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인코그니타 - 고고학자 강인욱이 들려주는 미지의 역사
강인욱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를 참 좋아한다. 집에 있는 남자 식구들은 다들 역사를 좋아해서 우리집에는 항상 역사책이 굴러 다녔다. 현실적인 이유로 대부분 전공을 법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집안에서 유일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촌동생이 바로 고고인류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유적지 발굴을 하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살아가고 있다. 

사실 역사를 좋아하면서도 나는 고고학이나 고대사와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무엇보다 사료의 빈곤이 이 역사는 상상이 많이 개입될 것이다라는 편견을 가졌던 것 같다.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편집되고, 왜곡되거나 또는 적어도 시각이 개입된 '기록'보다 하나의 유물이 더욱 객관적으로 그 시대를, 사실을 말해줄 때도 있다. 또는 기록으로 전해진 유물이나 역사를 고고학의 발굴이 또는 연구가 증명해 줄 때도 있다. 바로 고고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그러한 매력으로 손을 놓지 못하리라. 

(우연히 강인욱 교수님이 쓰신 책과 강인욱 교수님이 추천한 고대사 연구에 관한 책을 비슷한 시기에 읽게 됐다)

 

테라 인코그니타 : 미지의 땅, 가보지 않은 곳이라는 뜻이다. 

저자 역시 이야기한다. 고고학은 참 매력적인 학문이라고. 기존의 편견을 벗어나 과거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역사의 기록이란 결국 승자의 기록, 또는 누군가의 의견이나 취사선택이 개입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문자가 없어 기록을 남기지 못했던 초원의 유목국가들을 막연하게 야만과 미개 또는 무지한 민족이라 경시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고대사는 숱한 외세의 침입과 또한 삼국시대 이전의 기록 유실로 역사기록이 빈약하다. 풍부한 사료가 남은 중국이나 하다못해 우리보다 오랜 역사적 기록을 보존하고 있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많은 일본서기조차도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헌의 부족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고고학이다. 고고학이 전하는 이야기는 새롭고 재미있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유라시아와 신대륙에서 '미개'라는 이름으로 매도되어왔던 여러 민족들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그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문명과 미개라는 이분법적 시각은 현재를 사는 우리가 가진 편견으로 과거를 바라보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예를 들면 고대의 사람들은 현대적인 의학지식이 없었지만, 그들만의 경험과 지식으로 전염병과 맞서 살아남았다. 세계 문명사를 이야기할 때 대표적인 유물로 꼽히는 청동기와 옥이 그 예이다. 특히 홍산문화를 비롯해 동아시아 여러 지역은 옥을 선호했다. 고대인들은 옥에서 나오는 음이온 살균효과를 알고 있었다. 홍산문화의 제사를 담당했던 신관들의 무덤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옥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한 관상용이 아니라 옥에 담긴 치욕의 힘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p.56


 

약 4500년 전 이집트 파피루스 문서에는 가슴 통증을 치료하고 음료수 정화하는 청동을 쓴다고 나와있다. 물론 청동에 납이 섞이거나 녹이 슬면 몸에 해롭다는 단점은 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한 청동 화합물이 약으로 사용되었다. 

 

이 책에는 전염병으로 몰살된 홍산문화의 하민망하 유적을 소개하고 있다. 하민망하 사람들은 일부 농사를 짓기도 했지만 풍부한 생태자원 덕분에 수렵과 채집을 주로 했다. 마을의 규모는 계속 커졌고 그러다 약 5000년전 기후가 나빠지고 주변 환경이 안 좋아지면서 생활에 위기가 찾아왔다. 다행히 그들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해서 기존의 사냥감 대신 당시 개체수가 급증한 산토끼와 설치류인 만주두더지를 사냥해서 먹고 살았는데 여기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결국 이들 중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곳을 버리고 떠난 것이다. 책에는 결국 인류의 역사는 돌고돌아 비숫한 현상이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최근 기후 온난화로 북극해가 녹고 있는데 그 속에 잠자고 있던 바이러스들이 다시 출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진시황이 서양인 정확히 말하면 융적이라 불리우던 유목민 계열로 이목구비가 뚜렷한 지금의 아랍인과 유사한 외모를 가졌을 수도 있다는 가설은 신선했다. 


