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뚱뚱하다 베틀북 고학년 문고
최승한 지음, 한태희 그림 / 베틀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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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께 책을 선물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뚱뚱하다』는 2024년 세종 도서 문학 나눔에 선정된 작품으로, 제목부터 아주 당당한 느낌이다. 최승한 작가는 초등학교 교사와 교과서 집필진 및 연구원으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어린이 문학과 교육 관련 책을 집필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은근히 날씬하고 예쁘고 키가 커야 한다는 기준을 정하고, 거기서 벗어나면 자기 몸을 미워하게 만든다. 그래서 성형수술의 인기는 점점 늘어나나 보다. 이 책은 그런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기준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책의 주인공은 문제방이다. 이름만 들으면 어딘가 문제가 있는 아이처럼 느껴지지만, 제방이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다. 작가는 문제아와 비슷한 어감의 문제방이라는 이름을 통해 남들과 다른 외모가 정말 문제일까?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 듯하다.


제방이는 뚱뚱한 것을 부끄러워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제방이에게 먹는 것은 가장 큰 행복이다. 특히 육개장 사발면 성수와 함께 먹는 참치 마요네즈 삼각김밥의 조합은 그야말로 최고의 맛이다. 작가님의 음식 묘사가 어찌나 뛰어난지, 책을 읽다 보면 당장 편의점으로 달려가 사발면 한 그릇 먹고 싶어진다. 


햄버거 하나를 먹더라도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최고의 맛을 느낀다. 주부인 나도 대충 차려서 빨리 먹고 마는데, 온갖 반찬을 덜어서 데코까지 해서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음식에 대한 예의를 아는듯한?


p.46  제방이는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차려 먹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급 미식가였다.

제방이 베프 영길이는 먹는 것보다 뛰는 것을 좋아하고, 아이들과 잘 어울린다. 제방이와는 정반대의 성격으로 축구도 잘한다. 뚱뚱한 제방이는 축구를 할 때 공을 제대로 차지 못하고 헛발질을 해서 넘어져 웃음거리가 된 이후, 운동을 점점 더 싫어하게 된다. 


그러나 김지현 체육 선생님 덕분에 뜀틀을 넘게 되자 본인도 성취감을 느끼고 엄청 뿌듯해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돼지 한 마리가 날고 있어서 놀랍긴 하더라"라며 놀리는 말에 상처를 받는다. 영길이의 따뜻한 말조차 자신을 놀리는 것처럼 느낀다.


몸을 움직이기 보다 먹기를 즐겼던 제방이는 결국 하루 한 끼만 먹기로 결심한다.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는 사실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p.98  배고픔의 신은 계속해서 제방이를 두드린다. 두드린다기보다는 팬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했다.


나도 배고픔의 신에게 많이 맞아봤다. 살 빼려고 간헐적 단식도 해 봐서 이 표현이 뭔지 너무 이해됐다. 원래는 16시간 동안 물만 먹어야 하는데, 12시간 단식에도 실패했다. 나도 내가 이렇게 의지가 약한지 몰랐다. '마시멜로를 지금 1개 먹을래, 15분 후에 2개 먹을래?'라고 물으면 나는 지금 먹는 스타일이다. 과연 제방이는 성공할 수 있을까?


"뚱뚱한 돼지가 더러운 운동화를 신고..." 아이들이 비웃어도 제방이는 끄떡없었다. 아이들의 생각 속에 박혀 있는 고정관념은 한순간에 바뀌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방이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눈은 조금씩 변한다. 한 번에 쉽게 되는 일은 없다. 변하는 것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제방이는 다이어트를 위해 산책을 시작하며 뜻밖의 사실을 깨닫는다. 그동안 먹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는 것. 스마트폰 화면 속에 갇혀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사는 오늘날의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간접적으로 건네는 따뜻한 안내인 듯하다. 


요즘은 『나는 뚱뚱하다』의 메시지처럼, 타인의 시선에 맞춘 획일적인 미인이 되기보다 "나다운 모습"을 찾는 것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언더커버 미쓰홍>의 강노라나 〈브리저튼〉의 펜엘로페 페더링턴을 보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훨씬 더 예쁘게 느껴진다. 


