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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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반전 서스펜스 소설. 등장인물의 심리에 대해 토론해 봐도 될 듯.
(재미-중상, 난도-하)

저자는 와세다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한 이후, 2009년에 데뷔하여 작가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灼熱. 원제를 그대로 번역한 서스펜스 추리 소설이다.
책 제목 『작열』은 시간적 배경인 무더운 한여름과 등장인물의 심적 상태를 동시에 뜻한다고 볼 수 있겠다.

(줄거리) 사키코는 정체를 숨기고 새로운 남편 히데오와 결혼하여, 겉보기에는 행복한 신혼 생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녀만의 목적이 있었으니, ‘히데오가 전 남편을 죽였다‘라는 증거를 확보하여, 사회적으로 그를 매장하는 것이다. 방문의사 히데오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현실을 즐기고 있는데, 과연 어찌 될 것인지...

전 남편의 복수를 꿈꾸는 사키코의 심리와 회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괴로움, 히데오에 대한 분노와 증오, 하지만 웃는 얼굴로 그를 대하면서 생기는 괴리감 등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독자는 사키코의 시점에서 전 남편의 죽음에 대한 의문과 전말, 용의자로 지목되었지만 무혐의로 풀려난 히데오에 대한 의심과 진실을 추리해 볼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키코의 경계심과 증오의 감정이 옅어지는데, 이는 이 소설의 독특한 특징이다.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착하고 성실한 히데오의 애정 어린 모습에, 사키코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열고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전개가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책의 제목으로 보나 책의 표지로 보나, 이야기가 결코 평화롭게 흘러가지 않으리라는 것은 당연하다. 이내 곧 새로운 물증의 등장으로 사키코 내면의 갈등은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으로 전이되고, 긴장감 있는 순간순간이 계속되면서 독자도 덩달아 긴장하게 된다. 특히 과거를 속이고 있던 사키코가 실수를 저지르고, 감정적으로 위기를 무마하려는 상황은 꽤 몰입감 있다.

˝당신, 왜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
˝왜 그렇게 캐묻는 거야?˝

서스펜스, 미스터리, 추리의 기본 덕목인 긴장감이 쫄깃쫄깃하게 살아있는 괜찮은 소설이다.
특별한 트릭이 있지는 않지만, 사키코의 내면 묘사와 후반부로 갈수록 커지는 긴장감이 매력적이다. 깔끔하게 납득할 수 있는 반전과 책을 덮고 나서 인물들의 동기와 심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은 칭찬할만하다.
군더더기 없는 서스펜스 추리 소설을 속도감 있게 읽고 싶다면, 추천해 줄 수 있다.

(아래는 스포 조금 있는 감상)

복수, 속죄, 보호.
현재 시점에서 주요 등장인물들의 동기는 이와 같다.
단호했던 복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지고, 평생을 이어오던 속죄의 마음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승화되고, 이기적인 보호 심리는 모든 사건의 시작과 끝이 되어버린다.
소설을 읽으면서 딱히 나쁜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히데오의 동생 ‘아키코‘가 옳지 않은 방법으로 이기심을 표출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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