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정원 - 몽크스 하우스의 정원 이야기
캐럴라인 줍 지음, 메이 옮김, 캐럴라인 아버 사진 / 봄날의책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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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9월에 버지니아는 이렇게 적을 수 있었다. "일기에 쓸, 대단히 심오한 관심사가 너무도 많다. 영혼과 영혼 사이의 대화라든지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걸 그냥 흘려보낸다. 왜? 금붕어에게 먹이를 주고, 새 연못을 바라보고, 잔디볼링을 하느라. (...) 행복." - P104

1939년 7월, 다른 종류의 전쟁이 있었다. 바로 ‘온실 사건‘이다. 레너드는 온실에 꽤나 열정적이었고, 이미 과수원 서쪽 벽 옆에 커다란 온실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위 왼쪽 사진은 담이 있는 정원의 사진인데, 한 귀퉁이에 온실이 보인다. 7월에 레너드는 버지니아에게 의견을 구하지도 않고 분홍색이 도는 벽돌로 새 온실의 기초 부분을 쌓기 시작했다. 온실이 모습을 갖춰갈수록 "버지니아는 기분이 안 좋아졌다. "두통. 죄책감. 후회・・・・・・ " 버지니아는 일기에 썼다. 두 사람이 싸우는 일은 드물었지만 이번엔 충돌이 있었다. "그 추한 건물대(對) L의 바람. 이렇게 괴로워할 가치가 있는 일일까? 아침에 목욕하던 중에 레너드가 왔을 때 그냥 공사를 계속하라고 했어야 했나? 버지니아는 그러지 않았고, 온실은 헐린다. 둘의 관계는 껄끄러워진다. 버지니아는 그 아침에 썼다.
"(우중충하고 맘이 몹시 불편한 오늘- 온실 사건의 아침, 나는 기분이 처지지 않게 휘파람을 불고 있다.) 이제 점심시간을 잘 넘겨야 한다. 짜증나는 점은, L이 내가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데 능숙하다는 것이다. 그의 독단. 그렇게 행동하면 편하겠지. ‘오, 당신은 그게 싫다고요. 그렇다면 당신 말을 따르기로 하죠." 이런 일이 있고 그날 저녁 두 사람은 약간 성이 난 채로 볼링 시합을 한다. 저녁 늦게 버지니아는 레너드에게 묻는다.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나요?" 레너드는 답한다. "그 누구보다 아름다워요." 10 다음 날이 되자 "온실 대사건"은 마무리된다. - P143

버지니아의 편지와 일기에서 나는 대단히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본다. 침실에서 훨씬 성공적으로 결혼 생활을 시작한 부부라도 그런 정도의 친밀함을 누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 29년 동안의 결혼 생활에서 레너드와 버지니아는 떨어져 있은 적이 거의 없다. 혹시라도 떨어져 있을 때 둘의 편지엔 장난기와 애정이 넘친다. 편지에서 둘은 서로를 애태우며 시시덕거린다. 상대를 동물 이름으로 부르고, 다시 만나면 ‘코를 비비고‘ ‘물어뜯고 싶다는 말을 한다. 둘에게 서로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버지니아는 언젠가 친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한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라고 생각해?" 그러고는 혼자 대답하길, "나는 이런 순간이라고 생각해. 자기 집 정원을 걸으며 시든 꽃 몇 송이를 꺾다가 문득 생각하는 거야. 나의 남편이 저 집에 산다. 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한다." 비타의 롱반 자택을 다녀와서 버지니아는 쓴다. "집에 돌아오니 정말 좋다. (...) 전혀 따분하지 않았어. 내 결혼은 말이지. 전혀." 버지니아 사후 그의 일기를 읽기 전까지는 버지니아와 비타의 관계가 얼마나 깊었는지 레너드가 전부 알지는 못했을 수도 있다고 빅토리아 글렌디닝은 말한다. 내 생각으론, 버지니아가 다른 누구와도 성적인 관계를 성공적으로 갖기 어려울 것임을(비타가 그런 관계를 가져볼최선의 기회이긴 했다) 레너드는 누구보다 잘 알았고, 따라서 비타와의 관계가 결혼생활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버지니아 자신도 일기에 이렇게 적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계속한다. 생기 넘치며 훌륭한 관계, (영적으로) 순수하고내 생각엔 좋은 점만 있는 관계를. 레너드에게는 약간 싫은 일이지만 그를 걱정시킬 정도는 아닌 관계. 한 사람에겐 여러 관계를 위한 공간이 있다. 그게 진실이다."
그럼에도 분명 레너드는 버지니아에게 존재의 중심이었다. 버지니아는 그의 판단을 완전히 신뢰했다. 파티라든지 너무 큰 자극이 될 만한 일들을 레너드의 뜻대로 삼가야 해서 실망하고 때로 격분했을 때조차 그랬다. 레너드가 아플 때 버지니아는 여느 때와 반대로 자신이 그를 돌본다는 걸 즐거워했다. 페미니스트로서 신념을 지녔지만 결혼 관계 안에 있다는 것을 좋아했고, 가정생활도 즐겼다. 병 때문에 아이를 갖지 않은 일에 관해 남긴 일기들은 가슴 아프다. 1937년 10월 버지니아는 파리에머물던 버네사를 방문하려고 한다. 그 얼마 전 아들 줄리언이 죽은 후 침묵 속에 있던 버네사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레너드는 버지니아가 가지 않길 바란다. 버지니아는 일기에 쓴다. "나는 행복에 휩싸였다. (...) 그러고 나서 우리는 다정히 공원 주위를걸었다. [결혼한 지 25년이 지난 우리는 떨어지는 걸 견딜 수 없어한다. (...) 그가 나를 원한다는 게, 아내라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우리의 결혼은 너무도 완전하다."
서로의 뛰어난 지성에 대한 존경이 두 사람의 행복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호가스 출판사에서의 공동 작업, 정치적 공감, 그리고 무엇보다 버지니아가 아플 때 레너드의 헌신적인 돌봄도 그들이 누린 행복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버지니아는 레너드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에 쓴다. "우리만큼 행복했던 두 사람은 없을 거예요." - P184