 

2부에서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우리 역사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을 넘어 과거를 객관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누구나 아는 문무대왕를비와 적석목곽분에서 조금은 생소한 모피와 온돌까지, 교과서에서 접할 수 없지만 새로운 고고학 자료가 증명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우리를 중국에서는 동이족이라 불렀고 한 때 공자를 동이족 출신의 우리와 한 피를 교류하는 인물로 여기는데 저자는 공자의 출생 자체를 밝히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작업이기에 이 가설이 옳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동이족과 중국 고대인들의 관계와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조선시대 우리가 소중화라는 사상을 강조하기 위한 방편이었던 기자조선에 대한 실체를 고고학적 관점으로 푸는 것도 재미있었다. 

고고학적 관점에서 보면 결국 기자조선을 증명할 무덤이나 궁궐 등 객관적 자료가 부족해서 학문적으로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중국과 조선의 사대주의가 만들어놓은 상상의 나라 기자조선에 대한 실증적이고 체계적인 이해없이 '기족의 제후'라는 글자만으로 한국사에 대한 확증편향을 잇는 것은 우리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저해한다고 말하고 있다. 

 

3부는 약간 시각을 달리해서 고대를 바라보는 현대인의 동상이몽을 다루고 있다. 인디애나 존스부터 티베트, 냉전시대 등 현대사의 순간순간에 등장하는 고대문명을 대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현대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페루의 삭사이와만 같은 고대 건축물을 볼 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탁월한 기술을 가진 문명이 존재했던 건 아닐까 궁금할 수 있다. 마치 인류가 이전에 한 번 더 뛰어난 문명을 만들었을 같은 느낌말이다. 

그중 땅속에 묻혀 있다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미스터리 건축물이 바로 우랄산맥 근처에서 발견된 아르카임 도시 유적이다. 약 4000년 전 유적으로 그 규모가 크다. 

편두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궁금하면 꼭 책을 사보시라!

 

마지막 4부에서는 현재까지 뜨거운 불씨를 안고 있는 역사분쟁과 관련한 고대사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임나일본부설 같은 당대의 역사분쟁을 보면 고대사가 결코 옛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한중일은 서로의 역사를 부풀리면서 상대국의 역사를 왜곡, 편집하길 반복하고 있다.

특히 임나일본부설에 대한 일본이 만들어낸 모순덩어리의 역사를 고고학적으로 밝히는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조선총독부는 가야에 일본군이 주둔하면서 삼국에 영향을 미쳤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주입시키기 위해 옛 가야 영토의 많은 유물을 파헤치고 도굴하면서 식민지배의 정당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1931년 현지 조선인을 앞세워 가야 고분(창녕 제 117호분)을 파헤치는 모습이다.. 

이러한 고고학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어 그들의 비논리를 논리적으로 또 학문적으로 증명해서 꿈을 깨게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역사란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지만 그것을 '어쩔 수 없는' 한계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람들이 어떠한 관점에서 과거를 바라보고 미지의 땅을 바라보는가를 감안할 때에야 비로소 더욱 편견없이 과거를 바라볼 수 있다. 

객관적인 과거를 지향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과거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 땅의 모든 역사가 놀랍도록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면서 글을 맺고 있다, 

 

인간의 기록되지 않은 99.7%의 역사를 찾아 떠나는 고고학의 향연으로 떠나보시라. 역사를 좋아하지만 나 역시 사료가 많고 현재 우리와 가까운 조선이나 고려사에 매몰되어 있었는데 고대역사의 즐거움에 흠뻑 빠진 그런 책이었다. 

 

* 창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재밌게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만이 남는다
나태주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은 우리 가슴에 늘 준비된 마음입니다."

