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프루스트'에 실린 불문학자 김주원의 '프루스트에게 피아노에 대해 배운 것'로부터 옮긴다. 저자소개란에 피아니스트라고도 적혀 있다. 필자는 이 글을 쓰기 얼마 전에 돌아가신 본인의 외할머니를 화두 삼아 아래와 같이 썼다.

La Plage de Cabourg 1910 By René-Xavier Prinet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76976&cid=46702&categoryId=46753 (오르세 미술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온 발베크 해변의 밑그림이 된 카부르는 노르망디 지방의 칼바도스 주에 위치한다. https://en.wikipedia.org/wiki/Cabourg


'프루스트 멜로디'란 책을 발견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반환점을 돌아 후반부로 접어들 무렵, 소설의 주인공 또한 외할머니를 여읜다. 다만 슬픔은 두세 계절 뒤에 찾아온다. 상실을 실감하지 못한 주인공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사교계 살롱을 기웃거리다 발베크 해변으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도착해서 호텔에 짐을 푸는 순간, 몇 해 전 할머니를 모시고 처음 그곳에 도착했을 때가 떠오른다. (중략) 뒤늦게 애도의 감정이 밀려들고, 모든 것이 공허한 휴양지에서 주인공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방으로 다시 올라온다.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주인공이 할머니와 함께 처음으로 발베크 호텔에 머물렀을 때, 둘은 얇은 칸막이벽을 사이에 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몸이 약한 손자에 대해 염려가 많았던 할머니는 혹시나 필요한 일이 있으면 벽을 두드려서 연락하라고 당부한다. 주인공이 시험 삼아 벽을 두드리자, 금방 그곳으로 가겠다고 일러주는 듯한 침착한 노크 소리가 되돌아온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발베크로 돌아와 슬픔에 젖어 있던 날, 주인공은 호텔 방의 칸막이벽을 보며 생각한다. 저 벽은 할머니가 연주했을지도 모르는, 그래서 할머니의 터치로 아직도 진동하고 있을지 모르는 피아노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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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문장들'(최미경 편역)의 연보로부터 옮긴다. 






cf. '프루스트의 살롱음악'은 2021년에 프루스트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음반이다.






1871년 7월 10일, 파리 16구 오퇴유의 라퐁텐가에 있는 외종조부 집에서 파리대학교 의학부 교수이던 프랑스인 아버지 아드리앵 프루스트(37세)와 부유한 집안 출신의 유대인 어머니 잔 베유(22세)의 장남으로 태어난다. 가족은 파리 8구 루아가 8번지에 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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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7월 10일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생일이다. 축하해, 마르셀. 친구처럼 이렇게 말해보자. 


올해 출간된 여러 명의 저자가 함께 한 '나의 프루스트 - 삶의 슬픔과 희열, 위로와 예술을 알려준 우리들의 프루스트를 찾아서'의 첫 글 '길이를 화두 삼아'는 영문학자 봉준수가 썼다. 봉준호 감독의 형이라고.

사진: UnsplashAll Bong


* 마르셀 프루스트 패딩 크로스백의 색깔은 초록이다. 






프루스트의 소설 속으로 뛰어드는 것은 실로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어디를 펼쳐 읽어도 궁극적으로 설화자의 내면을 부각시키는 프루스트의 문체—이 소설의 ‘우주’ 그 자체이기도 한—에 휩쓸려 정신 없이 둥둥 떠내려가게 된다는 사실을 곱씹어볼 만하다.

프루스트의 1인칭 설화자는 조이스의 『율리시즈』의 설화자, T. S. 엘리엇의 『황무지(The Waste Land)』의 종잡을 수 없는 화자와 마찬가지로 텍스트를 통하여 구축되는 불안정한 ‘주체’의 좋은 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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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 '체호프 희곡선'(박현섭 역) 해설로부터 옮긴다. 체호프의 희곡 '숲의 정령(또는 '숲의 수호신')' 내용과 결말이 누설된다.