나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아이는 뚱뚱하든 마르든, 빠르든 느리든, 지금의 자신이 이미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과 부모님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얼마나 깊은 상처가 될 수 있는지, 또는 얼마나 큰 응원이 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오늘 내가 아이에게 건넨 말은, 상처였을까 응원이었을까?


p.168  여러분이 제방이와 함께 기쁘게 내장산 등반을 떠나는 모습을 즐거운 마음으로 상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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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레이블 운영 가이드
김주상 지음 / 좋은땅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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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레이블(Label)이 뭐지? 영어로는 라벨인데? 이런 궁금증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제목만 보고 클래식을 소개해 주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책 표지에 옛날 LP 판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영어 스펠링은 같지만 라벨은 이름표, 레이블은 전문 음반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음반사는 소니나 유니버설 뮤직처럼 좀 큰 회사 느낌이고, 큰 음반사 안에 클래식 전문 레이블, 재즈 전문 레이블이 따로 있다.


과거 LP(Long Play) 원반 레코드 한가운데는 가수 이름과 곡 제목이 적힌 동그란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이 종이를 레이블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점차 그 음악을 만든 회사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굳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표지에 LP 판과 가운데 빨간 레이블 그림이 있는 거였다! 클래식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 아니었다. 음반사는 비즈니스 느낌이 강해서 음악적 정체성을 담은 브랜드 느낌의 레이블을 더 즐겨 사용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클래식 음악 레이블 운영 가이드』는 클래식 음악 레이블 사업과 공연기획, 홍보와 마케팅까지 레이블 운영의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책이다. 저자인 김주상은 피아니스트이자 판타지아 레이블의 대표다.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기획자이자 사업가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냈다. 


음악가는 연주만 잘하면 되고, 음반과 공연은 기획사가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의 편견이 깨졌다. 음악가들이 처한 현실에도 깜짝 놀랐다. 이미 박사학위 소지자만 수만 명이고, 해외 유학파 귀국자도 넘쳐난다는 것이다. 국내 클래식 음악 전공자들의 주된 수입원은 레슨이라, 생계를 위해 연주를 해야 하는데 자비 공연조차 티켓 판매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음악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기획사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공연을 제작하고, 더 많은 음반을 발매하기 위해 레이블 사업을 하게 된 것이다. 피아니스트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무대를 만들고 시장을 개척한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책으로 그 경험을 공유했다는 점도 멋있다.


1장에서는 음반 기획과 악기 본연의 울림만으로 소리를 내는 방식인 어쿠스틱(Acoustic) 사운드 녹음, 믹싱과 마스터링 이해하기, 미리 캔버스 '디자인 만들기'로 앨범 아트 디자인 하기와 디지털 유통 등 레이블 운영의 기초를 다룬다. 음악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나도 이해할 만큼 쉽게 설명한다.


2장에서는 공연 기획의 실제 과정이 나온다. 공연 한 번 하는데 이렇게 많은 것을 신경 써야 하다니. 나는 준비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공연 안 한다고 했을 것 같다. 저자가 새삼 위대해 보였다. 이 많은 걸 다 하고 그걸 또 모두 기록해 놨다가 책까지 냈다는 자체가 너무 훌륭하다.


타깃 관객의 연령대와 규모를 설정하는 공연 기획 과정, 기획공연 연주자를 섭외하고 계약서 작성하는 법, 공연장 대관, 기획공연과 대행 공연 홍보물 제작, 티켓 판매와 공연 홍보와 알바천국이나 당근 마켓 구인을 활용해서 스태프 구하는 법 등 실무를 배운다. 계약서 샘플까지 나와 있어서 유용할듯.


3장은 홍보다. 네이버 인물 정보 등록하는 법, 나무위키 인물 등재하기, 블로그, 인스타, 유튜브 운영, 포털 기사와 바이럴 마케팅에 대해 나온다. 이제는 실력만으로 부족하다. 예술가도 1인 브랜드 시대라는 느낌이 들었다. 스스로 알리는 능력까지 갖춰야 하는 것이다. 


