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타고 통찰의 나라로
오봉학 지음 / 좋은땅 / 202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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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뽑은 책 속 한 줄은 주황색 <광에 들어간 여우> 이야기에 나오는 "지금 배부름을 포기하지 않으면 자유도 목숨도 잃게 되겠지"라는 말이다. 이야기 속 여우는 광 안에서 먹을 것을 마구 먹다가 배가 불러 구멍에 끼어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고, 결국 하룻밤을 굶어 배를 홀쭉하게 만든 뒤에야 무사히 빠져나온다. "배부름은 잠깐이지만 자유는 살아 있는 동안 계속된다"라고 말하는 여우. 나는 당뇨 전 단계라 단 음식과 빵·떡·면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오늘까지만 먹고 안 먹어야지가 계속되다 보니 몸무게도 다시 늘고 건강도 나빠졌다. 순간의 '맛있음'을 포기하지 못하면 건강이라는 더 큰 자유를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문장과 여우가 계속 떠오른다.


『무지개 타고 통찰의 나라로』는 내가 달달한 거  먹고 싶을 때마다 여우도 참았는데 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안 먹겠다고 판단하게 만든 책이었다. 이렇게 하라는 게 아니라 너 같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무지개가 여러 색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빛이듯, 이 책의 이야기들도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통찰로 이어진다. 이야기 속 질문들이 결국 나를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빨강(본능, 감정)에서는 자기 욕심을 바라본다. 톨스토이 우화 <소와 사자의 사랑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소는 풀을, 사자는 고기를 서로에게 권하지만 결국 헤어진다. 자기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상대를 위한다는 나의 최선이 사실은 내 기준의 강요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맘대로 판단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꼭 물어보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사랑은 많이 주는 게 아니라 맞게 주는 것.


주황(태도) : <광에 들어간 여우>를 통해 욕심은 순간을 만족시키지만, 절제는 삶 전체를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배웠다. 주황의 지혜는 덜 채워서 더 멀리 가는 힘이다.


노랑(관찰, 사고) : 보고 발견하고 연결하는 힘을 기른다. 나는 <양초 한 개로 방을 가득 채운 아들> 이야기의 통찰이 돋보였다. 부자가 세 아들에게 빈방을 가득 채울 것을 사 오라 했다. 맏아들과 둘째는 건초와 솜을 사 왔다. 막내는 불쌍한 아이들에게 돈을 나눠 주고, 남은 돈으로 양초 하나를 사 와 방을 빛으로 가득 채웠다. 아버지는 막내에게 가업을 맡겼다. 나도 맏아들과 둘째처럼 건초나 솜을 사 왔을 거 같다. 빛으로 채우다니, 정말 멋쪘다.


초록(성장) : 시간과 노력, 훈련을 통해 스스로 자라는 법을 배운다. <코는 크게 하고 눈은 작게>라는 이야기는 처음에 '이게 무슨 말이지?' 했다가 고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시작하라는 이야기란 걸 알고 무릎을 탁 쳤다. 조각할 때 코는 크게 만들어야 나중에 더 깎을 수 있고, 눈은 작게 만들어야 나중에 더 크게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완벽해진 다음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일단 시작하고, 부족한 부분을 고쳐가며 성장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랑(공정) : <백정 포정의 소를 잡는 법>이 인상적이었다. 포정은 소의 뼈마디 사이의 틈을 따라 칼을 넣어 힘을 들이지 않고 소를 잡았기 때문에, 수천 마리를 잡았어도 칼이 새것처럼 유지되었다. 억지로 베지 않고, 결을 거스르지 않으며, 힘을 쓰되 과하지 않았다. 지혜란 억지로가 아니라 문제와 어울려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파랑의 지혜는 힘과 조화를 구별할 줄 아는 능력이 아닐까? 상대의 결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 흐름에 맞춰 나를 조율하는 것.


남색(책임) : <촉추를 살린 안영의 말>이 생각난다. 진실을 말하는 용기와 함께 진실이 받아들여지게 하는 지혜가 놀라웠다. 임금이 잡아 놓은 짐승을 촉추가 놓치자 그의 목을 베려 했다. 그때, 안영이 달려와 "촉추는 세 가지 큰 죄를 지었으니 죽어 마땅합니다"라며 죄를 말했다. 짐승을 놓친 것, 임금님이 사람을 죽이게 만든 것, 사람보다 짐승을 귀히 여기는 임금님으로 만든 것. 임금은 이 말을 듣고 촉추를 살려줬다. 안영은 임금의 말을 인정하며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것처럼 유도해 임금님 체면을 세워준 것이다. 말로 이기는 게 아니라 말로 살리는 것이 남색이 말하는 책임의 지혜다.


보라(성찰) : 이 책은 장자의 질문으로 끝난다. 어느 날 장주가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는 꿈을 꾸다 눈을 떴다. "내가 장주로서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인가, 아니면 원래 나비인데 지금 장주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나라는 울타리가 사라지면 우리는 우주의 한 부분임을 알게 된다. 그때 비로소 꽃이 스스로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듯, 존재 자체로 편안함에 이른다. '장주(莊周)'는 장자의 본명이다. 자(子)는 스승이라는 뜻.  


이 책을 읽고 나의 가장 큰 소득은 단 게 먹고 싶을 때마다 "여우도 참았는데" 하며 멈추게 된 것이다. 통찰은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라, 작은 것 하나를 실행하는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색깔별로 통찰을 연습하는데, 그 연습의 시작은 질문이다. 질문을 통해 생각하다 보면 왜 그런지가 보이고, 남의 기준이 아닌 내 기준으로 선택을 하게 되어 조금 더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p.328 질문을 품고 살아가는 당신은 이미 🌈 무지개를 타고 세상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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