글 쓰는 여성이자 아픈 사람으로 산 울프를 불운의 집합으로 제시하는 이 같은 초상을 마주칠 때마다 나는 뭔가 갑갑하다고 느꼈고, 이 갑갑하다는 감정에 모욕감과 분노가 섞여 있다는 걸 점점 자각하던 차에 너무도 산뜻하게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책<버지니아 울프의 정원>을 만났다. 버지니아 울프가 22년간 살았던 몽크스 하우스와 그곳 정원을 주제로 한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은 그의 인생을 불행의 목록으로, 나아가 죽음으로 치환하는 이야기들의 반대쪽에 있다. 이 책은 몽크스 하우스를 배경으로 위대한 작가의 평범하고도 특별한 하루를 보여주고, 생활과 생계와 작업과 사교와 놀이의 나날을 따라가면서 울프의 다른 초상을 담아낸다. 공들인 자료조사, 애정과 즐거운 상상력과 위트가 담긴 서술 을통해 이 책이 그려내는 버지니아 울프는 비극의 정동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소환되고 소비되는 아이콘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성실하고 치열하게 매일 노동한 작가이고, 욕실을 마련하기 위해 글쓰기로 돈을 벌자고 결심하는 생활인, 정열적인 산책가, 수다와 농담과 가십을 사랑하고 시가와 음악과 스포츠를 즐긴 사람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몽크스 하우스를 구입한 직후에 쓴 편지의 말처럼 그곳은 정말로 그가 죽은 곳(우즈강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이자 묻힌 곳이 되었다. 그러나 그 편지의 무덤이라는 단어는 죽음을 향한 충동이 담긴 말이라든지 죽음을 예감하는 말이 아니라, 자신이 정박할 자리를 마련한 사람의 흡족함과 그곳에서 펼쳐질 날들에 대한 기대가 담뿍 담긴 말이었다. 버지니아울프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는 죽음 이야기, ‘무덤‘이야기가 될 때가 많지만, 이 책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이 풀어내는 건 삶 이야기다. 우리는 ‘그곳에서 펼쳐진 날들‘을 본다. 고통과 고난도 분명 거기에 있지만 그럼에도 책 전체에 울려 퍼지는 것은 아름다움, 기쁨, 유머, 관능, 열정, 욕망으로 찰랑대는 삶이다.

픽션은 거미줄과도 같습니다. 네 모서리가 삶에 아주 살짝 붙어 있는 그런 거미줄과도 같지요. 그 부착 부분이 눈에 띄는 때는 드뭅니다. (...) 이 거미줄은 육체를 지니지 않은 어떤 존재가 공기 중에 짜놓은 것이아니라 고통받는 인간이 만든 작품이며, 건강, 돈, 사는 집처럼 지극히 물질적인 것들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 P199

<자기만의 방>을 출판하기에 이르는 1928년부터 1929년까지의 기간이, 이전 책들의 몇 배에 달하는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올랜도>의 인세로 울프가 몽크스 하우스에 ‘자기만의 방‘을 증축할 계획을 세우고 공사하는 기간과 겹친다는 사실을 짚고 싶다(《자기만의 방>은 1929년 10월에 출간되고,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같은 해 12월에 완성된다). 이시기에 울프의 일기와 편지엔 ‘방‘ 이야기가 빈번한데, <자기만의 방> 작업과 관련된 언급일 때도 있지만 몽크스 하우스에 새로 만드는 실제 ‘자기만의 방‘일 때가 많다. "돈을 벌면 집에 한 층을 더 올려야지." "<올랜도> 판매가 아주 잘됐어요. (...) 방을 더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답니다." "다음 주에 필콕스를 불러서 방을 설계할 것이다. 방을 짓고 가구를 들여놓을 돈이 내겐 있다." "기사 네 개를 더 쓰기로 했다. 얼마가 들든 나의 새 방을 가질 수 있다." "언제나 갖 고 싶어 한 사랑스럽고 멋진 방". "나의 완벽한 방". 전망 좋은 새 방이 생겼다는 흥분과 기쁨뿐아 니라 자신의 노동으로 원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꾸밀 수 있다는 사실에서 나오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몽크스 하우스의 ‘자기만의 방‘에 대해 알고 나면 <자기만의 방>에 담긴 울프의 통찰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예술작품은 공중에 홀로 떠서 영롱하게 반짝이는 거미줄처럼 보이곤 하지만 사실 몸을 지닌 인간이 만든 것이며 어딘가-건강, 돈, 사는 집에ㅡ에 붙어 있는 것이라는 통찰. <자기만의 방>의 전면에선여성에게 박탈된 것들이 주로 이야기되지만, 그 배경엔 젊은 시절의 경제적 순진함에서 벗어나 이렇게 (특히 여성이 작가로 사는데) 물질적 조건의 중요성을 배워가고 경제적 능력과 자신감을 획득해간 울프 자신의 역사와 변화가 있다.
몽크스 하우스는 울프가 엮고 지은 거미줄의 네모서리가 붙어 있는 곳이었다. 아프거나 건강하거나 우울하거나 즐거운 몸으로 그 특정 장소에서 보낸 ‘모든 것이 아름답게 딱 맞물리는‘ 하루와 앓기와 휴식의 나날들에서 그의 작품의 씨줄과 날줄이 뽑혀 나왔다. 점심을 먹으러 글쓰기 오두막에서 돌아오는 버지니아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는지 여부로 그가 오전에 쓴 글이 소설인지 아니면 비평인지를 알수 있었다고 레너드는 말한다. 때로 고통스럽지만 그렇게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환희에 찬 비상을 할 수 있게 해준 단단한 지반, 아픈 사람으로 살면서도 방대한 양의 글을 남길 수 있게 한 토양, 버지니아 울프가 몇번이나 딛고 다시 삶으로 떠오른 기반암, 그곳이 바로 몽크스 하우스였다.

