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30년 - 우리가 사랑한 300권의 책 이야기
한기호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총평 : 전문가가 알려주는 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 30년. 한국 (출판업계의) 역사와 트렌드 30년도 알 수 있는 귀한 책.
(재미-중, 난도-중하)

1982년부터 출판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출판 비평가이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소장 ‘한기호‘의 저서.
교보문고의 30주년을 기념하여 베스트셀러 30년 역사를 정리했다. 교보문고와 네이버 문학 팀과 협업하여 연재한 내용을 수정하여 책으로 엮었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 동안 연도별로 10권의 책을 소개한다. (총 300권)
책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에 더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책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점, 시대적 상황과 분위기, 동일 저자의 후속작이나 비슷한 부류의 책 등 다양한 정보를 알차게 제공한다.
연도별로 베스트셀러와 함께 한국의 역사적인 사건, 사회 분위기, 대중의 관심사 등을 추려볼 수 있다.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의 한국의 트렌드를 베스트셀러와 함께 체감해 볼 수 있다니, 귀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출판업계 30여 년에 달하는 저자의 짬밥에서 나오는 글솜씨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마치 책 리뷰 영상을 보는 듯한 기분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
책 자체를 읽는 것도 재밌지만, 사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면서 책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후자에 대한 재미를 과거 대중들의 픽과 함께 현장감 있게 충족할 수 있다.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근로자 또는 국내 문학에 유별난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는 특별한 역사 서적이, 일반 독자에게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추천도서 목록이자 독서 길라잡이가 되어줄 수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어디서 책 좀 깨나 읽어본 척하는데 도움이라도 될 것이다.
필자는 개중에서 흥미가 돋는 책을 따로 메모하면서 읽었는데, 훗날 하나씩 소거하며 독파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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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일본사 - 선사 시대부터 고도 경제성장기까지 일본의 2,000년 하룻밤 시리즈
가와이 아쓰시 지음, 원지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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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일본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쉽게 알 수 있다. 다만 메이지 유신부터의 뒷심은 조금 부족한 편이다.
(유익-중, 난도-중하)

아오야마가쿠인 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저자의 대중 역사 서적.
1997년에 출간된 책으로, 한국에서는 2000년과 2014년에 이어, 2020년에 3판 인쇄되었다.
일본 전체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간략하게 설명해 준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분량은 3±1쪽이다.
역사/정치뿐만 아니라, 문화, 종교, 생활, 건축 등 다양한 부문을 아우른다.

서두에서 저자의 집필 목적이 ‘‘흐름‘으로 역사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과연 저자의 목적에 충실한 책이다.
다만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좋다‘라는 멘트는 일본인 또는 일본 역사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한정된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으면 안 되고, 차례대로 읽어나가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배경지식이 없는 입문자용 책에는, 꼭 필요한 덕목이 있다.
바로,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쓰는 것이다.
이 책은 그 덕목을 충분히 갖추었다. ‘하룻밤‘에 다 읽지는 못하더라도,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으면 흐름을 쉽게 소화할 수 있다. 특정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간단하지만 논리적으로 풀어준다. (일본 무사 계층의 탄생과 그들이 권력을 얻게 되는 과정, 잇키의 배경 등)
일본사, 특히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는 근대사를, 비교적 중립적으로 서술한 것 역시 이 책의 장점이다. (침략의 역사를 아주 간단히 다루는 편이긴 하다.)

아쉬운 점은 세 가지다.
(1) 저자의 전공이 근대사임에도 불구하고, 근대에 할애하는 비중이 비교적 적다.
(2) 적은 수의 표가 수록되어 있으며, 사진과 그림은 없다.
(3) 역사적인 맥락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극소수 있다. (노부나가의 편지)

고대 일본부터 에도 바쿠후까지 한 권, 그리고 메이지 유신부터 현대 일본까지 한 권으로 집필했다면, 뒷심도 강한 대중 역사 입문 서적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작은 단점이 보이지 않을 만큼, 일본 역사의 흐름을 간략히 알아가기에는 꽤 적합한 서적이다.
일본 역사에 관심이 있어 공부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흔쾌히 추천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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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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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반전 서스펜스 소설. 등장인물의 심리에 대해 토론해 봐도 될 듯.
(재미-중상, 난도-하)

저자는 와세다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한 이후, 2009년에 데뷔하여 작가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灼熱. 원제를 그대로 번역한 서스펜스 추리 소설이다.
책 제목 『작열』은 시간적 배경인 무더운 한여름과 등장인물의 심적 상태를 동시에 뜻한다고 볼 수 있겠다.

