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미니북)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하소연 옮김 / 자화상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위대胃大한 개츠비는 남들보다 위가 커서,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다. 주말마다 화려한 파티를 여는 개츠비의 집에서는 소위 개츠비의 ‘먹방 쇼‘가 펼쳐지는데, 많은 손님들이 그의 대단한 먹성과 우아한 식사 모습에 열광한다. 개츠비가 이렇게 음식을 흡입하며 이름을 알리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

책을 읽기 전에 우스갯소리로 적었던 농담이고... 줄거리는 생략하겠다. 워낙 유명한 책이니까.

★★스포 있습니다★★

제목이 왜 ‘위대한‘ 개츠비인지 알겠다. 닉의 입장에서 바라본 개츠비는 가히 위대하다. Great.

개츠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개츠비는 데이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하는 로맨티스트이다. 첫눈에 반해버린 데이지와 함께 하기 위해 모든 걸 거는 그의 모습은 너무도 로맨틱하고 순애보적이다.

˝개츠비가 구입한 집은 데이지가 사는 집의 바로 맞은편 해안에 있으니까요.˝ (137p.)

흥분이 가득한 환희를 거친 지금의 그는, 그녀가 자기 눈앞에 있다는 경이로움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이 일만을 꿈꿔왔다. 그는 오늘의 과정을 머리에 수없이 그려왔을 것이고, 또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집중력으로 이를 악물고 기다려왔던 것이다. 이제 그는 너무 세게 감은 시계의 태엽처럼 그 반동으로 모든 것이 풀려 버리려 하고 있었다. (160p.)

개츠비가 기억하던 데이지와 현재의 데이지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사랑하는 모습에서는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해피엔딩은 어려울 거라고 암시하는 것만 같다.

˝그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어요.˝ (210p.)

한편 그는 자수성가한 부자이기도 하다. 불법적인 일을 해서 돈을 벌었다는 톰의 폭로에 의아함이 들었지만, 해설을 읽고 어떻게 된 사정인지 알 수 있었다. 1920년대의 미국은 금주령이 시행되고 있었고, 개츠비는 여러 개의 약국을 운영하며 몰래 술을 팔았던 것이다.

톰과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비극적인 결말이 다가올 때, 개츠비의 행동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데이지는 톰을 사랑한 적이 없다.‘라는 말을 반복할 때는 왜 이러나 싶었다가, 끝내 데이지의 엄청난 잘못을 본인이 뒤집어쓰는 희생적인 모습을 보고는 탄식했다. 개츠비의 로맨틱한 반전이 여러 번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개츠비가 더 고귀해 보이고 위대해 보인다.
개츠비가 더 빛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있다. 이 소설에서 개츠비와 닉을 제외한 상류층 사람들은 그럴듯하게 행동하고 우아한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그들의 실상과 내면은 추악하고 위선적일 뿐이다. 개츠비가 일편단심으로 사랑하고 원했던 데이지마저! (개츠비가 아깝다.)
개츠비의 파티를 공짜로 즐겼던 사람들 중 딱 1명(개츠비의 서가를 보고 감탄하던 노인)을 제외하고 아무도 개츠비의 장례식에 오지 않았다. 개츠비의 성대한 파티와 대비되는 개츠비의 조촐한 장례식은 쓸쓸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거짓된 사람 없이 극소수의 진실된 사람들이 개츠비의 마지막을 지킨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하려나.

˝그 사람들은 하찮은 인간들입니다.˝
나는 잔디밭 너머로 외쳤다.
˝당신은 그 사람들 전부를 한데 모아 놓은 것만큼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내가 그 말을 한 것을 그 후에도 내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내가 그에게 해준 유일한 칭찬이었기 때문이다. (275p.)

1920년대 미국의 상황을 모르는 나로서는,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과 캐릭터, 사건 등이 어떤 상징을 나타내고 무엇을 암시하는지는 패스하겠다. 그냥 이야기 자체를 충분히 즐겨도 좋다고 생각한다.
깔끔한 이야기 진행에 흠잡을 것이 없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 허투루 쓰인 것이 없는 듯하다.
<위대한 개츠비>라는 명작의 맛을 느낄 수 있었던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나중에 또 읽어봐야지.
다른 리뷰들도 읽어보고 영화도 찾아봐야겠다.