로드멜에서 좋은 주말을 보내고 돌아오다 -침묵, 책 속으로 깊고 안전하게 가라앉기, 그러곤 밖에서 산사나무가 흔들리는 소리, 마치 파도가 부서지는 것 같은 소리를 들으면서 맑고 투명한 낮잠, 정원의 모든 초록 터널과 둔덕들. 깨어나니 덥고 고요한 낮. 보이는 사람도 없고, 방해가 되는 것도 없다. 우리만의 장소. 천천히 가는 시간.
-1932년 6월 13일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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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
메리 파이퍼 지음, 안진희 옮김 / 위고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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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사들은 참과 거짓을, 깊음과 얕음을, 일시적인 것과 장기적인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헤밍웨이가 말한 "거짓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직관"입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생각과 정직하지 못한 긍정적 확언은 절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P46

좋은 심리치료는 마음의 풍경을 바꾸어야 합니다. 심리치료를 받은 이후 사람들은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행동은 바뀔 수 있습니다. 화가 날 때마다 폭력을 휘두르던 사람도 그 화를 대화로 풀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사람들은 이전과 다르게 생각하고 느끼게 됩니다. 어떤 아내는 심부름을 하는 것이 남편의 애정 표현 방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됩니다. 어떤 딸은 아버지가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아버지가 될 일은 결코 없겠지만 어쨌든 아버지를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 모든 것은 균형의 문제입니다. 저는 소심하고 불안감이 심한 사람들에게 더 강해지고 대담해지라고 격려합니다. ㅂ또한 남자다움을 과시하는 남자들에게는 좀 더 온화해지고 좀더 자기표현을 잘할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켄이 기억납니다. 그는 술, 도박, 섹스에 대한 욕구를 이기지 못하는 남자였습니다. 저는 그에게 속도를 늦추라고 권했습니다. 저는 그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술을 마시거나 도박을 하거나 처음 보는 사람과 섹스를 하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물어볼 수 있을까요?" 저는 켄에게 하루에 몇 분만이라도 방해거리 없이 혼자 앉아서 천천히 호흡을 하고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려보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는 속도를 늦추는 일을 대단히 두려워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속도를 늦추는 일에 성공했을 때, 그는 자신의 내면이 황무지라는 사실에 몹시 우울해했습니다. 하지만 몇 주간 슬픈 감정들을 겪은 후 그는 조금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 P69

공짜 점심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짜 변화는 없습니다. 저는 점진적인 변화를 좋아합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스즈키 신이치 박사를 모범으로 삼고 있습니다. 스즈키 박사는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도록 가르치는 심리치료법을 개발했습니다. 그는 걸음을 가볍게 조금씩 걷는다면 누구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결국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걸음을 걸을 때 한 번에 성큼 걸으려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런다고 해도 넘어질 때가 많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보폭의 크기를 발견하고, 동시에 매 걸음에서 성공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코너를 돌다 보면 문득 자신이 똑같은 블록을 돌고 있는 걸 알게 됩니다. 이럴 때 저는 내담자들을 격려합니다. "서두르지도 말고 멈추지도 마세요." 그리고 내담자들이 계속 실천하면 좋을 행동들을 칭찬합니다. 저는 힘들어하는 십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엄청 피곤한데도 학교에 빠지지 않고 갔다니 정말 잘했어. 진짜 성숙함이 뭔지 보여주었구나." - P77

인간은 세 가지 활동을 합니다. 즉,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합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구획화compartmentalization라는방어기제를 작동시키고, 이런 세 가지 활동 사이의 점들을 연결시키지 못합니다. 이런 구획화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화를 내고 낙담하면서도 이 감정들을 폭음이나 과도한 TV 시청 같은 행동과 연결시키지 못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내담자들이 이 세 가지 활동을연결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 P81

세상의 광기-폭력, 중독, 미쳐 날뜀-의 대부분은 고통에서 도망치기 때문에 생겨납니다. 세상의 많은 거물 폭력배들과 최악의 연쇄살인범들은 자신의 고통스러운 감정과 맞서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행동합니다. 하지만 고통을 느끼는 것보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이 더 좋지 않습니다.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똑바로 바라봅니다. 이들은 슬프면 울고 화가 나면 자신이 화가 났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온화한 감정들만 가지고 있는 체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들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러기보다는 감정들을 관찰하고 묘사합니다. - P92

우리가 내담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 중 하나는 그들에게 일상을 건강하고 규칙적으로 꾸리라고 격려하는 것입니다. 이런 일상에는 명상, 마사지, 운동 같은 활동들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반려견 산책시키기, 출근길에 커피 한 잔 사기, 분수대 옆에서 점심 먹기, 좋은 책 읽기,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 번 조깅하기, 한 달에 한 번 조부모 방문하기, 옛 동료들과 연말 모임 가지기, 백패킹 같은 활동들도 좋습니다. 이런 리추얼들은 사람들에게 기대할 만한 무언가를 제공해줍니다. 테드 쿠서의 <로컬 원더Local Wonders>는 오래된 보헤미안 속담을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신은 가난한 사람을 기쁘게 하고 싶을 때, 먼저 그에게 당나귀를 잃게 한 다음 다시 찾게 한다." 만족스러운 삶은 단순히 비극이 일어나지 않는 삶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이상의 것입니다. 만족스러운 삶은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삶입니다. 시인 윌리엄 클로프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한다면 행복이 저절로 당신을 찾아올 것입니다." - P99

