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동화집 '고양이 사령관'에는 러시아 전래설화 '눈처녀'가 실려 있다. 노부부가 눈으로 만든 여자아이 이야기. 추위가 사라지면 녹아버릴 수밖에 없는 눈사람의 운명. 한강의 단편 '작별'을 저 눈처녀가 피와 살과 뼈가 있는 인간이 되어 한참 살다가 갑자기 다시 눈사람으로 돌연 변이하는 이야기라고 상상해본다.
차이콥스키의 '눈 아가씨'가 있다.
아이가 첫 단어를 생각하는 사이 그녀는 장갑을 벗고 자신의 눈시울 아래를 만져보았다. 좀 전에 아이를 안으며 눈물이 고였던 자리가 움푹 패어 있었다. 왼쪽 가슴 아래 고였던 더운 물은 늑골 아래까지 흥건하게 흘렀다. 자신의 몸이 반으로 꺾인다면 그 자리일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왼쪽 늑골 바로 아래에서, 절반으로 꺾이며 부서질 것이다. 하지만 운이 좋을 수도 있다고 그녀는 고쳐 생각했다. 그 자리가 바깥에서부터 다시 얼어붙어준다면, 어쩌면 이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작별(한강)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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