(여담) 2016년 5월에 처음 읽었을 때와 달리,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이 소설에 큰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는데.... 5년 이상 지난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래도 소설에 대한 내공이 쌓였나 보다. 은근히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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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본 임진왜란 - 근세 일본의 베스트셀러와 전쟁의 기억
김시덕 지음 / 학고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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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7~19세기의 일본인들이 이야기해온 임진왜란을 전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제까지 한국 사회에서 임진왜란을 이해하는 방식은 한쪽에 치우치거나 협소했던 것이 사실이다.‘(6p.)라고 말한다. 일본의 문헌들을 비교 분석하면서 에도시대의 일본인들이 임진왜란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알려준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들을 용기가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9p.)라고 서두에 경고한 것에 비해, 엄청 새롭거나 충격적인 정보는 없었다. 그래도 임진왜란을 다르게 바라보고 해석하는(약간 왜곡하는) 사료를 보는 재미는 충분하다.
임진왜란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일독해 볼 만하다. 일본 현지의 과거 문헌과 사료들을 비교 분석하여 이렇게 책을 엮어냈음에 가치가 있다.

아무래도 일본인의 입장에서 쓴 문헌들이기 때문에, 일본에 유리한 입장을 말하는 것이 대다수다. (애초에 일본에서 임진왜란을 비중 있게 다루지는 않지만...) 자신의 가문에 유리하도록 이야기를 각색하는 경우도 꽤 있다.
임진왜란을 원과 고려의 일본 침략에 대한 정당한 복수로서 ‘조선 정벌‘이라고 한다는 입장이 그럴듯한 핑계로 느껴졌다.
행주대첩을 일본은 패배로 보지 않는다는 기록도 있다. (다이코기에는 ‘50만의 명군‘의 요새를 공격했지만 함락되지 않았다.‘라고 한다.)

임진왜란을 통해 후세에 평판이 좋아지고 인기를 얻은 인물은 ‘가토 기요마사‘이다. 고니시 유키나가와 함께 임진왜란의 선봉장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그를, 많은 문헌에서 우직한 용사이자 인정도 많은 영웅으로 해석했다. 가토는 부풀려지고 미화되고 칭송받고, 결국 신격화된다. (가토뿐만 아니라 수많은 역사적 인물을 신으로 모시는 관습은 참 독특한 일본의 문화이다.)
가토는 쇄국시대의 일본인들에게는 잊히고 만 광대한 세계를 배경으로 외국군과 전투를 벌이며 인간 세계의 끝까지 오고간 모험담의 주인공인 것이다.(96p.)

섬라국(타이)가 임진왜란에 참전하려 했다는 기록과 히데요시 암살 미수 사건, 독살 야사 에피소드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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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블랙버드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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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포 없음)

내가 애정하는 이사카 코타로의 걸작을 다시 읽어보았다.
독특하다. 독특한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하고 엉뚱한 상황 속에서 거듭되는 이별이 참 묘하다.

호시노 가즈히코.
어쩌다 보니 다섯 여자와 사귀다가 차례로 이별을 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30살 남자.
다섯 다리를 걸치는 인간이라면 사회통념상 질타 받아야 마땅하겠지만, 가즈히코가 무책임해 보이고 한심할지언정 미워할 수는 없는 캐릭터이다.
주로 가즈히코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의 감정과 기억과 생각을 보면 나쁜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선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계산적이지 않아서, 그저 좋아하면 사귀고 보는 그런 타입이랄까. 그래서 사회통념의 잣대를 들이밀기가 망설여진다.

˝누구든 하나를 선택할 생각은 아니었어. 누구와 함께 있어도 즐거웠어. 그렇게 계속 관계가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104p)

마유미.
가즈히코를 감시하는 일을 하고 있는, 180cm 180kg의 규격 외 여자.
덩치뿐만 아니라 행동거지도 규격 외다. 타인의 아픔을 즐기는 무적에 가까운 거친 캐릭터이다.
호시노 가즈히코의 이별 인사 퍼레이드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은근히 가즈히코와 합이 맞아 독자에게 갖가지 재미를 선사한다.

총 5번의 이별, 그리고 호시노 가즈히코가 마침내 ‘그 버스‘에 올라타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미 수차례 읽었던 터라 대략적인 줄거리는 알고 있었다. 3번째 이별까지는 나쁘지 않게 읽었다. 하지만 4번째 이별부터 내 마음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내가 이 책을 왜 그렇게 좋아했던 건지 다시 실감했다.
단편 하나하나가 탄탄하다. 각각의 단편이 다양한 감동을 만들어낸다. (아무래도 5번째 이별이 제일 마음에 든다.)
결말마저 너무나 환상적이다. 만족스럽다. 희망을 꿈꾸며, 희망을 간절히 바라며, 책을 덮었다.

고민하다가 4.5점을 준다.
엉뚱함 속의 감동과 재미가 나의 취향을 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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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22-02-21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행운과 행복님 저 waxing moon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성석 2022-02-21 16:17   좋아요 1 | URL
영성님? 오랜만이에요! 건강히 잘 지내셔사요? 저는 이제 막 졸업해서 취준 중입니다ㅠㅠ

커피소년 2022-02-21 16:19   좋아요 1 | URL
그러시군요. 고생하셨습니다. 지금은 한참 힘든 시기를 보내시고 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행운과 행복님의 실력이라면 반드시 좋은 곳에 취업하여 잘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힘내세요.
 
