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작용 의례 - 대면 행동에 관한 에세이 아카넷 한국연구재단총서 학술명저번역 538
어빙 고프먼 지음, 진수미 옮김 / 아카넷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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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남들이 보여주는 이미지대로 자기를 바라보면 부적절할 경우가 많다. 남들이 보여주는 자기 이미지와 자기가 남들에게 보여주는 이미지는 상호 보장하고 정당화하는 관계일 뿐 서로를 되비추는 거울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이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보게 된다는 미드(Mead)식 개념은 지나친 단순화로 보인다. 그보다는 개인이 자신이 지닌 특정한 부분만을 치장하여 자아상을 완성하려면 남들에게 의존해야 한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다. 각자 자신의 이미지는 처신으로, 타인의 이미지는 존대로 표현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래서 사람됨이 완전히 드러나려면 각자가 서로 존대와 처신을 주고받는 의례 사슬에서 손을 잡고 있어야 한다. 개인에게 고유한 자아가 있음은 사실이겠지만, 그 고유한 자아라는 것도 순전히 의례적 협동작업의 결과다. 처신을 통해 표현한 부분이 그를 대하는 남들의 존대 행동으로 표현된 부분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은 것이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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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작용 의례 - 대면 행동에 관한 에세이 아카넷 한국연구재단총서 학술명저번역 538
어빙 고프먼 지음, 진수미 옮김 / 아카넷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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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 코드에는 섬세한 균형이 필요하다. 또한 집단의 기준과 기대를 지나치게 고수하려 하거나 하찮게 여기는 사람으로 인해 교란되기도 쉽다. 너무 감수성이 둔하고, 눈치도 없고, 긍지가 부족하고,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은 상호작용에서 신뢰할 만한 사람이 못된다. 자기 체면도 지키지 못하고 당황해 하는 다른 이들의 체면 또한 지켜주지 못하는 사람은 실제로 사회에 위협이 된다. 그런 사람은 방자하게 굴 테고 다른 사람들도 이에 속수무책일 것이다.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너무 긍지가 강한 사람도 다른 이들에게는 어린아이 어르듯 조심조심 다루어야 할 대상이다. 재치가 넘치거나 배려가 지나친 사람은 너무 사교적이라서 실제로 사람됨이 어떤지,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준다.
대화의 조직에는 이러한 ‘병리적 성격‘도 있지만 대체로 사회화가 잘된 사람과 구두 상호작용은 실용적·기능적 적합성이 있다. 의례질서는 체면지향성, 특히 자신의 체면을 지키려는 성향에 효력을 발휘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화의 구조 안에는 체면에 의례적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약속도 뿌리박고 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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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례식에 어서 오세요
보선 지음 / 돌베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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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이 뜬구름 같다고 자주 느낀다.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기며 글을 쓰다가도 갑자기 덮쳐오는 덧없음에 의지의 윤곽을 상실하고 만다. ‘후‘ 불면 사라질 허접한 구름이 되어 현실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곤 한다. 가족의 절대적인 헌신과 사랑은 이런 나에게 무게를 실어준다. 질량을 얻은 나는 삶을 또 선택한다. - P89

결핍에서 욕망이 자라나듯 세상의 빈틈에서 꿈이 생겨난다. - P180

서로의 삶에 증인이 된다는 건 아마도 그 사람의 내적 진실을 외부에 남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흘러간 시간, 특유의 언어와 몸짓, 생각, 마음 등 한 사람의 비물질적 요소를 타인이라는 정신적 공간에 새기는 것이다. 이때 ‘나는 이렇게 살고 싶어요‘ 내지 ‘나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와 같은 내 삶의 지향점을 나의 증인도 알게 되는데, 증인은 내가 어떻게 그러한 지향을 드러내며 살아가는지 지켜보게 된다. 마리아는 그렇게 나의 증인이 되어주고 있다. 마리아가 늘 응원하며 지켜보고 있기에, 나는 더 힘내어 살아가게 된다. 깜깜한 암흑 속에서 홀로 촛불을 켜고 있었는데 이제는 다른 누군가가 내 촛불을 받아 그 불로 내 주위를 밝혀주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삶의 증인을 세우는 일은, 함께 살아가는 일인 것이다. - P186

우울함이 밀려올 때면 머릿속에 저장된 모든 기억 중에 불행했던 것만 쏙 꺼내 다시 펼쳐봤다. 자책하고 부정하고 억울해하고 연민했다. 나쁜 기억을 소환할 때마다 그 기억은 더 진하게 살아나 현재에도 그늘을 내렸다. 기형도 시인의 시처럼, 나는 미친 듯 사랑을 찾아 헤맸을지언정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다. - P200