이제 스스로 기획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연주자도 살아남기 어렵다. 저자 김주상은 자신의 길을 어떻게 만들어 갔는지 본인의 실제 경험과 정보를 아낌없이 나눈다. 내 것을 나눈다고 내 것이 사라지진 않는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클래식 전공자뿐 아니라 예술 분야에서 창업을 꿈꾸는 사람, 또는 자신의 콘텐츠를 세상에 알리고 싶은 분들에게 권한다.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 현실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길을 만든 이야기는 든든한 실전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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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스파이입니다
알콩달콩 뚱딴지네 지음 / 좋은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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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알콩달콩 뚱딴지네의 『신입사원 스파이입니다』는 북한에서 파견된 최정예 스파이가 남한의 공공기관에 위장 취업해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남한의 꼰대식 직장 문화를 마주하고, 혼란과 좌절을 경험하며 헤쳐나가는 이야기다. 


주인공의 이름은 서파이(본명 김정금). 그의 임무는 남한의 행정망을 담당하는 한국 인트라넷 진흥원에 위장취업해서 남한 행정망의 구조를 확보하는 것. 세계 최정예 해킹 기술로 신입사원 명단에 그의 이름이 삽입되었다.


그런데 신입 사원 연수는 회사에서 필요한 교육이 아니라 재롱잔치 준비에 불과했고, 회식 자리에 참석해 보니, 실제 사용하고 있는 쓰레기통에 남은 술을 모두 가져다가 붓고, 신입 여사원들의 발을 담갔다가 잘 저어서 쓰레기통주를 만들고 그것을 마시는 게 관례였다! 🗑 


옛날에도 군화에다가 온갖 술을 섞어 마시게 했다던가, 큰 대접이나 사발에 술을 붓고 호기롭게 한 번에 마셔야 하는 사발주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봐서 쓰레기통주가 정도는 훨씬 심하지만 완전히 없는 말도 아닐 것 같았다. 지금도 폭탄주라는 이름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점차 사라져 가는 문화라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는 직장 상사를 잘 모시는 게 사회생활의 기본이었다. "나 때는 말이야, 명절 전에 상사 조상 묘까지 벌초했다니까"라는 말도 과장된 말은 아니다. 나도 남편의 상사 사모님이 호출해서 김장을 도운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남편의 직위가 곧 와이프의 레벨이었고, 안 가면 남편에게 불이익이 간다니 할 수 없이 갔지만, 내 상사도 아닌 사람에게 복종해야 했던 억울하고, 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p.68  자유와 평등이 있다고 배웠던 남한은 알고 보니 눈치와 위계, 조용한 강요가 지배하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이 소설은 이런 억울함과 황당함을 파고든다. 북한에서 온 스파이조차 당황하게 만드는 남한의 직장 문화. 직장 꼰대들 이야기는 현실감이 넘쳐, 누구나 겪었을 법한 회사 생활의 한 장면을 들춰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이런 꼰대 문화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서파이가 이런 문화에 대항해서 싸워 나가는 모습은, 사회 초년생에게는 위로를, 이미 그 시기를 지나온 나와 같은 독자에게는 통쾌함을 선사할 것이다.


그림도 많아서 책장도 술술 넘어가고, 나도 모르게 몰입이 돼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글 사이의 여백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전라도 사투리의 정겨움도 매력 플러스.


서파이는 노조를 만들었다가 부당 해고를 당한다. 이후 우연히 이겨따 변호사를 만나 결국 복직하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인상 깊었다. 법원 소장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도 그렇고, 회사 측이 마지못해 과거 징계 사례들의 구체적인 사유까지 제출하는 대목도 리얼했다. 


실제로 저자가 공공기관에서 노조를 설립했다가 해고당해서 그런지 더 현실감 있게 와닿았다. 


'알콩달콩 뚱딴지네'라는 독특한 필명에서부터 예감할 수 있듯, 유쾌하게 직장 현실을 풍자한다. 상사에게 밉보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서파이는, 어찌 보면 오늘날 대부분의 직장인이 처한 현실이 아닐까? 


서파이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복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근성이 짱이다. 부당한 상황을 그저 묵묵히 따르지 않고, 결국 꼰대들을 물리치고 좀 더 나은 환경으로 만들어 가는 모습이 속 시원하다. 


총 13화로 이루어진 각 장의 제목은 모두 북한 말로 되어있어 재미를 더한다. 려명거리는 북한 평양의 신도시, 오물재는 쓰레기, 농태기는 북한 농민들이 몰래 빚어 만들어 먹던 술, 떼질은 억지부리는 것, 직업동맹은 노종조합, 뼈다구 파내기는 개인의 약점을 파내기 위해 무덤속의 조상 뼈까지 들추어 내는 것, 된방 맞기는 호되게 얻어맞음, 까리는 기회, 역전이김은 역전승, 직승기는 헬리콥터라는 뜻이다. 