(줄거리) 사키코는 정체를 숨기고 새로운 남편 히데오와 결혼하여, 겉보기에는 행복한 신혼 생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녀만의 목적이 있었으니, ‘히데오가 전 남편을 죽였다‘라는 증거를 확보하여, 사회적으로 그를 매장하는 것이다. 방문의사 히데오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현실을 즐기고 있는데, 과연 어찌 될 것인지...

전 남편의 복수를 꿈꾸는 사키코의 심리와 회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괴로움, 히데오에 대한 분노와 증오, 하지만 웃는 얼굴로 그를 대하면서 생기는 괴리감 등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독자는 사키코의 시점에서 전 남편의 죽음에 대한 의문과 전말, 용의자로 지목되었지만 무혐의로 풀려난 히데오에 대한 의심과 진실을 추리해 볼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키코의 경계심과 증오의 감정이 옅어지는데, 이는 이 소설의 독특한 특징이다.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착하고 성실한 히데오의 애정 어린 모습에, 사키코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열고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전개가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책의 제목으로 보나 책의 표지로 보나, 이야기가 결코 평화롭게 흘러가지 않으리라는 것은 당연하다. 이내 곧 새로운 물증의 등장으로 사키코 내면의 갈등은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으로 전이되고, 긴장감 있는 순간순간이 계속되면서 독자도 덩달아 긴장하게 된다. 특히 과거를 속이고 있던 사키코가 실수를 저지르고, 감정적으로 위기를 무마하려는 상황은 꽤 몰입감 있다.

˝당신, 왜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
˝왜 그렇게 캐묻는 거야?˝

서스펜스, 미스터리, 추리의 기본 덕목인 긴장감이 쫄깃쫄깃하게 살아있는 괜찮은 소설이다.
특별한 트릭이 있지는 않지만, 사키코의 내면 묘사와 후반부로 갈수록 커지는 긴장감이 매력적이다. 깔끔하게 납득할 수 있는 반전과 책을 덮고 나서 인물들의 동기와 심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은 칭찬할만하다.
군더더기 없는 서스펜스 추리 소설을 속도감 있게 읽고 싶다면, 추천해 줄 수 있다.

(아래는 스포 조금 있는 감상)

복수, 속죄, 보호.
현재 시점에서 주요 등장인물들의 동기는 이와 같다.
단호했던 복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지고, 평생을 이어오던 속죄의 마음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승화되고, 이기적인 보호 심리는 모든 사건의 시작과 끝이 되어버린다.
소설을 읽으면서 딱히 나쁜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히데오의 동생 ‘아키코‘가 옳지 않은 방법으로 이기심을 표출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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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발 아니면 누가 그런 생각을 해
이균형 엮음, 정택영 그림 / 정신세계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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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총평 : 재치 있고 위트 있고 센스 있는 비르발 뿐만 아니라, 이를 너그러이 받아주는 아크바르 황제를 놓쳐서는 안 된다. 둘의 케미스트리에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재미-중, 난도-하)

엮은이 ‘이균형‘은 연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했지만, 영성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며 출판사 <정신세계사>의 수많은 서적을 번역하고 있다. 해당 저서는 인도의 오로빌 공동체에서 생활을 하며 엮은 이야기로 보인다.
2009년에 『비르발의 지혜 문답』으로 개정 출간되었지만, 현재는 절판되었다.