죽음은 내 세계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 그 삶의 인력을 느끼며 계속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이 아파하지 않길 바랐다. 여전히 나는 비틀거리며 살아나갔지만 죽음에 대해 고민하기 전과 분명히 달라졌다. 삶을 이어가는 일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이 되었다. 위태롭게 흔들리면서도 삶에 발을 딛고 버티는 과정을 겪으며, 죽음은 사라짐보다는 이별에 가깝고 삶은 능동적 사랑에 가깝다는 생각이 내면 깊숙하게 자리하게 되었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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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당신을 위한 보건의료 입문서
강주성 지음 / 행복한책읽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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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멈추는 곳
햇볕이 들지 않는 곳
눈물이 흘러 고이는 곳
우리의 모든 운동은
그곳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건강권을 무엇이냐고 물어서 답을 해보면 헌법개정안에 나와 있듯이 ‘건강할 권리‘로 말할 수 있다. 그간 우리사회가 건강의 문제를 인권의 하나로 인식하지 못 했다는것을 상기하면 매우 긍정적인 일보전진이라고 평가할 수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 정부도 비준한 바 있는 2004년 유엔사회권 위원회의 규약은 건강권을 적절한 수준으로 ‘건강해질 권리(Right to be healthy)‘가 아니라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 재화, 서비스 및 환경을 향유할 권리‘로 이해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은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 걸까? 그것은 필요한 시설, 재화, 서비스를 넘어서 한 사회가 건강권의 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기도 하다. - P136

개인과 집단의 질적 변화는 학습과 경험의 양적 확장 과정에서 특정 계기를 맞이하여 이뤄진다. 문제는 이때 누가 어떻게 변화의 불씨로 작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리더는 이런 상황에서 만들어지고 탄생된다. - P248

각설하고, 전문가의 역할은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들을 비전문가인 대중들이 먹고 체하지 않게 정리해 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유식을 먹이다가 죽을 먹게 하고 점점 일반식을 먹게 하는 것, 다시 말하면 전문적인 정보와 지식을 대중들에게 확산시키고 대중들 스스로가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종국적으로는 전문가와 대중의 전문적 격차를 줄여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로써 대중은 전문가가 되며, 운동은 대중운동이 된다. 이 과정에서 운동의 내용이 훨씬 더 성숙해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조직의 수준도 그 조직을 이루고 있는 개개인도 모두 발전한다. 리더는 이 과정에서 신뢰와 실천이 확인된 전문가 중의 어떤 사람 또는 전문가 수준으로 성장한 실천적인 대중 속의 어떤 사람이 될 것이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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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프먼이 보기에 자아는 정서적으로 취약하다. 쉽게 상처 받고, 배신당하고, 망신당하고, 당황한다. 고프먼은 이러한 자아의 취약성은 비극적이기도 하지만 희극적이기도 하다는 점을 인식했다. 거부당하는 고통을 겪을 때, 존중 받고자 하는 마음이 타인에게 퇴짜를 맞거나 자기 자신마저 의심스러워질 때에는 비극이다. 그러나 고프먼이 보기에 자아에는 희극성도 잠재해 있다.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만, 불쑥 허세가 튀어나오고 가식이 드러나면 웃음을 자아낼 수도 있다.
고프먼은 자아에는 취약성과 더불어 활력성도 있다고 본다. 만일 모든 상호작용이 실패, 노출, 거부당할 위험이 있는 것이라면, 그런 위험한 상황을 장악할 수만 있으면 그에 따르는 보상도 약속되어 있다는 뜻이다. 고프먼이 보는 최소주의적 세계에서는 비극이나 승리 모두 규모가 작다. 사소한 실수로 인해 한 사람의 자아가 문제시되는가 하면 내기에서 이기는 사소한 기쁨으로 자아의 가치가 재확인되기도 하는 것이다.
상호작용 의례는 자아의 양면성에 모두 걸쳐 있다. 어떻게 보면 책 앞부분은 초기의 중요한 저작들과 마찬가지로 자아의 취약성과 위험에 더 무게를 두었다. 반면에 행동이 있는 곳은 자아의 도취와 충일 지향성을 강조한다. 이 두 가지가 우리 삶의 전모라는 사실, 존중의 의례가 사람들 사이의 가장 평범한 접촉까지도 규정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우리로 하여금 그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데 고프먼의 천재성이 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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