처음 들어보는 북한의 낯선 단어들이 내게는 너무나 생소하듯, 꼰대 문화도 서파이의 입장에서는 정말 이해가 안 될 것 같아서 괜히 웃게 된다. 게다가 주인공 서파이의 본명은 김정금이었다! 김정은도 아니고.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바로 다음 편을 기대하게 됐다. 


다음 편이 나온다면 서파이가 좋아하는 최애순을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될지가 가장 궁금하다. 그럼 최애순은 어디서 살게 될까? 남한? 북한?


분량도 부담 없고, 꼰대 응징에, 쓰레기통주 퇴장까지, 속이 뻥 뚫려서 직장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독자에게 딱인 힐링 소설이다. 퇴근 후 침대에서 아무 생각 없이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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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툰 3 - 환경 고전툰 3
강일우.김경윤.송원석 지음, 뉴스툰(이강혁) 그림 / 펜타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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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앞서 출간된 『고전 툰』 정치와 경제 편에 이어 환경 편이 나왔다. 환경에 대한 5권의 고전 속 지혜를 다룬다.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본성과 세상의 흐름을 함께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게 기획된 책이다.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울림을 주는 고전, 청소년들에게 진짜로 말을 걸 수 있는 책을 엄선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나의 생각이 자라서 타인을 이해하게 되고, 사회를 함께 고민하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5권의 고전은 히스토리, 다이제스트, 고전툰, 북토크의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히스토리 : 저자가 살았던 시대와 이 책이 쓰인 배경을 알려준다.

다이제스트 : 각 고전의 핵심 메시지

고전툰 : 고전의 핵심 내용을 만화로 소개한다.

북토크 : 지성인들의 가상대화


나는 북토크가 가장 유용했다. 참여자들의 사상을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해서 기억이 잘 되고,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며, 토론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토크의 마지막은 "당신이 환경보호를 위해 행동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와 같은 질문을 하나 던지고 북토크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핵심 메시지를 정리해 준다. 


정약전형은 우리 자신과 미래세대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치코 멘데스형은 개발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아르네 네스형은 인간의 쓸모와 무관하게 모든 생명체는 그 자체로 소중하기 때문에라고 정리해 주는 형식이다. 


셋 다 맞는 말이지만 나는 미래세대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라는 정약전형이다. 개발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와 모든 생명체는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말은 직접적으로 와닿지가 않아서 아들이 관련된 미래 세대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라고 택했다. 이렇게 자신만의 생각과 의견을 말해보는 연습이 유용했다.


북토크에서 베이컨이 말한 대로 모든 플라스틱이 생분해 소재로 바뀐다면 더 이상 환경 오염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 생각했는데, 생분해 플라스틱은 특정 온도와 습도 조건이 맞아야만 분해가 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집 앞 편의점에서 생분해 봉투를 달라고 하는 대신, 불편하더라도 장바구니를 휴대하기로 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5권의 고전과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은 살충제로 인해 새들이 모두 죽어버려 봄이 와도 더 이상 새소리를 들을 수 없는 황량한 미래를 상징한다.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이 생태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경고하며 결국 DDT 사용 전면 금지 조치가 내려지고, 전 세계적인 환경운동 확산에 기폭제가 되었다.


알도 레오폴드의 『모래 군(郡)의 열두 달(A Sand County Almanac)』은 사계절에 걸친 관찰과 사색을 통해, 인간이 자연을 하나의 생태 공동체로 인식해야 한다는 '토지 윤리'를 정립한 고전이다. 나는 모래군이라는 말에 모래를 의인화한 소설인 줄 알았는데 모레군은 위스콘신 주에 있는 샌드카운티라는 황폐한 모래땅 지역이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Walden)』은 소로가 직접 오두막을 짓고 월든 호숫가 숲속에서 자발적 은둔 생활을 기록한 책이다. 단순한 삶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탐구한다.


조지 퍼킨스 마시의 『인간과 자연(Man and Nature)』은 벌채, 관개, 토지 개간 등 인간의 활동이 기후와 지형, 생태계를 어떻게 변형시키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하며, 인간 문명이 자연을 파괴하는 강력한 지질학적 힘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환경운동의 경전으로 불리는 책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는 흑산도 유배 시기에 직접 조사·채집·관찰한 바다 생물들을 종류별로 기록하고 서식 환경과 용도까지 상세히 정리한 실용 중심의 백과사전이다.