행복한 배우자들은 자신의 파트너를 실제보다 더 똑똑하고, 더 잘생기고, 더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배우자에 대한 이런 긍정적인 착각이 좋은 결혼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자신을 영웅으로 여기는 아내를 둔 남자는 영웅답게 행동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저는 이 연구 결과를 심리치료에 접목시켰습니다. 배우자에 대한 긍정적인 말은 더욱 장려하고 배우자에 대한 부정적인 말에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깊은 물은 고요히 흐른다는 당신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남편이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는 50년이 넘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온 커플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결혼기념일 축하파티에서 사람들은 오랜 결혼생활을 되돌아보니 어떤 생각이 드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고쳐보겠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낭비했던 시간이 후회됩니다." 남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결혼생활의 비결은 단 하나입니다. 저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거울을 들여다보며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너도 대단한 사람은 아니야’라고 말입니다." - P148

가족 안의 모두에게 가장 유용한 표현은 "미안해요"입니다. 사람들이 미안하다고 말하는 법을 배운다면 엄청나게 많은 분노와 슬픔이 사라질 것입니다. 남성과 여성은 "미안해"라는 표현에 대해 서로 다른 의미를 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여성은 더 쉽게 사과를 합니다. 이들은 사과를 "당신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당신에게 고통을 안겨서 미안해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여깁니다. 남성은 사과하는 것을 더 힘들어합니다. 이들은 사과하는 것을 "나는 굴욕을 참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 P157

가족 의례는 가족 간의 유대를 강화시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의례 중 하나는 저녁식사 시간에 그날 있었던 최고의 일과 최악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작별의 포옹과 환대의 포옹 나누기, 함께 음악 감상하기, 보드게임 하기, 잠자리에서 대화 나누기 등은 가족들 주위로 보호벽을 쌓아줍니다. 매일 저녁식사를 마친 후 동네를 산책하는 가족을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산책을 하며 이웃들을 살피고 동물들과 식물들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유년기로부터 가장 즐겁게 기억하는 세 가지는 가족식사, 야외활동, 가족여행입니다. 그러니, 로라, 당신이 상담하는 가족들에게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여행을 떠나고, 자연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라고 권유하기 바랍니다. - P168

네브래스카주의 날씨와 로스앤젤레스의 날씨는 각각의 장점이 있습니다. 감정을 깊이 느끼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들은 창의적이고, 흥미롭고, 인기도 많습니다. 이들은 대개 인정이 많고, 열정적이고, 감정 표현을 잘합니다. 지나치게 나아가지만 않는다면 모두 좋은 점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파트너들은 폭풍우같이 종잡을 수 없는 이들의 매력에 피로를 호소할 때가 많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날씨를 가진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고 바위처럼 흔들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꿈쩍 없는 바위처럼 둔감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관대함은 감정이 풍부한 파트너를 안정시키거나 혹은 꾸벅꾸벅 졸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심리치료를 하면서 우리는 네브래스카주의 날씨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이들은 온갖 폭풍우로부터 입은 피해를 보수하기 위해 우리를 찾아와 도움을 구합니다. 이들에게는 스트레스 조절 기술과 낙관주의 학습 훈련, 그리고 정서 지능의 발휘가 필요합니다. 이들은 중독 문제를 안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정의 격변을 통제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화학물질의 도움을 구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로스앤젤레스의 날씨를 가진 사람들이 상담실을 찾는 건 주위 사람들이 그들이 뭔가를 느끼기를 원해서일 때가 많습니다. 이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은 작은 폭풍우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그것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묘사하도록 이끄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자신의 감정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감정 상태에 대한 질문에 늘 "좋아요"라고 뻔한 대답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 P172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변화의 역설‘에 대해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느낄 때에만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것입니다. 변화에 대한 저항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조건입니다. 누가 어떤 사람이 "비판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흉을 볼 때마다 저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습니다. "비판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우리 모두는 자신이 더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변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외부에서 변화를 촉구하는 경우에는 특히 더 그러합니다. 우리는 불확실성보다는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참담한 문제라고 해도 말입니다. 게다가 최악의 상황이 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문제를 다른 누구의 문제와도 바꾸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인간은 자신이 가진 문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잃는 것은 정체성을 잃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심리치료사들은 말을 냇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말에게 일기를 쓰게 하거나 매일 운동을 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정확히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을 합니다. 우리의 가장 큰 과제는 내담자들이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일들을 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오래된 이 농담을 들어봤을 것입니다. "전구를 교체하는 데 심리치료사가 몇 명이나 필요할까요? 한 명. 단, 전구가 교체를 원하는 경우에." 교육, 모범, 지지, 권고는 모두효과가 있습니다. 단, 내담자가 변화하고 싶다고 진심으로 원하는 경우에만 말입니다. - P214

다른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일은 그들과 ‘주파수를 맞추는‘ 신비로운 상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를 ‘동기화하다‘ 혹은 ‘손발이 잘 맞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런 느낌이 드는 순간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전문용어로 ‘변연 공명limbic resonance‘이라고 지칭합니다. 이는 상대의 감정 상태를 감지할 수 있는 포유동물의 선천적인 능력을 가리킵니다.
변화는 주변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을 수용한다고 느껴질 때 가장 잘 일어납니다. - P217

