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마거릿 렌클 지음 / 최정수 옮김)의 '토끼' 편 첫 글 '그는 여기에 없다' 도입부.

Feeding the Rabbits - Frederick Morgan - WikiArt.org



어느 해 이른 봄에 둘째 아들이 정원에서 나를 도와주다가 부주의로 로즈마리 아래 숨겨져 있던 솜꼬리토끼 굴의 덮개를 열었다. 굴 안의 새끼 토끼들은 가없이 연약해 보였다. 엄지손가락 크기의 그 생물들은 눈을 꼭 감은 채 추운 3월의 빗줄기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그래도 로즈마리 아래에 있는 그들의 굴은 아늑한 탁아소였다. 엄마 토끼가 흙 속에 얕은 구멍을 파고 자기 털을 두껍게 깔아 놓았고, 더 많은 털로 새끼들을 덮어 두었다. 그 위에는 나뭇잎과 솔잎, 마른 로즈마리 잎이 마지막 층을 이루고 있었다. 가을과 겨울 동안 죽은 식물들이 쌓여 뒤죽박죽 섞여 있는 곳에서 토끼굴을 구별하기란 불가능했다. 아이가 가리켜 보인 굴의 위치는 이상적이었다. 그 굴은 포식자들에게 로즈마리와 같은 냄새를 풍겼다. 토끼 냄새는 전혀 풍기지 않았다. 우리는 새끼 토끼들을 다시 굴 안에 넣고 그들이 스스로 굴에서 안전하게 나올 때까지 그곳의 잡초를 뽑지 않은 채로 놓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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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3-22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곡님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즐거운 주말과 기분좋은 금요일 되세요.^^

서곡 2024-03-22 21:3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편안한 금요일 밤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