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이 남는다
나태주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은 우리 가슴에 늘 준비된 마음입니다."

나는 사랑을 했었고, 사랑을 하고 있고, 또 사랑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 나이는 뱃속에서부터 한살을 더 먹는다. 억울하다. 나는 12월생이라 만으로 하면 아직도 30대이지만 한국 나이로는 올해 앞자리가 바뀌었다. 마흔...사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우리나라 전체 인구 평균연령대가 높아져서, 또 예전보다 사람들이 젊게 살아서 지금 마흔은 예전의 30대 같다는 스스로 위로를 해보면서 문득 나태주 시인의 이 시집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아직까지 마음은 늘 20대 대학생에 가두어 놓고 살고 있다고 느끼는데 불혹의 나이를 맞으면서 이 책을 한 장, 한 장 읽는데 문득 살아온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나는 지방에서 평범한 또는 조금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나름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로 유학을 왔고, 지독하게도 힘든 기억이 났던 금융위기 속에서 취업에 성공해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아, 거기! 하는 직장에 다니고 또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서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간다. 


 

나태주 시인이 자신보다 어린 사람이 인생에 대해서 묻는다면 첫째도 사랑이고, 둘째, 셋째도 사랑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는데 나 역시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라떼 최고의 발라더였던 조성모 노래 중에 "그리울 네가 있다는 것 그것 만으로 감사해요."라는 가사의 구절이 나오는데 가끔은 그런 추억이 그리울 때도 또는 미안할 때도, 아플 때도 있다. 영국의 문인 셰익스피어는 그의 소네트에서 인간이 영원히 사는 길은 '자식'과 '사랑'과 '사랑의 시'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그래서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도 생기는 것이다. 어릴 때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 내가 따라다녔던 첫사랑, 그리고 열렬히 사랑했던 20대 그 어디쯤, 직장을 다니면서 만난 누군가들...모두 내가 살아온 흔적이었고, 추억이었고, 감사함이었다. 

 

이 책은 나태주 시인이 세상의 모든 애인들에게 보내는 매우 특별한 러브레터다. 시인으로 살아온 50여 년, 그동안 쓴 수천 편의 시들 가운데서 뽑은 사랑의 시편과 신작으로 꾸민 시집이라고 한다.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상의 모든 애인들과 아내들과 딸들에게 보내는 시 142편을 수록하고 있다.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찬 사랑, 하루에도 수십번을 핸드폰 메시지를 확인하던 초조함, 그리고 멀리서 바라보는 그 지켜보는 안타까운 사랑의 감정까지 담고 있다. 

내가 이 책의 서평에 내 이야기를 구구절절 쓴 것은 결국 시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서 감명깊게 읽은 시 구절 몇개 적은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다른 많은 사람들도 이 책을 읽고 힘들고 외로운 순간, 또는 평범한 일상에서 찰나의 감정이든 또는 지금껏 간직해 왔던 그 사랑의 감정으로 삶을 다시 한 번 조여매봐도 좋으리라. 

 

보고 싶었다

많이 생각이 났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남겨두는 말은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다

 

입속에 남아서 그말

꽃이 되고

향기가 되고

노래가 되기를 바란다 ---p. 51 그 말

 

아, 문득 예전에 30대 어느 순간 사랑이 잘 안됐을 때 혼자 하루를 누워서 남자지만 훌쩍이며 굶은 적이 있다. 많이 좋아했었다. 가치관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하루를 좁은 원룸방에서 자책하며, 또 슬퍼하며 괴로워하고 있는데 저녁이 되자 배가 고팠다. 

문득 싸이와 이재훈이었나? 아름다운 이별 이라는 노래 같은데

 

말도 안돼 내가 미쳤나보다

이 와중에 배가 고프니 미쳤나보다

이별하고 나도 그래도 배고프다고

밥먹는걸 보니 나도 사람인가보다

아직까지 티비 막 끈것처럼

그대 얼굴 눈앞에 아른거리지

기지개 한 번 쫙 피고 아주 쉽게 너 없이 살고 싶어 

허나 밈게 그대 나의 삶이었기에 

그댄 나의 꿈이었기에 그댄 나의 천국이었기에

눈물리 흘러 이별인 걸 알았어...

 

이 가사가 떠오르면서 피식 하고 밥을 먹으러 갔던 기억이 난다. 

사랑은 즐겁다, 기쁘다, 고맙다. 

이별은 슬프다, 힘들다, 아프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해야한다. 

나태주 시인이 딸들에게 보내는 사랑이라고 했는데, 나 역시 딸을 낳아서 길러보니 조금은 그 심정 알 것 같다. 


 

책이 예쁘다. 중간중간 삽화도 있다. 

 

하늘이 좋다 

바람이 좋다

이 좋은 바람

이 좋은 하늘

너에게 보낸다. ---p.213 너에게 보낸다 中

 

딸에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삶의 어느 순간 다 지우면 결국 남는 것은 사랑이리라.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이성간의 사랑, 

다시 이제는 주객이 바뀐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오늘 당신은 사랑하고 있는가? 다 없어져도, 흩어져도 사랑만은 남으리라.

 

* 마음서재 책을 읽고 진솔하게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