.
결국 이러한 비행은 엄청나게 유용한 능력, 온갖 목적을 달성하기에 좋은 능력처럼 보이는데 그러면 비행이 그토록 좋은 것이면서 모든 동물들이 날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예리한 질문은 많은 동물은 조상들이 지녔던 완벽하게 좋은 날개를 잃는 쪽으로 진화한 이류를 Chapter3에서 추적하고 있다.
일개미는 날개가 없다. 어디든 걸어서 간다. 하지만 개미의 조상은 날개 달린 말벌이었고, 현대 개미는 진화과정에서 날개를 잃었다는 사실을 부끄럽지만 처음 알았다.
모든 일개미는 여왕의 유전자들을 온전히 다 지니고 있는 불임 암컷인데 날개를 돋게할 능력이 잠재되어 있지만 발현되지 않는 쪽으로 진화가 됐다. 왜 그랬을까?
개미는 말벌과 벌의 친척인데, 흰개미는 바퀴벌레와 더 가깝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그래, 그 흰개미는 날개가 있다. 흰개미는 날개가 있지만 일개미는 날개가 없는 이유를 설명하다가 책은 갈라파고스제도의 가마우지가 왜 날지 못하는지 그리고 여전히 조상의 날개를 펼쳐말리는 이야기까지 종횡무진 펼쳐진다.
사자나 사자의 추격을 받는 영양이 왜 날개가 없는지에 대해 결국 대다수의 포유류 중 박쥐를 제외한 많은 동물은 날 수 없는 이유가 크기 떄문이다. 큰 덩치를 중력에 반해 날릴만한 동력을 얻기 힘들기 떄문이고, 그것이 나는 것보다 날지 않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떄문에 그렇게 되어 갔다.
그래서 작으면 비행이 쉽다는 이야기를 다음 챕터에서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곤충류가 날개가 있고 날 수 있는 비밀을 이야기 한다. 반면 몸집이 크면서도 날아야 한다면 표면적을 더 높은 비율로 늘려야 한다는 과학적 가설을 증명하고 있다.
사실 난다는 것은 꽤 우아한데, 그림들은 좀 무섭거나 징그러운 그림도 많다.
무동력 비행과 동력비행을 이야기하면서 고서머 앨버트로스가 나온다,.
자전거 페달을 밟아서 영국 해협을 횡단하는데 성공한 고서머앨버트로스는 자전거 선수의 몸무게를 겨우 띄울 수 있었다. 비행에는 아주 에너지가 많이 든다, 사람의 근육이 해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결국 난다는 것은 동력이 있거나 또는 공기보다 가벼워지는 흔히 말하는 깃털같은 상태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무중력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우리 근육이 벼룩처럼 높이 도약하는데 필요한 폭발적인 가속을 순건에 낼만치 빨리 움직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벼룩의 (필연적으로 느린)근육에너지는 탄성 스프링에 저장되어 있다. 마새총이나 긴 활, 석궁과 같은 원리다. 새총은 팔 근육으로 잡아당긴 고무줄 덕분에 단순히 팔 근육으로 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돌을 던질 수 있다. 고무는 늘어나면서 근육 에너지를 저장한다. 메뚜기 등 다른 도약 곤충들처럼 벼룩도 레실린이라는 놀라운 탄성 물질을 지니고 있다. 레실린은 새총의 고무줄에 해당하지만 탄성이 아주 뛰어난 고무줄보다 낫다. 벼룩의 근육은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레실린을 '감는다.' 그 탄성체에 저장된 에너지가 두 다다리에서 순간 방출되면서 벼룩은 높이 튀어 오른다. ---p.226~227
책은 공중 부유생물과 식물의 날개, 씨앗이 멀리 퍼져나가는 원리 등에까지 종횡무진 과학의 신비함, 궁금함을 풀어내고 있다. 사실 조금은 수다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에 관심많은 사람이라면, 또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싶은 사림이라면 얼마든지 좋다.
과학 자체를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영웅적인 비행이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말처럼 인류는 결국 과학의 힘으로 우리의 신체로는 할 수 없던 행위, 물질, 많은 에너지 등을 창조해냈다.
호킹은 안타깝게도 몸을 움직일 수 없었지만 영원히 굳은 얼굴의 뒤편에서 호로 낯선 생각의 바다를 항해했다. 저자는 이를 인간이 지는 '외향충동'이라고 이야기한다.
인류는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영웅적인 비행이든, 수학적 공간을 추상적으로 날아다니는 마음의 비행이든, 또 망원경을 통해 인류가 도달 할 수 없는 또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공간의 이동, 세포 속 엔진실 깊숙이 잠수하는 것 등 모든 것이 바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과학을 활용한 영웅적 비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 리처드 도킨스의 많은 저작물이 그러하듯 이 책 역시 결국 과학과 과학이 이룬 성취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1976년 출간되어 세계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기적 유전자>를 비롯해서 과학계와 종교계에 파란을 몰고 온 <만들어진 신>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논증을 통해 증명하면서, 종교의 잘못된 논리가 세계사에 남긴 수많은 폐단을 지적한 <신, 만들어진 위험>까지 많은 저작과 강연을 통해 오히려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과 자연, 과학의 세계를 더 깊이 있게 바라보고 있다.
조류와 인간이 만든 비행기가 유사한 점을 지니는 것에 대해서도 저자는 두 대상이 서로 닮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명쾌히 설명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조류든 인간이 만든 비행기든 하늘을 나는 이상, 중력이나 유체 역학처럼 동일한 물리적 법칙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생물과 무생물이라는 근본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해결책은 비슷하다.
비범한 통찰력으로 매혹적이고 온화하게 논지를 펼치고 있다는 선데이 타임스의 호평에 동의한다. 이런 책을 선택할 떄 역자를 많이 보는데 역자 역시 생물학을 전공한 과학 전문 번역가로 다양한 과학책 번역의 경험을 살려 이번 책 역시 잘 읽히는 책으로 만드는데 큰 공을 세워주셨다. 감사하다.
비행이 얼마나 흥미로운 내용인지를 잘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 비록 인간은 맨몸으로 날지 못하지만 얼마 전 성공발사한 누리호처럼 우주까지도 날아갈 수 있게 만드는 열망을 잘 설명하면서 또 그러한 과학의 발전을 이야기 하는 이 책을 통해 중력에 거스르는 자연의 법칙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인류의 노력을 볼 수 있다.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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