다섯 권의 다이제스트만 읽어도 환경 문제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북토크가 가장 재밌었다. 자연을 연구하는 것은 좋지만 파괴하면,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서 결국 인간도 멸망한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의 생명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레이첼 카슨이 DDT로 새가 사라진 침묵의 봄을 경고한 것도, 알도 레오폴드가 토지 윤리를 역설한 것도,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숲속에서 단순한 삶을 실천한 것도, 조지 퍼킨스 마시가 인간의 활동이 기후와 생태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분석한 것도, 정약전이 바다 생물을 직접 관찰하고 기록한 것도 결국 자연과 인간은 분리된 게 아니라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걸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일상에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비닐봉지 대신 종이봉투나 장바구니를 이용하고,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는 것은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행위를 넘어 대량생산, 대량 소비라는 폭력적인 시스템에 반대한다는 명확한 정치적 의사 표현이 될 수 있다. 


다만 미니멀리즘이나 자발적 불편 운동이 세상을 감동시키기 위한 것이면 안 된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이유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진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결과일 뿐이라는 것!


시대를 초월한 사상가들의 대화를 통해, 왜 환경 문제가 중요한지, 이 시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나도 생각이란 걸 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어른들뿐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적 사고력과 비판력을 길러주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AI 시대일수록 책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인류의 지성들이 시대를 초월해 토론하는 가상 북토크로 AI가 대신할 수 없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보자. 『고전툰』은 나의 삶과 환경과 사회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만드는 출발점이 되어 줄 것이다.


p.174  인간이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 힘을 빌리면 파괴의 힘을 창조와 회복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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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 - 신들의 화폐
안형기 지음 / 좋은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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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라는 제목은, 인간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추악한 욕망이 결국 하나라는 것을 말한다. 겉으로는 정의를 외치는 대통령이지만, 뒤로는 자금을 세탁하는 모습은 동전의 양면처럼 한 몸인 데칼코마니다. 말과 행동은 반대지만 똑같은 데칼코마니같다. 


신들의 화폐란 마치 신처럼 세상의 운명을 결정짓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휘두르는 돈이 아닐까? 그들에게 화폐란 세상을 내 입맛대로 바꾸고 지배하기 위한 신의 권능이고 권력의 도구일 테니까. 내가 쓰는 돈은 그냥 생활의 화폐?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어떤 할머니가 알려주신 삶의 지혜였다.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게 아니라는 것. 사람은 첫 번째 선심엔 모두 고마워하고, 두 번째는 왜 자꾸 선심을 베푸나 이유를 찾고, 세 번째부터는 그게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 선심이 끊기면 적이 된다는 거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것도, 나조차 잊어버려야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한쪽이 늘 양보하고 배려하면 결국 그 관계는 무너진다. 부부도 부모와 자식도 일방적인 사랑은 때로 아픈 상처로 되돌아올 때가 많다. 사랑이 부족한 게 아니라, 넘쳤기 때문이다. 


여주인공 안혜경이 그럼 어디까지 베풀어야 하냐고 할머니에게 물으니, 고마움이 권리로 넘어가지 않는 그 지점에서 딱 멈춰야 한다고 알려준다. 아니면 베풀고 까먹던가. 그 균형이 깨지면 '선도 악을 낳는다!'


p.78  사람이란, 결국 데칼코마니였다. 그녀 역시 자신 안에 또 하나의 다른 나를 품고 살아간다. 한쪽은 정의를 추구하지만, 다른 한쪽은 욕망을 좇는다.


안형기 작가님은 해군 장교 출신으로 한국 IBM 영업대표와 자문 위원을 지낸 IT 전문가이자,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와 한국일보 자문 위원을 거쳐 날카로운 사회 비판적 소설을 집필하시는 분이어서 그런지, 단순한 상상이 아닌 실제로 일어날 법한 미래의 일처럼 느껴졌다.


특히 지하 궁전에 관한 상상은 현대 기술과 자본의 위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 같았다. 국제 정세의 흐름을 읽고, 주식·파생상품 등 경제를 잘 아는 독자에게는 더 리얼하게 느껴질 것이다.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는 국제 정세와 주식에 관해서 잘 몰랐던 나에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여줬다. 