지난 몇 년 동안, 바쁘게 사는 동시에 차분하고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는 일은 더욱더 어려워졌습니다. 저는 최신 정보를 알고 싶은 욕구와 자기를 보호하고자 하는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애씁니다. 또한 걱정스러운 정보에 대해 보일 수 있는 심리적으로 가장 건강한 반응은 ‘직접 행동을 취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후 변화에 매우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에서의 삶이 점점 피폐해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고 이는 우리에게 원초적인 공포를 야기합니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른 채 뉴스에 압도되기 때문에 우리는 문제를 부정하거나, 정신적으로 마비되거나, 아예 문제를 외면하는 식으로 반응합니다. 저는 행동주의가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뇌는 희망에 차 있을 때 가장 잘 기능합니다. 희망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면 실제로 희망이 생깁니다. 비극적인 기후 변화를 피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절망에 굴복하는 것을 피할 수는 있습니다.
또한 저는 제가 ‘초월 반응transcendent response‘이라고 이름붙인, 트라우마에 대한 특정한 반응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감당하기에 너무 거대한 어떤 일이 우리에게 벌어지면 우리가 보일 수 있는 유일한 건강한 반응은 더 성장하는 것뿐입니다.
우리는 이런 초월 반응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음주 운전자에게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길거리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일에 남은 생애를 모두 바칩니다. 간경변으로 죽어가는 한 아버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족들에게 친절과 헌신을 베풉니다.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평범한 사람들은 위기에 용감히 맞서고 서로를 돕고 영적으로 성장하는 방법으로 생존을 쟁취합니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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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
메리 파이퍼 지음, 안진희 옮김 / 위고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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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그렇듯이 심리치료에서도 어떤 관점을 가지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심리치료사로서 저는 내담자들이 겪는 문제들로부터 약간의 거리를 둡니다. 그 대신 내담자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에 더 주의를 기울입니다. 이런 보상은 내담자들마다 약간씩 다른 모습이긴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모두 같습니다. 저는 내담자들이 스스로 더 차분해지고, 더 친절해지고, 더 낙관주의자가 됐다고 느끼면서 상담실을 떠나기 바랍니다. 또한 그들이 더 계획적으로 삶의 선택들을 하고 덜 충동적으로 욕구를 만족시키기를 바랍니다. - P8

저는 행복이란 자신이 가진 것들에 감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으로 말하자면, 이는 무엇이 공평한지, 무엇이 가능한지, 무엇이 개연성이 있는지에 대해 기대를 낮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평범함에서 기쁨을 찾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텔레비전을 즐겨 보지도 쇼핑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행복이 더욱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과 연관돼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최선을 다해 돕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끊임없이 선택을 내려야 하는 엄청난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특정 연령이 지나고 나면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삶에 책임이 있다고 믿습니다(만성적인 정신질환에 시달리거나 중증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그렇지 않다고 믿는 것은 오만한 태도입니다. 저는 내담자들에게 과거를 복잡한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라고 권유합니다. 그러고선 과거를 뒤로한 채 앞으로 나아가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아름다운 무언가를 창조하라고 권고합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슬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슬픔이 자신의 의무들로부터 달아날 명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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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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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것은 후퇴할 수도 있고, 닫힌 것이 다시 열리기도 한다는것. 한 사람의 긴 강물 같은 삶이 만들어내는 패턴이 보여주었습니다. - P38

그런데 고백하자면 저도 ‘이렇게까지‘가 무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지 잘 모릅니다. 그냥 ‘해야 한다‘는 직감만 믿고 따를 뿐이죠. 우리는 알아서 행하기도 하지만 행하고 나서야 왜 무엇을 했는지 알게 되기도 하죠. 저도 나중에 알아챘어요. 손에 쥔건 비록 앙상한 글 몇편일지라도 애를 쓴 그 순간순간이 저를 조금씩 변화시켰다는 걸요. 그건 주부에서 작가로 직업이 달라진 차원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변화예요. 욕구하면 안 되는 사람에서 욕구해도 되는 사람으로, ‘욕구에 대한 욕구‘를 스스로 허용하게 됐습니다.
‘욕구란 세계에 참여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캐럴라인 냅은 <욕구들>에서 정의해요. - P52

자가 소유주이자 살림꾼 울프의 모습은 의외였다. 책에 따르면 울프는 『댈러웨이 부인』으로 번 돈으로 몽크스하우스의 낡은 화장실을 고치고,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올랜도』 인세로는 방과 거실을 증축했다. 『등대로』의 인세로는 런던과 로드멜을 오가기 위한 자동차를 구입하고 말야. 이러한 경제적 자립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방』이라는 책을 출간하고, 두달 후 울프는 진짜로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되었다고하네.
세상에나! 울프에게는 멋지고 당당한 삶의 드라마가 있었다. 이토록 생활력 있고 강인한 모습은 어째서 그간 드러나지 않았을까. 여기에 대해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의 옮긴이 메이가 친절하게 짚어준다. 울프는 "정신병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불행한 여성 작가, 광기와 성폭력과 불감증(!) 같은 키워드로 이야기되는 삶"(199면)으로 그동안 소비되었는데, "아름다움, 기쁨, 유머, 관능, 열정, 욕망으로 찰랑대는 삶"(200면)을 살았고 물질적 풍요로부터 얻은 즐거움을 만끽하는 활기 넘치는 인물이었다고.
불행한 여성 작가라는 낡은 라벨이 아니라 새로운 라벨, 글 써서 집 가꾸고 차 사는 활기찬 울프의 이야기는 신선했다. - P58

『사랑 예찬』에는 사랑에 대한 정의가 여러 문장으로 변주됩니다. 하나만 골라보면요. "사랑은 개인인 두 사람의 단순한 만남이나 폐쇄된 관계가 아니라 무언가를 구축해내는 것이고, 더 이상 하나의 관점이 아닌 둘의 관점에서 형성되는 하나의 삶이라 하겠습니다." 좀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둘이 견지하는 충실성에 대한 강조예요. "사랑은 만남으로 요약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성 속에서 실현된다." - P66

