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ll is broken, 1920 - Giacomo Balla - WikiArt.org







기죽거나 눈치 보거나 조심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지금껏 열심히 공부했고, 명상했고, 운동했고, 기도해왔다.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다름‘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다름이 인정되는 것, 인정되는 것만이 아니라 공생하고 축하하는 곳, 그런 공간이 그리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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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Sun, Pontoise, 1875 - Camille Pissarro - WikiArt.org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 서시(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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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숙제처럼 여기던 책. 

Teacher at the Yellow Table, 1944 - Henri Matisse - WikiArt.org






변화가 더딘 사람도 3년쯤 지나면 마음의 힘을 많이 갖게 된다. 겉으로는 고요한 시간을 보내는 듯해도 내면에서는 깨지고 아파하고 재편성하는 시간이 지나는 셈이다. 이들은 한순간 휘몰아치듯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모든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변화는 다들 얼굴 표정이 온유하고 아름다워진다는 것이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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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동화집 '고양이 사령관'에는 러시아 전래설화 '눈처녀'가 실려 있다. 노부부가 눈으로 만든 여자아이 이야기. 추위가 사라지면 녹아버릴 수밖에 없는 눈사람의 운명. 한강의 단편 '작별'을 저 눈처녀가 피와 살과 뼈가 있는 인간이 되어 한참 살다가 갑자기 다시 눈사람으로 돌연 변이하는 이야기라고 상상해본다. 


차이콥스키의 '눈 아가씨'가 있다.






아이가 첫 단어를 생각하는 사이 그녀는 장갑을 벗고 자신의 눈시울 아래를 만져보았다. 좀 전에 아이를 안으며 눈물이 고였던 자리가 움푹 패어 있었다. 왼쪽 가슴 아래 고였던 더운 물은 늑골 아래까지 흥건하게 흘렀다. 자신의 몸이 반으로 꺾인다면 그 자리일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왼쪽 늑골 바로 아래에서, 절반으로 꺾이며 부서질 것이다. 하지만 운이 좋을 수도 있다고 그녀는 고쳐 생각했다. 그 자리가 바깥에서부터 다시 얼어붙어준다면, 어쩌면 이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작별(한강)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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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2-03-14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작별하지않는다 랑
비슷한듯 하면서 다른것같네요.

흰 이랑 작별
눈한송이가녹는동안 이
뭔가 다 연결되어 이어지는 기분입니다.

암튼 서곡님 글 로 급 읽고싶어졌어요.

서곡 2022-03-16 01:11   좋아요 0 | URL
네, 저도 흰과 눈한송이, 작별하지 않는다와 작별을 쭉 따라 읽어 왔네요. 아름다운 연쇄입니다.
 

The March Marigold, c.1870 - Edward Burne-Jones - WikiArt.org





비 내리는 동물원
철창을 따라 걷고 있었다

어린 고라니들이 나무 아래 비를 피해 노는 동안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는 어미 고라니가 있었다
사람 엄마와 아이들이 꼭 그렇게 하듯이

아직 광장에 비가 뿌릴 때

살해된 아이들의 이름을 수놓은
흰 머릿수건을 쓴 여자들이
느린 걸음으로 행진하고 있었다

- 거울 저편의 겨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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