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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앞에 서고 싶은 당신에게 - 무대 위 40년으로 들려주는 말하기 전략
김선영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4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말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듣는 것이다. 저자는 유치원생들 앞에서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소음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베테랑 유치원 원장 출신 강사의 수업을 참관하며, 발음보다 표정을 풍부하게, 전문 용어보다 캐릭터의 언어로 번역해서 이야기했다. 나는 단 한 번이라도 듣는 사람을 위해 그렇게 준비한 적이 있었나? 준비는커녕 듣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본 적도 없다. 그저 내 말 하기에 바빴었다. 그래서인지 말하기의 기준은 내가 얼마나 잘 전달했느냐가 아니라 상대가 얼마나 이해했느냐에 있다는 말과 말하기의 권력은 말하는 자가 아니라 듣는 자에게 있다는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말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훈련으로 다듬어지는 근육이라고 한다. 이 말 역시 말 잘하는 건 타고나야 한다는 내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결정적인 순간 내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스펙이 아니라 나의 말 한마디라면, 연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먼저 각 장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가져와 봤다.
1. 아나운서
저자는 경상도 토박이에, 키는 153cm, 지방대 출신이라 아나운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단점보다 강점을 찾아 남들보다 더 발전시켰다. 수없이 탈락하면서도 나를 잃지 않는 당당함으로 버티며 결국 삼성 사내방송 아나운서로 14 년을 일했다. 나는 계속 떨어지면 스펙이 부족했다는 둥 온갖 핑계를 대며 포기했을 텐데, 저자는 탈락할 때마다 스스로를 더 단단히 단련시켰다. 지금은 AI가 더 잘 읽는 시대라, 아나운서는 현장과 사람 사이를 읽는 커뮤니케이터가 돼야 한다고 한다. 그 시작은 오늘부터 당장 시작하는 연습에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도 "우리 집 옆집 앞집 뒷창살은 홑겹창살이고 우리 집 뒷집 앞집 옆창살은 겹창살이다." 등 연습 원고를 몇 개 따라 해 봤다. 밤단팥빵 발음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2. MC
MC는 Master of Ceremonies의 약자로 사회자, 진행자라는 뜻이다. 새로운 현장과 사람을 만나고, 무대가 빛나도록 앞에서 돕는 사람이다. 그 실력은 대부분 오프닝 몇 초 안에 판단된다고 한다. 마이크가 갑자기 안 나올 때가 있다. 그때 스태프에게 짜증 내는 MC와 조용히 수습하며 현장 분위기를 잠시 끌어주는 MC, 당신은 다음 행사에 누굴 부르고 싶겠는가? 행사 전 그 지역 최근 기사까지 검색해 내빈 소개 멘트에 한 줄을 더 추가하고, 키가 작으니 발판도 스스로 만들어 챙겨간다는 저자는 물이나 의자가 없을 때도 불평 없이 직접 가져온다. 상황을 탓하지 않고 직접 해결해 버리는 태도에 프로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책에는 상황에 따른 실수 대처법, 행사별 시나리오, 무대 오르기 전 체크리스트 등 MC 실전 노하우가 실려있다. 저자가 직접 수정한 시나리오를 읽으니 격이 확 높아진 게 느껴진다.
3. 강사
강사는 아나운서나 MC와는 달리 나이가 들수록 유리한 직업이다. 똑같이 마이크를 잡지만 강의는 외모나 목소리가 아닌 내용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강의에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강사가 자신의 실패, 흔들렸던 순간, 방향을 바꾼 결정들을 솔직하게 드러낼수록 청중의 마음은 더 깊이 움직인다. 특히 강의 목표는 많이 알려주기가 아니라 하나를 남기기라는 말에 공감됐다. 나 역시 초보 강사 시절,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했기 때문이다. 핵심 하나를 반복해서 강렬하게 남기는 것이 효과적이다. 좋은 강의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경험의 깊이에서 나온고 한다. 강사는 그래서 오래 할수록 강해지는 직업 같다. 저자는 아나운서로 키운 말의 기술이 강사라는 직업에서 새로운 자산이 되어주었고, 나이가 들수록 단단해지는 직업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말하기는 어떤 직업에서든 꼭 필요한 보험 같은 거라고 했나 보다.
4. 리포터
리포터는 현장 속에 숨은 이야기를 발견해 꺼내오는 일을 한다. 리포터의 실력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완성되는데, 말을 잘하는 게 아니라 관찰하는 게 핵심이다. 누가 긴장하는지, 어디서 분위기가 바뀌는지를 먼저 읽어야 한다. 그 감각이 무대에서는 청중을 읽는 힘이 되고, 강의실에서는 학습자를 조율하는 기준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MC와 강사로 일할 때, 가장 큰 도움이 된 경험이 리포터인 이유였다. 리포터의 친화력은 밝은 성격이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섭외 거절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나라면 거절 한 번에 바로 때려치웠을 것이다. 게다가 인터뷰하면 질문 잘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질문을 잘하는 것보다 상대가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한다. 결국 모든 대화의 근본은 경청이지 싶다.
5. 말하기의 본질
말하기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읽는 능력이 아닐까? 이젠 누구나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1인 기업 시대다. 어떤 일에서든 말이 내 가치를 결정짓는다. 어떤 면접 합격생은 "남자친구가 담배를 피운다면?"이라는 질문에 "이왕 피울 거면 우리 회사 국산 담배만 피우라고 하겠다"라고 답해 모두의 기억에 남았다. 저자는 코로나19 때 아나운서라는 사실을 숨기고 기간제 교사로 일했는데, 수능 당일 단 한 번의 방송으로 학생과 동료들에게 큰 신뢰를 얻었다고 한다. 그때 말은 내가 능력이 있다고 믿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단하고 정돈된 목소리로 말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나를 다르게 평가한다. 내가 타인에게 어떻게 들리느냐가 결국 나의 진짜 등급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이크 앞에 서고 싶은 당신에게』는 바로 연습할 수 있는 실전 스크립트와 팁, 체크리스트, 말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까지 말하기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말하기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다듬어지는 기술이다. 그래서 나도 김선영 아나운서의 유튜브와 이 책을 함께 보며 말하기 연습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p.15 당신의 말로 당신의 세상을 바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