30대를 지나고 나니 인연의 지형에 서서히 변화가 생겼습니다. 양육에서 집필로, 주력하는 일이 달라져서겠지요. 40대는 책 쓰는 일과 글쓰기 수업에 온전히 바쳤습니다. 수업이나 책 만드는 일로 만나는 이들과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죠. 짧게는 두어시간부터 길게는 특히 수업에서는 몇 계절을 낯선 이들과 한시적 언어공동체로 만납니다. 직업, 나이, 성별 같은 사회적 외피를 벗고 책 이야기와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뿔뿔이 흩어지죠. 동창도 아니고 고향 친구도 아닌 문우들. 만나는 순간 충분히 진실했기에 미련이 남지 않는 사이, 이 느슨한 대로 단단한 관계가 저는 좋습니다. - P70

내가 정한 속도와 방향으로 타인을 끌어들이지 못해 안달했던 과오가 떠올랐다. 여성들끼리의 연대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막상 나의 일상과 현실의 구체적인 관계에 놓인 여성을 만나는 일엔 미숙했던 것 같아. 너에 대한 나의 소홀함처럼. 책에도 나오는 대로 먼저 연락을 해서 안부를 묻거나, 약속을 잡자고 하거나, 시시콜콜 속사정을 묻고 위로하는 일 같은 것들, 마음을 낸 다정한 행동들, 그 계산 없는 노동이 결국 환대이고 연대일 텐데 말이야. 그런 점에서 우리 관계는 나의 무심함에도 지치지 않은 네 손끝에 빚졌다.
『붕대 감기』 말미에 나오는 「작가의 말」을 고백처럼 네게 전할게. "마음을 끝까지 열어 보이는 일은 사실 그다지 아름답지도 않고 무참하고 누추한 결과를 가져올 때가 더 많지만, 실망 뒤에 더 단단해지는 신뢰를 지켜본 일도, 끝까지 헤아리려 애쓰는 마음을 받아본 일도 있는 나는 다름을 알면서도 이어지는 관계의 꿈을 버릴 수는 없는 것 같다." - P79

뒤처진 새 / 라이너 쿤체

철새 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처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 P84

이 집요한 삶의 배반을 견딜 방법은 없는가. 예전에 어느 문학잡지를 보다가 중국계 미국인 작가 이윤 리 Yiyun Li의 말이 너무 와닿아서 베껴놓은 적이 있어요. 그가 그랬죠.
"삶은 그저 삶일 뿐이지요. 늘 고난이 있습니다. 좋은 순간도 나쁜 순간도 있고, 저는 좋든 나쁘든 그 모든 순간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우리는 고통과 슬픔을 경험할 테니까요. 그것은 삶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친절은 우리가 베풀거나 베풀지 않겠다고 선택할 수 있어요.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친절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자신에 대한 친절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친절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일 텐데, 선택이기 때문에 저는 친절에 대해 쓰는 것이 좋습니다." - P107

우리가 어떤 사람과 ‘일‘ 혹은 ‘일의 성과‘를 통하지 않고 관계 맺는 일이, 사회적 쓸모가 아닌 본연의 욕망을 바탕으로 사람을 알아가는 일이 불가능해진 것 같아. 일이란 게 존재 증명과 생존의 거의 유일한 방편이 되어버린 사회이기에 우린 그토록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겠지. - P115

인간은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 / 세사르 바예호

인간은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
그러나 뜨거운 가슴에 들뜨는 존재,
그저 하는 일이라곤
하루하루 연명하는 어두운 포유동물,
빗질할 줄 아는 존재라고
공평하고 냉정하게 생각해볼 때

노동의 결과로
서서히 만들어진 것이 인간이며,
누구의 위에 서거나 아래에 깔린 존재,
세월의 도표는 가진 자에겐 빠짐없이 보여지지만
까마득한 그 옛날부터
백성의 굶주린 방정식에 대해 왕의 눈은 반만 열려있음을 고려해볼 때

인간은 때로 생각에 잠겨 울고 싶어하며,
자신을 하나의 물건처럼 쉽사리 내팽개치고,
훌륭한 목수도 되고, 땀 흘리고,
죽이고 그러고도 노래하고, 밥 먹고,
단추 채운다는 것을 어렵잖게 이해한다고 할때

인간이 진정 하나의 동물이지만
고개를 돌릴 때
그의 슬픔이
내 뇌리에 박힌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인간이 가진 물건, 화장실
절망, 자신의 잔인한 하루를 마감하면서
그 하루를 지우는 존재임을 생각해볼 때

내가 사랑함을 알고
사랑하기에 미워하는데도
그는
내게 무관심하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할 때

모든 서류를 살펴볼 때,
아주 조그맣게 태어났음을 증명하는 서류까지
안경을 써가며 볼 때

손짓을 하자
그는 내게 온다
나는 감동에 겨워 그를 얼싸안는다.
어쩌겠는가? 그저 감동,
감동에 겨울 뿐 - P122

그날 북토크에서 저는 교사에게 말했어요. 내 자식이 특성화고를 가지 않아서 현장실습은 안 하다라더 청년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나중에 직장을 다니며 노동자로 살아간다. 평균수명이 길어져서 정규직으로 일하다가 나이들어 비정규직으로 재취업을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적자생존으로 돌아가는 경쟁 시스템은 멀쩡하던 사람도 ‘늘 화가 난 사람‘이나 ‘고통에 무감각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데, 이렇게 폭력이 만연한 풍토에서 어느 직종이라고 해서, 어떤 스펙으로 무장을 한들, 몇살이라고 해서 안전할 수 있겠느냐고요.
무엇보다 대다수 보호자가 내가 혹은 내 아이가 피해자가 될까봐 걱정하지만 내가 혹은 내 아이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뼈아프게 인정해야만 이런 폭력적인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동준이 어머니가 자식의 죽음을 걸고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도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지지 말아야 내 아이도 지킬 수 있다는 호소라고요. - P160