무굴 제국의 세 번째 황제 ‘아크바르‘와 그의 명재상 ‘비르발‘의 짧은 우화 54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끔 감정적이긴 하지만, 마음이 넓고 현명한 황제 ‘아크바르‘가 받아주기 때문에, 명재상 비르발이 재치를 마음껏 뽐내며 활약할 수 있다.

단순한 플롯이다.
1. 황제가 다양한 질문이나 요구를 한다. (부당한 처사에 대해 약자들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비르발을 시기하는 인물들이 질문을 하기도 한다.)
2. 비르발이 느낌표 같은 대답을 한다.
3. 황제가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비르발을 칭찬하거나, 문제가 해결된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우화 모음집이다.
황제의 질문에 대해, 비르발과 함께 답변을 생각해 보면서 읽는 재미가 있다.

한 가지 우화를 간략히 보여주자면 다음과 같다.
- 아침 첫 번째로 재수 없는 사나이의 낯짝을 보니, 하루 종일 피곤한 일이 생기는구나. 그를 처형하라.
(답) 폐하, 폐하께선 이 자의 얼굴을 본 것이 어제의 그 모든 말썽을 일으킨 화근이라고 주장하십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는 어제 아침 맨 처음으로 폐하의 얼굴부터 봤기 때문에 애꿎게도 목숨을 잃게 되었노라고 주장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누구의 재수가 더 나쁜가요? 그리고 그것은 누구의 책임입니까?

기분 좋고 가볍게 일독할 수 있는 책이다. (우화 속에서 갖가지 깨달음을 발견하는 건, 독자의 몫.)
악바르 대제와 Birbal(버발)에 대해 찾아봤는데, 무굴 제국 궁중에서 이렇게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후세 사람들이 만들어낸 픽션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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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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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일상적인 이야기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빠진다. 깊은 이해를 원한다면 작가의 삶을 선행학습하기를 추천한다.
(재미-중, 난도-이야기 감상은 하/이해는 중상)

Cathedral.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번.
미국의 단편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표작이다.
당대 미국 서민의 일상을 배경으로 하는 단편 12개로 구성된 단편집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문장으로 이루어진 글은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평이하고 친절하다.
하지만 각각의 단편을 읽었을 때 전하고자 하는 바가 불분명하여, 내용적으로는 불친절하다.
특히 몇몇 단편들은 끝까지 다 읽어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명확히 알기 힘들다. (<보존>은 아직도 모르겠다.)
표제작이자 마지막에 수록된 단편 <대성당>을 읽을 때는 큰 기대를 했지만, 끝내 물음표를 지우지 못했다.
이야기들이 작가 인생의 부침, 경험들과 큰 관련이 있으니, 작가 ‘레이먼드 카버‘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고 독서하기를 추천한다.

그렇다고 이야기 자체가 어렵다는 말은 아니다.
1900년대 중반 미국 서민의 일상의 단면을 본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 된다.
결말을 비롯한 아리송한 부분을 제외하면, 단편 하나하나를 음미하기에 무리는 없다.

『대성당』의 단편들은 다 같이 독특한 내음을 풍긴다.
1. 작가 특유의 문체가 빚어내는 고즈넉한 분위기. (읽어보면 안다. 뭔가 마음이 편안해진다.)
2. 갈팡질팡 고민하고, 걱정과 생각이 많은, 행복하다고 하기는 어려운 등장인물들.
3. 약간은 찜찜하기도 한 아리송한 결말. 하지만 계속될 것만 같은 녹록지 않은 일상.
어울린다고 할 수 없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서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오랫동안 사용하던 안락의자라서 익숙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그런 느낌이랄까.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단편 12편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스스로 발견하는 건 불가능했다. 소설 뒤에 실린 옮긴이의 해설을 읽으며 뒤늦게 아는 척 맞장구치는 것으로 독서를 마무리했다.
단편집 전체를 조망하지는 못했지만, 여러 단편들을 나름대로 맛본 것으로 만족한다.
단편집의 전체적인 흐름과 깊이는 수년 후에 재독할 때 제대로 감상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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