나의 야구는 끝난 것이 아니다 - 한국을 꿈꾸는 메이저리거들
민훈기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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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한창 관심이 있던 2013년에 사서 읽었던 책을 다시 읽었다.
민훈기 기자가 KBO 8구단의 외인 19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반가웠다.
내가 응원하던 두산의 프록터와 니퍼트부터, 익히 들어왔던 주키치, 리즈, 사도스키, 탈보트, 나이트, 벤 헤켄, 로페즈, 가르시아... KBO 리그에서 뛰었던 19명의 외국인의 야구 인생 이야기를 글로 세세히 만나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는 ‘브라이언 코리‘이다.
2011년에 롯데 자이언츠에서 잠깐 뛴 투수로 내 기억 속에는 없던 선수였지만, 그의 인생 이야기는 가히 감동적이다. 수많은 부상과 웨이버 공시, 갑작스러운 트레이드와 빅 리그 호출, 그리고 방출 등 불운과 우여곡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정신력은 정말 본받을 만하다. 야구에 진심으로 대하는 그 모습까지... 정말 책에 있던 말마따나 그의 인생을 책으로 써내도 될 정도이다.
끝없이 도전하고 무너지지 않는 브라이언 코리의 모습은 내가 너무 지치고 힘들 때 종종 기억날 것만 같다.

많은 야구 선수들이 빅 리그로 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산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결국 한국의 KBO 리그까지 오게 되는 과정을 보면,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순탄한 인생을 살아왔는지 실감하게 된다. 정말 멋지다들... 내가 언젠가 그런 멋지고 용감한 도전을 할 날이 올까..

아무래도 민훈기 기자가 각각의 야구 선수들을 직접 인터뷰하여 옮긴 내용이기 때문에, 딱히 나쁜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나무위키를 살펴보면 책에서 좋게만 묘사되는 모습과는 달리, 의아한 점이 있는 선수들도 좀 있다.
이혼 전의 니퍼트는 가정적인 모습으로 묘사되고 은퇴 후에는 고향(미국)으로 돌아갈 거라고 했지만, 현재는 한국인 아내와 재혼하여 한국에서 살고 있다. 리즈는 게으르고, 주키치는 다혈질의 성격으로, 인터뷰와는 달랐다.

미래를 위해 경영학과 증권 중개인 공부를 한다는 스캇 프록터와 우여곡절이 많았던 유먼 메달의 주인공 셰인 유먼, 임팩트가 너무나도 강했던 카림 가르시아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가르시아의 한화 복귀 이후 보여주는 홈런 퍼레이드는 정말 멋지다. 이때 한화 팬들은 야구가 정말 재밌었을 것 같다.

책과 나무위키를 병행하며, 그들의 이야기와 추억을 즐길 수 있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 초반까지 KBO 리그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꽤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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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수학 - 회사에서 초등수학이면 충분하다!
후카사와 신타로 지음, 위정훈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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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학습과 스도쿠를 제외하고, 숫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책은 처음으로 기록하는 것 같다.
현재의 나에게 어떻게든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한 권 읽어보고 싶어서 선택했다.

(사무직) 직장인들을 위한 비즈니스 수학 서적이다.
아직 일을 하고 있는 상태가 아닌 나보다는, 열일하고 있지만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추천한다. 본인의 업무 방식과 사고방식이 효율적인지 되돌아보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가볍게 읽기에 나쁘지 않다.

갖가지 수학 기술을 알려주기 보다 수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학창 시절 수학에 대한 호불호와 실력을 떠나, 깊은 수학적 지식이 없어도 괜찮은, 비즈니스에 유용한 수학적 사고방식을 알려준다.
숫자를 통해 좀 더 설득력 있고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차피 확실하게 수치화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수학적 근거에 의해 합리적으로 어림셈하면 된다.
간단한 예제와 예시를 통해 흥미와 이해도를 잡는다. 차근차근 설명해줘서 함께 공부하는 기분이다.

아래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다.
- ‘인도 수학‘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는데, 관심이 생겨 유튜브에서 조금 찾아보았다. 와우! 두 자릿수 곱셈의 신세계가 열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 배리법 : 가정에 반함으로써 진실을 제시하는 방법
- 상관 분석 : 서로 다른 데이터의 관계 정도를 수치로 측정한 것.
(+/-는 양/음의 상관, 0에 가까울수록 관계성↓, 절댓값 1에 가까울수록 관계성↑)
엑셀 함수 : CORREL(,)

내가 이해하기에 어려운 부분은 거의 없었다.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부분도 꽤 많았다.
어쩌면 꾸준하게 초중등 수학을 접하고 숫자를 사용한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수학적 사고의 필요성과 약간의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음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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