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프먼이 보기에 자아는 정서적으로 취약하다. 쉽게 상처 받고, 배신당하고, 망신당하고, 당황한다. 고프먼은 이러한 자아의 취약성은 비극적이기도 하지만 희극적이기도 하다는 점을 인식했다. 거부당하는 고통을 겪을 때, 존중 받고자 하는 마음이 타인에게 퇴짜를 맞거나 자기 자신마저 의심스러워질 때에는 비극이다. 그러나 고프먼이 보기에 자아에는 희극성도 잠재해 있다.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만, 불쑥 허세가 튀어나오고 가식이 드러나면 웃음을 자아낼 수도 있다.
고프먼은 자아에는 취약성과 더불어 활력성도 있다고 본다. 만일 모든 상호작용이 실패, 노출, 거부당할 위험이 있는 것이라면, 그런 위험한 상황을 장악할 수만 있으면 그에 따르는 보상도 약속되어 있다는 뜻이다. 고프먼이 보는 최소주의적 세계에서는 비극이나 승리 모두 규모가 작다. 사소한 실수로 인해 한 사람의 자아가 문제시되는가 하면 내기에서 이기는 사소한 기쁨으로 자아의 가치가 재확인되기도 하는 것이다.
상호작용 의례는 자아의 양면성에 모두 걸쳐 있다. 어떻게 보면 책 앞부분은 초기의 중요한 저작들과 마찬가지로 자아의 취약성과 위험에 더 무게를 두었다. 반면에 행동이 있는 곳은 자아의 도취와 충일 지향성을 강조한다. 이 두 가지가 우리 삶의 전모라는 사실, 존중의 의례가 사람들 사이의 가장 평범한 접촉까지도 규정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우리로 하여금 그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데 고프먼의 천재성이 있다. - 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