체호프(1889) By V. Chekhovskii, Moscow (위키미디어커먼즈) cf. '숲의 정령'은 1890년 작이다.






「바냐 삼촌」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7년 전의 희곡 「숲의 정령」은 주요 등장인물, 줄거리의 얼개, 중요한 대사들이 「바냐 삼촌」과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중요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결정적인 것은 「숲의 정령」에서 바냐가 세레브랴코프와의 갈등 끝에 총으로 자살한다는 점, 그리고 「바냐 삼촌」의 아스트로프에 해당되는 인물인 흐루쇼프가 극의 대단원에서 평소에 연모하던 바냐의 조카 소냐와 사랑을 이룬다는 점이다. 개작 과정에서 생겨난 이 차이점은 체호프가 의도적으로 등장인물들의 행동 양상을 왜곡시켰음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요컨대 체호프는 「바냐 삼촌」에서 사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에너지를 결여한 행동들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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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 나온 타계 15주기 박완서 대표 단편선 '쥬디 할머니'는 '소설가가 사랑하는 박완서 단편 베스트 10'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책소개를 보면 "『쥬디 할머니』는 박완서 단편문학의 뛰어난 성취를 새로이 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책으로, 31명의 한국 대표 소설가에게 ‘박완서 단편 소설 전집’(전7권, 문학동네, 2013)에 수록된 97편의 단편소설 가운데 최고의 작품 2~3편을 추천받아 최종 10편을 선해 엮었다"고 한다. 종이책 책날개뒤에 31명의 추천자 명단이 있다. 그런데 누가 어떤 단편을 추천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추천사 같은 것도 없다. 뭐 사정이야 있겠지만 독자로서 좀 아쉽다. 심지어 책날개가 있을 리 없는 전자책에는 추천자 명단 자체가 실려 있지 않다.


cf. 출간 전 주간 문학동네에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1993)이 선공개로 게재되었다. https://weekly.munhak.com/articleDetail/96 순위가 제일 높은(추천자들이 가장 많이 고른) 단편은 '도둑맞은 가난'이고 그 다음이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라고.

Red and Pink Roses, 1940 - Francisc Sirato - WikiArt.org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라는 표현은 김현승 시인의 시 '눈물'이 원천이다.
* 눈물 / 김현승 https://raincat.com/poem/7021?ckattempt=2





느닷없이 웬 은하계냐구요? 제가 너무 견딜 수 없을 때 외는 주문이 바로 은하계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죠. (중략)

대강 이 정도가 제 주문의 요지예요. 그걸 다 어디서 주워들었느냐고요? 집에 굴러다니는 『소년우주과학』인가 하는 책에서 본 거예요. 아이들이 어려서 보던 꽤 낡은 책이니까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제가 틀리게 외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구요. 틀려봤댔자죠, 뭐. 백만 광년이나 십억 광년이나 어차피 제 상상력이 미칠 수 있는 한계 밖의 수치니까요. 정확도가 문제가 아니라, 그런 천문학적 단위는 우리가 사는 지구를 망망한 바닷가의 모래알만도 못하게 극소화시키는 효과는 그만이에요. 그 모래알에 붙어사는 인간의 운명이나 수명 따위도 덩달아서 아무것도 아닌 게 되죠.

이제 아시겠어요? 그 소리가 왜 저한테 주문이 되는지. 잠시 동안이라도 제 태산 같은 설움이 안개의 입자처럼 미소하고 하염없어져요. 이젠 뜻 같은 건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정확도 같은 건 더구나 문제도 안 되고요. 그 소리만 일단 달달달 외고 나면 조건반사처럼 나른하고도 감미로운 허무감에 잠기게 되거든요. 형님, 그동안 제가 그렇게 살았다우. 주문이 계속해서 효과가 있었더라면 형님한테 가르쳐드리지도 않았을 거예요. 글쎄 그 주문 가지고도 도저히 안 될 때가 있더라구요. 안 듣는 주문이 돼버렸으니까 가르쳐드린 거예요. -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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