나는 사랑을 했었고, 사랑을 하고 있고, 또 사랑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 나이는 뱃속에서부터 한살을 더 먹는다. 억울하다. 나는 12월생이라 만으로 하면 아직도 30대이지만 한국 나이로는 올해 앞자리가 바뀌었다. 마흔...사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우리나라 전체 인구 평균연령대가 높아져서, 또 예전보다 사람들이 젊게 살아서 지금 마흔은 예전의 30대 같다는 스스로 위로를 해보면서 문득 나태주 시인의 이 시집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아직까지 마음은 늘 20대 대학생에 가두어 놓고 살고 있다고 느끼는데 불혹의 나이를 맞으면서 이 책을 한 장, 한 장 읽는데 문득 살아온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나는 지방에서 평범한 또는 조금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나름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로 유학을 왔고, 지독하게도 힘든 기억이 났던 금융위기 속에서 취업에 성공해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아, 거기! 하는 직장에 다니고 또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서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간다. 


 

나태주 시인이 자신보다 어린 사람이 인생에 대해서 묻는다면 첫째도 사랑이고, 둘째, 셋째도 사랑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는데 나 역시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라떼 최고의 발라더였던 조성모 노래 중에 "그리울 네가 있다는 것 그것 만으로 감사해요."라는 가사의 구절이 나오는데 가끔은 그런 추억이 그리울 때도 또는 미안할 때도, 아플 때도 있다. 영국의 문인 셰익스피어는 그의 소네트에서 인간이 영원히 사는 길은 '자식'과 '사랑'과 '사랑의 시'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그래서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도 생기는 것이다. 어릴 때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 내가 따라다녔던 첫사랑, 그리고 열렬히 사랑했던 20대 그 어디쯤, 직장을 다니면서 만난 누군가들...모두 내가 살아온 흔적이었고, 추억이었고, 감사함이었다. 

 

이 책은 나태주 시인이 세상의 모든 애인들에게 보내는 매우 특별한 러브레터다. 시인으로 살아온 50여 년, 그동안 쓴 수천 편의 시들 가운데서 뽑은 사랑의 시편과 신작으로 꾸민 시집이라고 한다.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상의 모든 애인들과 아내들과 딸들에게 보내는 시 142편을 수록하고 있다.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찬 사랑, 하루에도 수십번을 핸드폰 메시지를 확인하던 초조함, 그리고 멀리서 바라보는 그 지켜보는 안타까운 사랑의 감정까지 담고 있다. 

내가 이 책의 서평에 내 이야기를 구구절절 쓴 것은 결국 시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서 감명깊게 읽은 시 구절 몇개 적은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다른 많은 사람들도 이 책을 읽고 힘들고 외로운 순간, 또는 평범한 일상에서 찰나의 감정이든 또는 지금껏 간직해 왔던 그 사랑의 감정으로 삶을 다시 한 번 조여매봐도 좋으리라. 

 

보고 싶었다

많이 생각이 났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남겨두는 말은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다

 

입속에 남아서 그말

꽃이 되고

향기가 되고

노래가 되기를 바란다 ---p. 51 그 말

 

아, 문득 예전에 30대 어느 순간 사랑이 잘 안됐을 때 혼자 하루를 누워서 남자지만 훌쩍이며 굶은 적이 있다. 많이 좋아했었다. 가치관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하루를 좁은 원룸방에서 자책하며, 또 슬퍼하며 괴로워하고 있는데 저녁이 되자 배가 고팠다. 

문득 싸이와 이재훈이었나? 아름다운 이별 이라는 노래 같은데

 

말도 안돼 내가 미쳤나보다

이 와중에 배가 고프니 미쳤나보다

이별하고 나도 그래도 배고프다고

밥먹는걸 보니 나도 사람인가보다

아직까지 티비 막 끈것처럼

그대 얼굴 눈앞에 아른거리지

기지개 한 번 쫙 피고 아주 쉽게 너 없이 살고 싶어 

허나 밈게 그대 나의 삶이었기에 

그댄 나의 꿈이었기에 그댄 나의 천국이었기에

눈물리 흘러 이별인 걸 알았어...

 

이 가사가 떠오르면서 피식 하고 밥을 먹으러 갔던 기억이 난다. 

사랑은 즐겁다, 기쁘다, 고맙다. 

이별은 슬프다, 힘들다, 아프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해야한다. 

나태주 시인이 딸들에게 보내는 사랑이라고 했는데, 나 역시 딸을 낳아서 길러보니 조금은 그 심정 알 것 같다. 


 

책이 예쁘다. 중간중간 삽화도 있다. 