세월호 가족 이야기가 그래서 좋았습니다. 5년이란 고통의 시간을 견딘 목소리가, 슬픔에 단련된 말들이 쟁쟁하게 빛나는 슬픔의 교과서. 해야 할 말과 해선 안 될 말이 무엇인지 배운 것만으로도 큰 공부였어요. 그리고 좋은 책이 그렇듯 삶과 사람에 대한 이해와 통찰이 담겼고요. 슬픔을 다루는 법이 정신을 단련하는 길로 통합니다. - P171

도대체 상처없는 삶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사람답게 사는 사회란 무엇일까. 그건 이렇게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고 선생님은 세월호참사 때 말씀하셨어요. 결국 내가 사람답게 사는 사회에서 살고자 한다면, 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이 당한 고통을 외면하지 말라는 뜻으로 저는 이해했어요. 사람들은 여전히 묻습니다. 왜 타인의 아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느냐고요. 그럴 때 선생님에게 배운 아도르노의 말을 전합니다.
"나의 상처로부터 해방이 되려면 이 사회적인 상처를 볼줄 알아야 된다." - P178

한 사람이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주체적인 연애를 하기 위해선 평소에 자신의 성적 욕망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대화하고, 그것을 실행하고, 그 실행에 실패할 기회가 필요하다고요. 레드 말대로 삶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데 섹스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는 없을 테니까요. - P220

솔닛은 세상의 이야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말하는 사람‘이 되라고 조언합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는 세상을 둘러싼 그 물의 일부가 되어, 기존의 이야기들을 훼손하거나 강화할" 거라고요. 그러니까 부당함에 침묵하지 말자, 반박하고 저항하는 말들이 물처럼 넘치도록 하자는 뜻이겠죠. - P237

글쓰기는 경험을 재구성하고 재해석하는 작업이죠. 의지보다 기술의 영역이라서 생각을 연마할 연장이 필요하답니다. 내면의 낡은 생각(기간제 교사는 무능하다)을 부수고 새로운 사유(수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데도 기간제 교사는 왜 무능한 것 같고 정교사보다 낮은 보수를 받을까)를 만들어나가는 도구, 이걸 니체 Friedrich W. Nietzsche는 ‘망치‘라고 했고, 카프카 Franz Kafka는 ‘도끼‘라고 했습니다. - P241

자기와 거리를 두는 ‘바깥의 시선‘을 갖는 것만큼 ‘내면의 감각‘을 회복하는 일도 중요한 것 같아요. 고통은 눈으로 보이지 않잖아요. 전적으로 ‘감‘으로 찾아오는 신호라서 자신에게 집중해 보지 않으면 느낌이 퇴화합니다. 캄빌리는 아버지 지시대로만 살다보니 자신보다 아버지의 감정과 기분에 집중하느라 자기 감각을 잃습니다. 시험성적을 받아보고는 ‘나는 2등을 했다. 실패로 더럽혀졌다‘라고 말해요. 아버지의 언어로 자기 상태를 해석하죠. 생각과 감정은 자꾸 표현해야 섬세해지고 발달하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던 거예요. 그러다가 아버지의 통제 구역인 집을 벗어나 고모, 사촌, 신부와 어울리면서부터 감정이 다양해지고 존중받는 기분이 무엇인지도 배워갑니다. - P138

저는 탁아소를 인간 대 자본의 투쟁이 일어나는 최전방의 상징으로 읽었어요. 가장 낮은 자리에 있기에 제일 먼저 타격을 입고 가장 약한 이들이 모여 있기에 사회 모순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 탁아소가 쉽게 폐쇄되는 사회에서 청년들이라고 안전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긴축은 사람들을 흩어지게, 고독하게, 그리고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다"며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쁠 것이 분명하다‘는 어두운 전망을 품는 젊은이를 양산했다"고 지적해요.
……
그곳이 어디든지 성별, 나이, 직업, 종교, 성적 지향 등 사회적 조건이 나와 다른 사람들이 모이는 곳, 더 나은 세상을 그려보는 말들이 흘러들고 경합하는 곳이 ‘좋은 공동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갈 곳을 찾지 못해 다시 대학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죠. 그래도 순순히 타협하지 않고 방황하고 다른 삶의 자리를 모색하는 시간이, 그 결기가 당신의 존엄을 지켜줄 것입니다. "하나의 커뮤니티에서 담담하게 시작되는 변혁"을 들려주면서도 그러나 "지름길이란 없다"고 말하는 저자의 조언을 전하며, 인간다운 삶을 모색하는 그대의 계급투쟁을 지지합니다. - P273

당연한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이들로 세상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변화는 어슷비슷한 욕망의 재생산이 이뤄지는 집단이 아니라 상식과 규범을 의심하고 질문하는 장에서 일어나겠지요. 어느 모임이든 헤어질 때 발걸음이 가벼운 곳으로 갑시다. 우리 삶에 이로운 곳은 몸이 알려줄 테니까요. - P280

약한 존재들이 기대어 사는 작품을 만드는 일본의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를 악무는 것이 아니라 금방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는 나약함이 필요하다." 찾아 나서는 행위 자체가 나약함이 아니라 강인함에서 나온다는 말입니다. 동의합니다. 사는 동안 불행 상태가 해소되는 순간은 짧고, 지치고 불행한 채로 사는 시기가 더 길죠.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행의 해결사가 아니라 불행을 말해도 좋을 관계, 일단 밥이나 먹자고 할 사람이 아닐까요. - P284

