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읽은 '뉘른베르크의 난로'를 다시 펼친다. '플랜더스의 개'로 유명한 위다가 썼다. 아래 옮긴 글의 출처는 시공주니어의 '플랜더스의 개'에 수록된 역본이다. (함께 담은 딴 출판사의 책들에도 실려 있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았는데 곤궁한 아버지가 가보인 뉘른베르크의 난로를 팔아버리자 티롤 소년 아우구스트는 몰래 난로 아궁이 안에 숨어 들어가 난로를 실은 기차를 타고 집으로부터 멀리 떠나게 된다. 소년이 도착한 곳은 뮌헨의 골동품 가게.
Exhibit in the Germanisches Nationalmuseum - Nuremberg, Germany. By Daderot
Winter Afternoon Old Munich, 1883 - T. C. Steele - WikiArt.org
어둠 속에 갇혀 있으니 크리스마스 때 암파스 마을의 자상한 외할아버지 집에서 불가에 둘러앉아 들었던 온갖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흙의 정령, 요정, 땅속의 괴물들, 검은 밤의 말을 타고 달리는 요정의 왕…… 그리고…… 그리고……. 아우구스트는 다시 훌쩍훌쩍 흐느끼며 몸을 덜덜 떨었다. 이번에는 소리를 죽이지도 않고 목 놓아 울었다. 하지만 기차가 증기를 내뿜는 소리가 워낙 커서 누가 옆에 있었더라도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자, 여보게들, 힘들겠지만 이제 3킬로미터도 안 남았어! 이번 일만 잘하면 크리스마스 때 술을 사 주겠네." 아무리 건장하고 힘센 짐꾼들이라지만 무거운 짐을 짊어질 생각에 푸념이 새어 나오자, 상인 한 명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상인의 거창한 다짐에 힘을 얻은 짐꾼들은 느릿느릿 뉘른베르크 난로를 어깨에 짊어졌다.
이내 아우구스트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 아이들은 곧잘 울다가 잠이 들곤 하는데, 산골 출신의 씩씩한 사내아이라면 더더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잠들 수 있다. 골동품 가게 안은 그리 춥지 않았다. 문과 창문이 꼭꼭 닫혀 있고, 실내는 물건으로 가득차 있었으며, 뒷벽은 불을 후끈하게 때는 이웃집의 따뜻한 굴뚝과 맞닿아 있었다. 게다가 아우구스트는 옷을 따뜻하게 입고 있었고, 기운이 팔팔한 어린아이였다. 덕분에 아우구스트는 사무치게 추운 뮌헨의 12월 겨울밤을 떨지 않고 보낼 수 있었다. 아우구스트는 곤히 잠들었다. 잠들어 있는 동안만은 슬픔도 위험도 배고픔도 다 잊고 편안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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