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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화해론 - 박정희와 김일성
우승지 지음 / 인간사랑 / 2020년 4월
평점 :
한반도 정세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지난 보수정권인 이명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악화된 남북관계가 2017년까지는 북한이 거의 한달 걸러 미사일 실험, 핵실험으로 추정되는 무기 실험 등을 하면서 험악해졌다. 북은 연일 남측과 미국을 비방했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관계가 급변했다. 물론 막후에서 북한을 설득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려고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기관에서 많이 노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2018년 남북 단일팀으로 북한 선수단이 대표팀에 참여했고, 4월 5월, 9월 세 차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백두산을 함께 오르고, 냉면을 먹고 판문점에서 북과 남을 오갔다.
트럼프와 김정은도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가졌고,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함께 회동하는 장면도 연출되었다. (물론 지금은 그때의 막후를 공개한 볼턴 보좌관에 의해서 상황이 또 역전되었다)
2018년, 2019년 한반도는 숨가쁘게 달리더니 2020년 들어서 갑자기 냉랭해졌고, 심지어 몇 주전에는 개성공단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해버리는 사상 초유의 일도 발생했다. 우리는 혈세를 쏟아부은 건물이 무너져 내렸으나, 깊은 유감을 표현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의 북한의 행동은 최소한의 예의나 상식도 없는 행위이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폭염은 오고 또 수그러진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을 지나 가을, 겨울이 온다. 한반도에 긴장과 대결의 국면이 가고 평화와 협력의 시대가 슬그머니 찾아왔는가 싶더니 이내 겨울보다 더 차갑고 냉담해졌다.
과거 한반도의 긴장과 대화의 반복된 역사를 기억하는 자는 묻는다. 우리는 전혀 새로운 남북관계의 출발선에 서 있는가? 아니면 반목과 대화의 반복의 굴레에 아직 포로가 되어 있는가?
남북 사이 대화와 협력 분위기의 고조가 2018년이 처음은 아니다. 우리의 역사는 데탕트 시기, 탈냉전시기, 2000년대 초반 등 여러 번의 남북 긴장완화를 경험했다.
이 책은 그 여러 화해의 시도 중 가장 첫번째인 데탕트 시기 남북대화의 전개과정을 고찰하고 있다. 한반도의 현대사는 분단사다. 분단의 역사는 필연적으로 갈등과 대결, 반목으로 점철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일제의 36년간의 핍박과 수탈의 역사 후에 잠시 무정부 상태의 미군정, 소련군정이 실시되었고, 이후 남북 따로 정부가 세워진다. 그 뒤 6.25 한국전쟁을 치렀다. 한국전쟁은 애초 내란으로 시작되었으나, 각기 남과 북을 지원하는 외부세력의 참전으로 국제전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 공산주의와 자유주의의 대리전 같은 성격을 갖게 됐다. 휴전 이후 남한은 미국과 동맹을 맺어 안보를 담보한 후 수출지향 경제성장 정책으로 세계 10대 무역국으로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인물이 바로 박정희다. 박정희는 군부독재를 바탕으로 빠른 정책 추진과 인권, 민주주의는 뒤로 한 채 권위주의적 성격을 강화해서 70년대 초반 유신체제까지 만들었다.
휴전 이후 부간 역시 대중동원에 의존해서 빠르게 전후 재건을 이루는 한편 그에 못지 않은 속도로 빨치산 이외 정치 세력을 차례차례 무대에서 제거하였고, 대외적으로 소련, 중국과 방위조약을 체결하여 안보불안 문제를 해소하려고 시도했다.
개인숭배, 공산독재, 빨치산의 독주는 외부와 고립이라는 토양 위에서 주체사상, 유일체제로 토착화하였다. 스탈린 체제를 넘어서는 전체주의 성향 체제가 북한에 등장하여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 세습을 거치며 일개 가문에 의한 왕정과 유사한 체제까지 되었다.
남북한 국력은 1970년대 처음으로 역전하여 80,90년대를 거치면서 남한은 무섭게 치고 나갔고, 북한은 고난의 시기에 빠져 결국 지금은 따라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바로 이 시기 1970년대 남북한의 경제가 역전되면서 데탕트 시기의 화해, 탈냉전 공간에서의 화해, 햇볕 대 선군시기의, 화해를 통해 남북화해의 기원, 전개, 쇠퇴의 과정을 추적하면서 어떤 조건에서 숙적 사이 화해가 되었는지, 왜 어떤 화해는 실패로 돌아가고, 성공적인 화해는 또 무엇이 다른지를 알아보고 있다.
표는 데탕트 시기의 남북화해 개요다.
이 책은 이 단계에서 상황별로 자세히 알아보고 있다.
남과 북은 1970년 여름 박정희 대통령의 제안으로 1971년 봄 북한 허담 외상의 제안과 동년 여름 김일성 수상의 제안으로 화해의 가능성을 타진했고, 1971년 여름 양측 적십자사 간 구체적인 대화 제의를 교환하면서 대화의 막을 올렸다.
