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소설집 音樂小說集
김애란 외 지음 / 프란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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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노래가 끝나자 헌수는 "왠지 ‘가지 말라‘는 청보다, ‘보고 싶다‘는 말보다 ‘너한테 배웠어, 정말 많이 배웠어‘라는 가사가 더 슬프게 다가온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왠지 알 것 같다며. "삶은 대체로 진부하지만 그 진부함의 어쩔 수 없음, 그 빤함, 그 통속, 그 속수무책까지 부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인생의 어두운 시기에 생각나는 건 결국 그 어떤 세련도 첨단도 아닌 그런 말들인 듯하다"고 했다. "쉽고 오래된 말, 다 안다 여긴 말, 그래서 자주 무시하고 싫증 냈던 말들이 몸에 붙는 것 같다"고. - P41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나는 행복하고 슬프지 않다. 나는 행복하지 않고 슬프다. 나는 행복하고 슬프다. 나는 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다. 이 모두를 말해야지 인생에 대해 제대로 말하는 게 아닐까? - P90

엄마가 남겨놓은 스웨터가 여러 사람의 흔적과 손길로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다보면 어떤 관계든, 지금 곁에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삶의 부피감을 늘려주었다는 걸 경주가 알게 되리라 생각했어요. 물론 스웨터를 볼 때마다 지금은 멀어진 사람들이 떠올라 아프고 쓸쓸해지겠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관계의 흔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질 테니 서로 만나지 못한 시간을 짐작하고 이해하는 품이 넓어지기도 할 것 같습니다. - P269

혼자 힘만으로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없겠죠. 나를 바꾼다는 건 내 앞의 세계를 바꾼다는 뜻이니까. 자연스레 타인과의 관계 역시 바뀌게 될 테고, 그럼 그 사람의 인생도 바뀌게 되겠죠. 이게 평소 제 생각은 맞지만, 거기까지 염두에 두고 이 소설을 쓴 것은 아닙니다. 제가 알고 있었던 건 어릴 때 기진은 엄마에게서 새로운 인생을 찾는 방법을 배웠는데, 그건 보통 때라면 말을 걸지 않을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일이었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인생이 궁지에 몰렸을 때는 도와줄 귀인이 필요해요. 혹시 그런 상황이라면 먼저 말을 걸어보세요. - P224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그 상황을 감내하는 것 이외에 다른 빠져나올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게 실망스럽고 힘들겠지만, 미세한 변화의 조짐이라도 발견할 수 있는 세심함과 인내심이 있다면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실제 상황보다 우리를 더 어렵게 하는 건 그 상황에 대한 우리의 생각입니다. 앞에서 누누이 말했지만, 현실에 대한 각자의 주석이나 자막이 바로 그런 것이지요.
어려운 상황에서 안 좋은 생각을 하지 않고 좋은 생각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때는 어떤 생각도 하지 않든가, 아니면 모든 생각을 다 해서 생각을 무력화시키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게 제게는 소설에 썼듯이 나무 바라보기와 떠오르는 생각을 모두 노트에 적는 일입니다. 명상, 걷기, 운동 등 다른 방법도 많으리라고 봅니다. 어쨌든 힘든 상황에서는 어떤 생각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생각 자체를 무력화시켜야만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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