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기 : 그간 우리는 죽음을 ‘순간‘으로 파악해왔던 것은 아닐까요? 이를테면 ‘어떤 의료 결정이 삶을 의미 있게 혹은 무의미하게 만드는가?‘, ‘죽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가?‘, ‘언제까지 살 수 있는가?‘, ‘임종까지 또 임종 이후에 드는 비용은 얼마인가?‘ 같은 질문을 하면서 말입니다. 죽음의 성격, 의미, 가치는 어느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규정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연명의료 기술이 발달하고, 말기 돌봄의 양상이 개인의 자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현실에서 그런 물음이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을 순간으로 이해하다 보면 ‘그 순간까지 살아온 사람의 역사‘가 간과될 수 있습니다. 출생이 삶의 과정이듯이, 죽음도 삶의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환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온 사람인지, 그 삶의 연속성과 통합성을 바탕으로 죽음을 파악하면 어떨까요? 저는 호스피스 다학제팀이 바로 이 지점을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자와 보호자의 서사를 주시하고 해석하는 다학제팀의 노력이 눈에 띕니다. 그때 "이 사람의 서사는 이거야"라고 확신하기보단 그의 삶에 관심을 갖는 게 인상적입니다. 그 관심을 단순히 오지랖이라고 일축해선 안 됩니다. 환자에게필요한 서사라는 게 어떤 시점에는 자식의 결혼식일 수도 있고, 또어떤 시점에는 하루를 무탈하게 보내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선생님말씀처럼, 환자와 보호자가 다양한 형태의 말기 돌봄을 경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경험에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죽음‘이 달라질 수있지 않을까요? - P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