양 당국자들은 적십자회담, 남북조절위원회 회의의 형식으로 판문점, 서울, 평양을 오가며 대화를 나눴다. 남과 북의 실력자들이 비밀리에 서울과 평양을 방문, 상대 지도자와 회합을 갖기도 하였다.
남과 북이 다른 의제는 정체, 경제, 안보, 통일, 인도주의 등 다양했다.
학자들은 1970년대 남북화해의 원인을 크게 외인론과 내인론으로 구분한다.
외인론은 남북대화의 기원을 환경의 변화로 설명한다. 약소국 환경이 미중화해, 중일수교, 미소 데탕트 등 4대 강대국 공존 체제가 마련되는 가운데 일련의 지역질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남북대화를 시작했다고 본다.
즉, 강대국들의 대(大) 데탕트에 편승한 소(小) 뎉ㅇ트의 추구였다는 것이다.
내인론은 국내 정치 또는 내부 경제의 압력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나도 잘아는 울산 출신의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통일의 기반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유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기 때문에 독재 권력 강화를 위해서 이 카드를 활용했다는 주장이다.
외인론과 내인론을 절충하여 구조와 단위에 모두 관심을 기울이는 시각도 존재한다.
"세계적 데탕트의 흐름에 우리 나름대로 능동적으로 대처한 정책"이었다면서 환경과 주제를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또한 외인론, 내인론을 벗어나서 구체적 사안과 동기에 초점을 맞추는 일련의 연구들도 있다.
예를 들면 윤미량은 북한이 남북대화를 시작한 요인으로 미군철수 촉진, 남조선 혁명 가능성, 경제적 압박의 해소를 들고, 남북대화 중단 요인으로 주한미군 철수 지연, 북미대화로의 방향 전환, 6.23선언, 유신체제의 공고화 등을 들고 있다.
다양한 원인과 영향, 그 후 전개까지 이 책은 샇펴 보고 있다.
이 책은 1장은 이 책의 서론으로 이 책의 주제와 문제의식을 소개하고 있고, 2장은 숙적화해의 출몰을 설명해 줄 이론들을 정립하려는 노력이다.
3장에서는 남북화해 출현에 많은 영향을 준 대외 사건인 미중화해를 추적하고 있다. 4장과, 5장에서는 남북화해의 외연인 한미관계와 북중관계를 살피고 있다.
1970년대 초반 주한미군 감축안은 닉슨 대통령의 괌 독트린 취지의 연장선에 있었다. 미국은 주한민국대사를 통해서 71년 중반까지 1사단 또는 2,000여 명의 주한미군을 감축하겠다는 복안을 알렸다. ---p.85
이 시기 남한 정권은 미군의 철수 또는 감축이라는 민감한 이슈를 만났고, 그에 따른 대북정책과 안보정책의 변화가 필요했다.
미국은 한반도 평화가 동아시아 안정과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서 남북대화를 지지했다. 한국이 주도하고, 미국이 뒤에서 응원하는 그림을 원했다. 박정희 정권은 북한과 힘의 우위에서 대화하기 위해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며, 대북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되면 한국의 대북 협상력이 저해할 것이라는 논리를 전개했다. 미국은 한반도 긴장완화가 미국 의회의 대한 원조 삭감의 빌미를 주고, 주한미군 철수 논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박 정권이 지나친 관계개선을 바라지 않는다고 보았다. ---p.104
60년대, 70년대 기간 중 남과 북의 주요 동맹국이었던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한반도의 파트너와 상대했는지 관찰하고 있다.
닉슨, 저우언라이, 김종필, 이후락, 알렉세이 코시킨 등 미,중,한,러시아, 북한 등 수많은 역사적 유명인물이 등장하는 것이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이다.
한국 현대사의 또다른 명 장면이라 할 수 있다.
6장에서는 대화 기간 중 완성된 남한의 유신체제와 북한의 유일체제 성립과정을 다룬루고 있다.
7~9장에서는 남북대화의 기승전결을 추적해 본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 같은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논문적 성격을 띠고 있고 특히 이 부분을 읽어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적용해 볼 또 교착상태에 빠져든 남북한 관계의 국면전환을 위해 읽어볼만 하다.
10장에서는 2장에서 제시된 이론 변수를 중심으로 남북화해의 출현과 쇠퇴를 설명하고 있다.
남북화해의 발생과 쇠퇴 원인을 정리한 것이다.
화해 발생과 소멸시 남북 어디에도 지배연합의 변화는 없었다. 화해를 추동할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정권의 부재는 남북화해의 성격을 규정하였고, 화해의 동력이 상실되었을 때 이를 다시 점화시킬 동력의 결핍을 셜명해 준다.
2020년 남북화해의 동력을 다시 잃었다. 남북관계는 2018년 처음 시작할 때보다 더욱 안 좋아졌고 어두워졌다. 대외적인 상황에서도 일본은 남북의 화해를 원하지 않고, 중국, 미국, 러시아 각국마다 내부 사정과 정권 교체기라 더욱 데탕트시기보다 어려운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현 정권의 슬기로운 대처가 어느 시점보다 필요하다.
이 책이 그런 고민의 첫 출발점이자 타산지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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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사랑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