 

하늘이 좋다 

바람이 좋다

이 좋은 바람

이 좋은 하늘

너에게 보낸다. ---p.213 너에게 보낸다 中

 

딸에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삶의 어느 순간 다 지우면 결국 남는 것은 사랑이리라.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이성간의 사랑, 

다시 이제는 주객이 바뀐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오늘 당신은 사랑하고 있는가? 다 없어져도, 흩어져도 사랑만은 남으리라.

 

* 마음서재 책을 읽고 진솔하게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콜드브루 별 헤는 밤 디카페인 (원액) - 500ml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콜드브루 별 헤는 밤 아메리카노나 라떼 다 만들어 먹어도 좋습니다. 커피 향이 은은하면서도 깊은 맛이 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콜드브루 별 헤는 밤 디카페인 (원액) - 500ml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콜드브루 별 헤는 밤 아메리카노나 라떼 다 만들어 먹어도 좋습니다. 커피 향이 은은하면서도 깊은 맛이 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월 -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선 존재, 인간
가이아 빈스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은 닐 하비슨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닐 하비슨은 전색맹으로 태어나 전자 눈으로 세상의 색깔을 소리를 통해 듣는다. 그의 머리쪽에서 눈 앞으로 안테나를 내어서 달고 있다. 여권 갱신과정에서 이것을 어떻게 볼 것이냐를 판단받아야 했고, 닐 하비슨은 인류 최초 공인된 사이보그로 인정받게 된다. 물론 우리 모두는 조금씩 인공의 물질을 몸에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인공심장이나 인공관절, 인공다리 같은 큰 것부터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면서 인류는 자신의 약점을 끊임없이 개선해 왔다.


 

이 책은 인간이 다른 모든 종을 초월해 정점에 설 수 있었던 그 비결은 무엇이었는지를 알아본다. 지구의 지배자로 올라선 우리 인류는 그동안 불, 언어, 미(美), 시간의 개념 발견과 그 통제를 통해 초월종이 된 빅 히스토리를 말하고 있다.

현생 인류는 이러한 진화의 과정을 거친 유일한 종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수십만 년 전, 인류의 조상은 문화를 이용해 태어난 환경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창의적이지 못한 삶 속에 우리를 포함해서 다른 생명체의 종을 가두고 있는 물리적 그리고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불, 언어, 미, 시간의 네개의 파트로 나눠서 인류의 발전과 도전사를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본래 가지고 있는 능력 외에 불이라는 또 다른 힘을 빌려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신체적 역량을 확대할 수 있었다. 언어를 통해서 성공의 비결을 서로 공유하고, 후세에 전달할 수 있었다. 또한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었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예측을 하고 타인의 평판에 근거해 누구를 더 신뢰할 수 있는지도 판단할 수 있었다. 미는 우리의 활동이 갖고 있는 의미의 중요성을 집약해 보여준다. 예술적 표현은 이해관계나 지역 등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커뮤니티의 기반이 되는 일종의 문화적 종 분화를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유전적 종 분화의 걸림돌이 되는 자원, 유전자, 사상의 교류를 가능하게 만들어 한층 뛰어난 기술과 함께 더 크고 연결된 사회를 형성한다. 끝으로 시간은 자연의 작동원리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기반이 된다. 지식과 호기심의 결합을 통해 우리는 다른 어떤 동물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었다. 우리는 이 세상과 그 안에 있는 우리의 공간을 지배할 수 있는 과학을 발전시켜왔고 결국 상호 연결된 하나의 인류가 되었다.

 

이 네개의 도구와 인류만이 가진 무기들이 융합 사용되며 인간의 놀라운 특성을 만들어내고 우리가 무엇을 할 때마다 어떻게 기능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어떻게 인간이 놀라운 종으로 진화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기에 적당한 때이다. 집단 유전학, 고고학, 고생물학, 인류학, 심리학, 생태학, 사회학의 놀라운 발전으로 인간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에 대한 이해와 관련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고 동시에 인간 역사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간은 유전자, 환경, 문화라는 진화의 3요소를 통해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있다.

