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필리핀의 옛 영부인이자 94세 현역 하원의원인 이멜다 마르코스부터 시작한다.
필리핀은 한 때 우리나라의 박정희 대통령이 필리핀만큼 우리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했던 동남아시아의 부유한 국가였다.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지를 거치면서 그들의 시스템이나 시설 등을 받아들여 다른 국가보다 먼저 뛰어갔기 때문이다.
이멜다는 값비싼 명품구두를 1,000여 컬레를 수집했다. 이멜다가 원래부터 사치했던 것은 아니다. 이멜다는 남편 마르코스 필리핀 제 10대 대통령의 부인으로 남편의 선거를 도왔고, 그 미모와 특유의 소탈함, 빈민가를 방문하며 내조를 한 덕분에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당선되고 난 뒤, 그런 소탈함은 연기인 것이 드러났다. 남편인 마르코스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21년간 독재를 하며 부당한 권력을 휘두를 때 아내 이멜다 역시 국가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힘과 권력을 과시했다.
그녀는 특히 명품 구두 수집광이어다. 샤넬, 페라가모, 지방시 등 지금도 명품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 그 신발을 무려 1,000켤레 넘게 사 모았다.
사실 신발만 1,000켤레인것이지 그 신발 위에 옷이며 가방, 귀금속은 더 많았을 것이다.
"그녀는 8년 간 매일 구두를 갈아 신었다. 하루도 같은 구두를 신은 적이 없다."는 호주의 한 방송사 보도 내용처럼 그녀는 사치를 즐겼다.
필리핀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 부국이었다. 하지만 마르코스 시절 다른 나라는 치고 나갈 때 필리핀은 안주하다 못해 퇴보했다.
계엄령을 내리기 일쑤였고, 반대파 정치인을 가두고 고문했다. 이멜다는 자신의 아들이나 지인에게 매관매직을 했고, 사치를 일삼았다. 해외계좌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필리핀은 '피플 파워'라는 혁명으로 시민혁명을 성공시켰지만 21년간의 독재의 그늘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다.
필리핀 정부는 마르코스 부부의 재산을 압류하고, 그녀의 구두같은 사치품을 몰수했다. 물론 일부분이었을 것이다. 이미 해외로 많이 빼돌린 재산은 찾기 힘들었다.
2001년 문을 연 마닐라의 마리키나 구두박문관에 이멜다의 구두가 남아있다. 구두가 너무 많아 관리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한다.
이멜다의 운명은 이후 어떻게 됐을까? 하와이로 망명한 마르코스는 그곳에서 병으로 사망했지만, 이멜다는 필리핀으로 돌아와 남편의 고향인 북일노고라는 지역에서 하원의원으로 있다.
또한 그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봉봉 마르코스)는 상원의원을 거쳐 지난해 대통령이 되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존 갤브레이스는 <풍요한 사회>라는 책에서 현대인은 필요에 의해서만 물건을 사지 않는다고 한다. 원하는 것을 소비하는 것, 그리고 필요와 욕구가 아닌 타인의 시선, 미디어속 광고에 이끌려 소비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물론 과거에도 지배층이나 부자들은 꼭 필요한 것만 사지 않았다는 것은 뭐 공통이지만 말이다.
마지막에 한걸음 더라는 것으로 경제원리나 어려운 용어를 설명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