떠나간 이들이 가끔 떠오릅니다. 쓸쓸한 마음이 들면서도 내 역량 밖의 일이라며 고개를 돌렸어요. 그런데 요즘은 다른 쪽으로 생각해보게 돼요. ‘사람 쉽게 안 변한다‘는 말이 타인과 부딪치기를 꺼리는 게으름에 대한 자기정당화는 아닐까. 또 누구나 처음은 있는 법인데, 배우려고 온 사람이 배울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건 당사자의 용기 부족이라는 원인도 있지만 공동체의 무능 때문이 아닐까, 하고요. - P291

여자로 사는 일은 상대를 이해시키는 일이죠. 밤에 다니는 것도, 혼자 여행을 가는 것도, 직업을 택하는 것도, 화장부터 결혼까지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한글 떼기부터 페미니즘까지 공부하는 이유도... 이 세상 ‘아버지들‘에게 설명의 통행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삶의 통로가 겨우 확보됐죠.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공감력이란 게 있다면 이 자기 증명의 혹독한 훈련 덕분일 것입니다.
인류를 둘로 나눠봅니다. 사사건건 자기 존재와 사정을 남에게 설명해야 했던 사람, 굳이 남에게 자신을 설명하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었던 사람. 페미니스트에 반감을 가진 아들을 둔 엄마도, 걸 페미니스트도, 어긋난 대화로 고민하는 커트머리 여학생도 태어나서부터 전자의 삶을 산 경우겠지요. 남(자)의 기분을 헤아려 조심스럽게 말하고 이해시키는 건 여자의 임무라고 배웠으니까요.
저도 감정노동을 소통으로 알고 살았습니다. 설명되지 않은 것을 설명하는 지적·정서적·감정적 노동을 한쪽에서 오래 전담했습니다. 이 관계의 불균형이 공감능력의 양극화를 낳고 있겠지요. 사실 잠재적 가해자의 억울함은 그가 잠재적 피해자의 고통을 알면 사라질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몸을 돌려 타인의 입장으로 건너가보는 일은 지구를 반대로 돌리는 일처럼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게 희망입니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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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띠아고에서의 마지막 왈츠
아리엘 도르프만 지음, 이종숙 옮김 / 창비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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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띠아고에서의 마지막 왈츠

당신이 춤춘 그 모든 것을 그들은 당신에게서 앗아간다오
그것을 그냥 앗아간다오
그냥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들은 당신 안의 춤꾼을 죽여버린다오
그녀를 서서히 뭉개버린다오,
해골로 만들고, 연기로 만들어버린다오,
그녀가 이 춤을
당신과 함께 추기 전에.

그들은 당신의 룸바와 탱고를 부숴버리고,
당신을 부숴버리고,
당신의 사육제를 오줌 속에 녹여버리고,
당신 음반의 피막에 바늘을 찔러 넣는다오.
그들은 트럼펫을 칼처럼 쓰고
당신의 바이올린을 산산이 부숴버린다오
그냥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들은 당신을 번호 없는
벽 속에 가둔다오,

재로 덮인 거울과 노래 사이에,
그들은 당신의 손에, 당신의 발에, 당신의 쇄골에 자물쇠를 채우고
자 춤춰봐 이 병신아 춤춰
이 니미씹할, 자, 춤춰라고 말한다오.
그들은 당신을 무덤형에 처하고, 당신을 모래로 문지른다오.

그러니 춤을 춥시다
내 사랑하는 이여,
그들이 우리가 춤춘 그 모든 것을 앗아가고 있으니
-바로 지금,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어보라
누군가가 반짝이는 군화를 신어보고 있다
바로 지금-
바로 지금. - P94

우리는 모두 반향이다. 원형적이고 발단적인 어떤 것의 그림자다, 물림옷이고, 잔여물이며, 앞으로 나타날 유토피아적인 어떤 것에 대한 예감이다. - P118

이 시편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그가 통역하고자 하는 것도 피해당사자들에 의한 직접적인 증언이 아니다. 당연한 일이다. 그의 증인들은 억류되었고, 증발되었고, 살해당했으며, 그들이 당한 피해의 경험은 침묵 속에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삐노체뜨가 1973년 9월 1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후 흔적도 없이 청소해버린 그 수천명의 "억류되고 사라진 사람들" (losdetenidos desaparecidos)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증언은 그들이 뒤에 남긴 빈자리를 통해, 남겨진 사람들이 느끼는 상실의 고통과 그리움, 슬픔과 분노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되고, 시인은 그렇게 전달된 이야기를 다시 한번 통역하는 임무를 담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가 잡혀가고 사라지고 고문당하고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뿐 상세한 정황 설명은 듣지 못한다. 보고되고 통역되는 것은 사건 그 자체보다는 그것이 만들어내는 (주로 감정적인) 파장이다. 사건은 거의 언제나 그 반향에 의해 반향을 타고 전달된다. - P123

이 시편이 증언하는 바 고통으로 연대된 칠레의 안과 밖은 (잔인하게도) 정치가 개인적 삶의 내밀한 구석구석까지 후비고 들어올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냥 내버려뒀으면 계속 평화로웠을 일상이 어느날 갑자기 찢겨져나가고, "살아 움직이는 비명처럼/목구멍을 걷어차는 발길질처럼"(「나는 가끔 ...」) 충격적인 방식으로 정치와 사적인 삶의 연속성이 드러나면서 개인의 목소리는 정치의 세계로 끌려나오게 된다. "그들은" "내"가 눈을 뜨고 있을 때만 내 세계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내 꿈 속에서"
"그대"를 죽인다(「혼례식」). 그리하여 이들의 얘기 하나하나에 담긴 개별적 슬픔은 그 자체로서 국가권력의 횡포에 대한 통렬한 고발이 되고 칠레 역사의 기록이 된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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