오늘날 인류의 규모와 연결은 상상을 초월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동시에 지구의 환경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인간이 만들어낸 도로, 건물 등 모든 인공시설물과 지금까지 만들어 온 경작지 등 물질적 변화 덕분에 90억에서 최대 100억명이 서로 완전히 연결된 상태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이라는 독특한 종이 어떻게 스스로를 변화시켜왔는지 확인하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변화의 과정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어떻게 재정립되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인류는 갑자기 닥친 바이러스로 인해 예외없는 전례없는 특별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인간의 문화, 생명활동, 환경의 상호 작용은 인간의 초협력적인 관계 속에서 새로운 피조물을 창조하고 있다.

우리는 일종의 초유기체가 되어가고 있다. 이것을 '전능한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옴니포텐스라고 부르고 있다.

 

저자 가이아 빈스는 저널리스트이자 과학 저술가다. 영국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 받는 왕립학회 과학 도서상을 역사상 최초의 여성 단독 수상으로 받았다. 지금까지 인류가 이룩한 사회 시스템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해 촉발된 다양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대학에서 화학과 공학을,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며 융합과 통섭의 학문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책은 140억년전 지구의 탄생부터 시작해서 세상에 생물이 생겨나고, 인류의 조상들이 나오는 순간부터 시작해 우리 인류의 모든 것을 밝혀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인류는 신체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불을 활용하기에 이른다.

불을 다루는 기술은 인간이 여러가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인간은 불을 통해 주변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었고 인간의 사촌격인 대다수 영장류의 서식지로 제한되었던 열대 지방이라는 환경적 경계선도 극복할 수 있었다. 인간은 사냥감을 따라 이동할 수 있었고 원하는 곳에 머물 수도 있었으며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생태계는 지속적으로 바꿔나갔다.

호모 에렉투스를 시작으로 인간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 열대 지역은 물론 가장 추운 지역에서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 p.78

 

두뇌의 발전과 이로 인한 사회성의 시작으로 우리 인간은 살면서 부딪히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완전히 진화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직접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회적으로 의존적인 종인 인간에게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조종할 수 있는 진화적 이점이 있으며 성장하면서 그러한 일을 더욱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이 능력을 바탕으로 농담을 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정치도 하며 때로는 타인에게 해로운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인간은 타인에게 친절하고 도움을 주려고 하며 서로의 필요를 신중하게 여겨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느낀다. 신뢰성과 이타적이고 친절한 성격은 사회에서 대단히 가치 있게 여겨지는 특성이며 실질적인 경제적 유익으로 연결된다.

 

사실 불과 언어는 인류 발전사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미(美)가 어떤 역할을 했느냐, 특히 부수적 요소라 생각할 수 있는데 저자는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은 완전해질 수 있다고 한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면서 삶의 의미와 목적은 물론이고 생의 영원성에 대해서도 깨닫는다.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것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지만, 인간 진화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인간이 이루어낸 가장 위대한 협력의 근간에는 바로 아름다움이 자리하고 있다. 아름다움이 긴간 세계를 만들었다. 아니, 미국의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이 노래한 것처럼 '이 세상은 아름다움이라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인류 발전의 4가지 요소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심지어 에술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강력한 사회적 도구지만, 아름다움 자체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아름다움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이다. 아마도 인간이 발명해 낸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은 성선택이라는 생명활동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 ---p.267

 

인간은 아름다움을 통해 물리적, 사회적 세계를 지배하려고 시도하며 인간의 필요에 맞게 고쳐나간다. 인간은 자신은 물론이고 직접 만든 물건과 사회적 규범의 범위는 인간의 시작적 장식을 뛰어넘는다.

 

인간은 시간을 발명함으로써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인간의 문화와 생명활동도 바꾸었다. ---p.420

 

지난 수만 년동안 인간은 서로 힘을 합쳐 믿을 수 없는 마법같은 일을 해냈다. 모든 인간은 특별한 존재의 일부분이며 집단 문화의 주요 내용을 반복함으로써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서 코로나19같은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해결책도 함께 나타나리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우리 인간 자신이다.

 

몇 년전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책이었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버금가는 대단한 책이었다. 재밌게, 또 많은 지혜를 흡수하며 잘 읽었다.

 

* 쌤앤파커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끝까지 잘 읽고 성실히 리뷰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