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10월 4일은 글렌 굴드의 기일이다. 9월 생인 그는 만 오십년에 조금을 더 살았다. '계절과 음표들 - 마음을 일으키는 힘'(최대환) 마지막 편 '가을에 기대 / 고독의 기예_글렌 굴드'로부터 옮긴다. 저자는 천주교 사제이자 철학자이다.

By mtsrs - Flickr (위키미디어커먼즈)


* 아래 글에 인용된 '뜨거운 얼음 : 글렌 굴드의 삶과 예술'을 쓴 케빈 바자나는 글렌 굴드의 조국인 캐나다의 음악사학자이다.






굴드는 유명세를 즐기는 유형의 사람은 아니었지만, 음악적 성과와 삶의 방식에 대해 가까운 이들의 조건 없는 인정과 지지를 필요로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종종 자기 자신이 초래한 고독과 관계의 단절을 깨려 노력하기도 했지만 매우 서툴렀기에 힘겨워하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예술이 고독 없이 열매를 맺을 수는 없다는 확신을 뼛속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자나가 전해주는 굴드의 다음과 같은 말은 고독이 굴드에게 무엇을 의미했는지를 한마디로 요약합니다.

고독은 창의성을 길러준다.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그것이 흩어져버린다._『뜨거운 얼음 : 글렌 굴드의 삶과 예술』 4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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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이 알려줘서 보니 4년 전 10월 초에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알렉시'를 열림원 역본으로 읽었다. 화자 알렉시는 피아니스트이다.

사진: Unsplash의Gabi Repaska


cf.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 '알렉시‧은총의 일격'이 있다.






우리 집안은 비엔나에 꽤 먼 친척들이 여러 명 있었소. 그들은 내게 있어서 거의 후원자들이자 또한 완전한 이방인들이었소. 내 가난이 그들에겐 조금 모욕적이었소. 그들은 내가 유명해지기를 바랐소. 사람들이 내 얘기를 할 때 거북스러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외다.

나는 그들을 어쩌다 간간이 만났소. 그들은 나를 싫어했는데 아마 내가 도움을 청하질 않아 그들에게 거절할 기회를 안 주었기 때문이었을 게요. 그럼에도 그들은 나를 도와주었소. 그것은, 나도 잘 아는데, 그들에겐 그다지 부담이 될 것도 없는 도움이었소만, 여보 무슨 권리로 우리가 후의를 요구할 수 있을지 나는 모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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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확실히 서늘하더라. 과연 10월이다. 올해가 석 달 남았다. 올해를 보낼 준비를 해야 하는가. 오보에 연주로 바흐를 듣는다. 아래 글의 출처는 '나도 바흐를 즐길 수 있을까'(이철재)란 책이다.





바흐는 오페라를 제외한 당시 존재하던 모든 형태의 음악을 작곡했고, 특히 루터교 의식에 사용하는 칸타타는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만 200곡이 넘고, 종교 칸타타 이외에 세속 칸타타Secular Cantata까지 합치면 그보다 훨씬 많은 곡을 작곡했지만, 생전에 바흐는 작곡가보다는 뛰어난 오르간 연주자로 명성을 날렸다. 그의 수많은 작품들은 사후에는 거의 잊혔고, 요한 세바스찬 바흐라는 이름은 오히려 C. P. E Bach의 아버지로 더 기억이 될 정도였다. 그러다가 모차르트, 하이든 등이 바흐의 대위법Counterpoint에 관심을 보여 응용하면서 바흐의 음악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고, 19세기 초엽 낭만파 거장들이 그의 음악을 찾아 열정적으로 전파하면서 바흐의 음악이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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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오늘 2025년 9월27일에 2024년도 악스트 54호 리뷰란에서 리디아 데이비스 소설집 '불안의 변이'에 대해 읽었다. 김유림 시인이 썼다.

River view with a boat Sun, 1907 - Piet Mondrian - WikiArt.org


"그녀는 문학의 새로운 형식"…리디아 데이비스 작품집 국내 첫 출간 https://v.daum.net/v/20230609144403425 '불안의 변이'는 단독 저서로는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번역출간된 작품집이라고 한다. 2023년 6월이었다. 올해 새로 나온 리디아 데이비스와 김유림의 책들도 담아둔다.



‘삶의 핵심’이라는 이름의 강 속으로 문장이 가라앉기 시작한다고 해서 그것이 핵심의 핵심, 그러니까 ‘삶의 핵심’이라는 강의 핵심에 다다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우연일 뿐. 이것이 리디아 데이비스의 글이 시종일관 보여주는 냉소적인 유머를 설명해준다. 강은 흐르고 있고, ‘삶의 핵심’도 흐르고 있다.

이 강의 어느 지점에 문장을 가라앉혀야 원하던 목표 지점에 안착하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며, 설령 그 지점을 알아낸다고 해도 문장을 원하는 지점에 안착시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 김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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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이 알려주길 3년 전 이 시기에 쿠사마 야요이에 대해 읽고 있었다. 쿠사마는 지난 달 타계했다. RIP. 본인이 창조한 소멸과 무한의 세계에서 영면하기를. '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로부터 옮긴다.


Infinity Mirror Room, 1965 - Yayoi Kusama - WikiArt.org






그녀는 1960년대에 처음 ‘소멸’이라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스스로 소멸하기 위해 점으로 자신과 타인을 완전히 뒤덮기 시작했다. <소멸의 방>에 참여한 사람들은 작가와 협업할 뿐 아니라 관객들끼리도 서로 도와 무한한 빨강, 노랑, 초록의 몽롱한 점들로 공간을 변화, 즉 소멸시킨다.

이 작품만큼 유명한 또 다른 설치작업 <무한한 거울의 방Infinity Mirror Room> 역시 관객에게 유사한 경험을 선사한다. 벽과 벽, 천장과 바닥을 모두 거울로 덮어 만든 차분한 공간에 홀로 들어서면, 천천히 흔들리며 깜빡거리는 불빛이 거울에 무한히 반사되어 마치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그리고 무한한 불빛 속에 잠긴 관객은 수백만 개의 별 가운데 오직 하나뿐인 별로서 자신의 존재를 느끼는 미적 체험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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