돈을 소수 권력자들이 사용하는 신들의 무기로 보고, 정의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세계를 인질 삼아 자기 배를 채우는 모습을 데칼코마니에 비유한 게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데칼코마니라는 말을 들으면 겉으로는 정의, 뒤로는 내 배 채우기라는 이미지가 떠오를 것 같다.


p.7  인류의 상위 1%의 행복은, 곧 99%의 불행이 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돈이 신이 된 시대에도 인간의 마음을 다시 비추려는 시도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주요 등장인물 이름을 미리 알고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정리해 보았다. 


전동혁(전실장) : 주인공. 대통령 비서실장. 시국사범으로 감형 받아 7년 복역 후 출소. 


안혜경 : 여자 주인공. 전동혁에게 운명적 이끌림을 느낀다. 유토피아 신문사 기자. 


최기영 : 전동혁의 오랜 친구. 변호사.


박창근 부사장 : . 안혜경과 미국 학교 동창. 오성 그룹의 외아들


서지혜 : 안혜경의 절친. 친일파 후손.

김기용 : 서지혜의 남편. 독립운동가의 후손. 문학을 전공한 자칭 소설가. 


이종철(이차장) : 전동혁의 선배. 국정원 제1차장, 일본 스파이.


최상호(가명) : 간첩. 강정연을 키운 아버지 같은 사람. 북한 국가 안전보위부의 최고 수장 최병일.

강정연 : 김동혁에게 자금을 전달해서 함정에 빠뜨림. 영화배우


알프레드 프롬펠 :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가진 미국 대통령


제인 칼로스 :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BR(Briar Ridge Capital)사의 수석매니저로, 월가의 마녀로 불리던 여성. 프롬펠에게 정보를 받아 투자하고, BR 사와 SM(Solomon & Marks Investment)사에 은밀히 귀띔해 주며, 그들로부터 또 고정급과 성과급을 챙긴다. 


한트 케리 : CIA 국장. 제인 칼로스와 은밀한 동맹을 맺고, 프롬펠 대통령을 크게 한 번 골탕 먹이자고 한다.


주식 시장 말고 파생시장은 뭔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p.52  만약 평균 주가지수가 두 배로 뛴다면, 파생시장(선물·옵션·스왑·CDS)은 추천 배, 어쩌면 수만 배의 수익을 안겨 줄 것이다. 


선물은 미리 정해둔 가격에 물건을 무조건 사거나 팔기로 친구와 약속하는 것이고, 나중에 물건값이 오르면 쿠폰을 써서 싸게 사고, 값이 떨어져 손해일 것 같으면 쿠폰을 버려도 되는 특별한 쿠폰을 미리 받아두는 것이 옵션이다. 


나는 매달 용돈을 받고 너는 명절에 몰아서 받으니까 서로 바꾸자거나, 서로 가진 물건을 정해진 기간 동안만 서로 맞바꿔서 사용하는 것이 스왑(Swap)이다. 내가 가진 자전거와 네가 가진 게임기를 일정 기간 동안만 바꿔서 사용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스왑이다.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못 받을까 봐 걱정될 때 다른 사람에게 미리 수수료를 주고, 친구가 돈을 안 갚으면 네가 대신 갚아달라고 약속하는 보험이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 부도 스왑)다. 그래도 잘 이해는 안 되었지만, 이 책을 통해 파생상품 용어를 들어본 것으로 만족했다.


화폐가 신적 권위를 가진 신들의 화폐를 읽으니 단순히 주가가 올랐다는 뉴스만 볼 게 아니라, 그 뒤에서 자금을 움직이는 제인 칼로스나 미국 대통령 프롬펠의 의도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나라 주가가 단순히 국내 상황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금리 결정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좀 이해하게 됐다. 


p.627  결국 행복이란 돈과 권력이 아니라 사람의 온기와 웃음에서 피어나는 것 같아요.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안혜경이 한 말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말한 '이 이야기는 돈이 신이 된 시대에도 인간의 마음을 다시 비추려는 시도'라는 말의 결론으로 딱이라고 생각한다. 신들의 화폐인 돈도 중요하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는 밥 한 끼의 온기가 진짜 신들의 화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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