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 -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선 존재, 인간
가이아 빈스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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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닐 하비슨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닐 하비슨은 전색맹으로 태어나 전자 눈으로 세상의 색깔을 소리를 통해 듣는다. 그의 머리쪽에서 눈 앞으로 안테나를 내어서 달고 있다. 여권 갱신과정에서 이것을 어떻게 볼 것이냐를 판단받아야 했고, 닐 하비슨은 인류 최초 공인된 사이보그로 인정받게 된다. 물론 우리 모두는 조금씩 인공의 물질을 몸에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인공심장이나 인공관절, 인공다리 같은 큰 것부터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면서 인류는 자신의 약점을 끊임없이 개선해 왔다.


 

이 책은 인간이 다른 모든 종을 초월해 정점에 설 수 있었던 그 비결은 무엇이었는지를 알아본다. 지구의 지배자로 올라선 우리 인류는 그동안 불, 언어, 미(美), 시간의 개념 발견과 그 통제를 통해 초월종이 된 빅 히스토리를 말하고 있다.

현생 인류는 이러한 진화의 과정을 거친 유일한 종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수십만 년 전, 인류의 조상은 문화를 이용해 태어난 환경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창의적이지 못한 삶 속에 우리를 포함해서 다른 생명체의 종을 가두고 있는 물리적 그리고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불, 언어, 미, 시간의 네개의 파트로 나눠서 인류의 발전과 도전사를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본래 가지고 있는 능력 외에 불이라는 또 다른 힘을 빌려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신체적 역량을 확대할 수 있었다. 언어를 통해서 성공의 비결을 서로 공유하고, 후세에 전달할 수 있었다. 또한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었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예측을 하고 타인의 평판에 근거해 누구를 더 신뢰할 수 있는지도 판단할 수 있었다. 미는 우리의 활동이 갖고 있는 의미의 중요성을 집약해 보여준다. 예술적 표현은 이해관계나 지역 등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커뮤니티의 기반이 되는 일종의 문화적 종 분화를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유전적 종 분화의 걸림돌이 되는 자원, 유전자, 사상의 교류를 가능하게 만들어 한층 뛰어난 기술과 함께 더 크고 연결된 사회를 형성한다. 끝으로 시간은 자연의 작동원리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기반이 된다. 지식과 호기심의 결합을 통해 우리는 다른 어떤 동물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었다. 우리는 이 세상과 그 안에 있는 우리의 공간을 지배할 수 있는 과학을 발전시켜왔고 결국 상호 연결된 하나의 인류가 되었다.

 

이 네개의 도구와 인류만이 가진 무기들이 융합 사용되며 인간의 놀라운 특성을 만들어내고 우리가 무엇을 할 때마다 어떻게 기능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어떻게 인간이 놀라운 종으로 진화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기에 적당한 때이다. 집단 유전학, 고고학, 고생물학, 인류학, 심리학, 생태학, 사회학의 놀라운 발전으로 인간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에 대한 이해와 관련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고 동시에 인간 역사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간은 유전자, 환경, 문화라는 진화의 3요소를 통해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있다.

오늘날 인류의 규모와 연결은 상상을 초월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동시에 지구의 환경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인간이 만들어낸 도로, 건물 등 모든 인공시설물과 지금까지 만들어 온 경작지 등 물질적 변화 덕분에 90억에서 최대 100억명이 서로 완전히 연결된 상태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이라는 독특한 종이 어떻게 스스로를 변화시켜왔는지 확인하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변화의 과정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어떻게 재정립되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인류는 갑자기 닥친 바이러스로 인해 예외없는 전례없는 특별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인간의 문화, 생명활동, 환경의 상호 작용은 인간의 초협력적인 관계 속에서 새로운 피조물을 창조하고 있다.

우리는 일종의 초유기체가 되어가고 있다. 이것을 '전능한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옴니포텐스라고 부르고 있다.

 

저자 가이아 빈스는 저널리스트이자 과학 저술가다. 영국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 받는 왕립학회 과학 도서상을 역사상 최초의 여성 단독 수상으로 받았다. 지금까지 인류가 이룩한 사회 시스템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해 촉발된 다양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대학에서 화학과 공학을,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며 융합과 통섭의 학문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책은 140억년전 지구의 탄생부터 시작해서 세상에 생물이 생겨나고, 인류의 조상들이 나오는 순간부터 시작해 우리 인류의 모든 것을 밝혀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인류는 신체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불을 활용하기에 이른다.

불을 다루는 기술은 인간이 여러가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인간은 불을 통해 주변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었고 인간의 사촌격인 대다수 영장류의 서식지로 제한되었던 열대 지방이라는 환경적 경계선도 극복할 수 있었다. 인간은 사냥감을 따라 이동할 수 있었고 원하는 곳에 머물 수도 있었으며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생태계는 지속적으로 바꿔나갔다.

호모 에렉투스를 시작으로 인간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 열대 지역은 물론 가장 추운 지역에서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 p.78

 

두뇌의 발전과 이로 인한 사회성의 시작으로 우리 인간은 살면서 부딪히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완전히 진화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직접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회적으로 의존적인 종인 인간에게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조종할 수 있는 진화적 이점이 있으며 성장하면서 그러한 일을 더욱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이 능력을 바탕으로 농담을 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정치도 하며 때로는 타인에게 해로운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인간은 타인에게 친절하고 도움을 주려고 하며 서로의 필요를 신중하게 여겨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느낀다. 신뢰성과 이타적이고 친절한 성격은 사회에서 대단히 가치 있게 여겨지는 특성이며 실질적인 경제적 유익으로 연결된다.

 

사실 불과 언어는 인류 발전사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미(美)가 어떤 역할을 했느냐, 특히 부수적 요소라 생각할 수 있는데 저자는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은 완전해질 수 있다고 한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면서 삶의 의미와 목적은 물론이고 생의 영원성에 대해서도 깨닫는다.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것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지만, 인간 진화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인간이 이루어낸 가장 위대한 협력의 근간에는 바로 아름다움이 자리하고 있다. 아름다움이 긴간 세계를 만들었다. 아니, 미국의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이 노래한 것처럼 '이 세상은 아름다움이라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인류 발전의 4가지 요소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심지어 에술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강력한 사회적 도구지만, 아름다움 자체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아름다움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이다. 아마도 인간이 발명해 낸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은 성선택이라는 생명활동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 ---p.267

 

인간은 아름다움을 통해 물리적, 사회적 세계를 지배하려고 시도하며 인간의 필요에 맞게 고쳐나간다. 인간은 자신은 물론이고 직접 만든 물건과 사회적 규범의 범위는 인간의 시작적 장식을 뛰어넘는다.

 

인간은 시간을 발명함으로써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인간의 문화와 생명활동도 바꾸었다. ---p.420

 

지난 수만 년동안 인간은 서로 힘을 합쳐 믿을 수 없는 마법같은 일을 해냈다. 모든 인간은 특별한 존재의 일부분이며 집단 문화의 주요 내용을 반복함으로써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서 코로나19같은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해결책도 함께 나타나리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우리 인간 자신이다.

 

몇 년전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책이었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버금가는 대단한 책이었다. 재밌게, 또 많은 지혜를 흡수하며 잘 읽었다.

 

* 쌤앤파커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끝까지 잘 읽고 성실히 리뷰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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