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제럴드 - 겨울 꿈 / 미성숙한 개츠비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F. Scott Fitzgerald (1927 portrait) By Harrison Fisher - National Portrait Gallery, object no. NPG.73.29, CC0, 위키미디어커먼즈


피츠제럴드와 친구들 1917년 경 By Kregel Photo Parlors - Minnesota Historical Society,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재작년 일월 말에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 '겨울 꿈'을 읽고 있었다. 펭귄클래식판 '위대한 개츠비'에 수록된 '작품해설 /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토니 태너)는 '위대한 개츠비'의 맹아라는 맥락으로 '겨울 꿈'을 설명한다('겨울 꿈'의 내용과 결말이 언급된다). 단편 '겨울 꿈'이 장편 '위대한 개츠비'보다 먼저 쓰였는데, '겨울 꿈'의 주디와 덱스터는 데이지와 제이 개츠비를 연상시킨다.





주디는 덱스터의 겨울 꿈에 존재하는 화려한 것, 혹은 화려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특이하게도 그녀는 부수적인 인물일 뿐이다. 즉, ‘아름다운’,‘낭만적인’,‘멋진’,‘무아지경’, ‘환상적인 밤’,‘뜨거움과 사랑스러움’ 등 그가 만들어내고 푹 빠져들게 된 이루 말할 수 없는 화려한 어휘들의 주변에 존재하는 하나의 부속품에 불과한 것이다. 그는 그녀보다 이런 단어들과 더 많은 관계가 있었다. 그는 처음 그녀와 사귀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금은 그저 보잘 것 없는 사람에 불과하오. ……내 경력은 미래에 시작될 테니까 말이오." 그러나 그녀와의 관계에 있어서 다른, 좀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그의 미래가 대체로 과거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소년 시절, 덱스터는 캐디였다. 이제 부유해진 그는 골프장에 나가면 스스로 캐디를 고용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마치 자신의 과거 모습을 떠올려서, 현재와 과거 사이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어떤 희미한 가능성이라도 찾아내려는 것처럼’ 캐디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가장 강렬한 감정은 소유할 때가 아니라 손실, 그것도 실제적인 손실이 코앞에 닥쳐왔을 때 생기는 것이다. 에밀리 디킨슨이 ‘사라져가면서 더 아름다워진다’라고 쓴 것처럼, 피츠제럴드는 사라지기 때문에 반짝거리는 것이라고 말한다.(‘그것은 정말 감탄할 만한 모습이었다. 그가 삶과 멋지게 조화를 이루어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이전과는 사뭇 다른 화려한 빛과 광채를 발산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인 것이다.’) 빛은 곧 희미해지기 때문에 빛나는 것이다. 그리고 빛이 희미해지고 세계가 확실히 그 매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면, 정말로 중요한 미래는 오로지 과거였던 것처럼 느껴진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주디가 덱스터의 삶에서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그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몇 년이 흐른 뒤 그가 우연히 주디의 소식을 접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한 지인으로부터 주디가 ‘술을 흥청망청 마시고 바람을 피워대는’─톰 뷰캐넌을 은근히 암시하는─난봉꾼과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그 난봉꾼 같은 남자를 계속 사랑하고 있으며, 그 모습 또한 퇴락하고 천박해져서 이전의 아름다웠던 흔적은 찾아볼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 이야기를 전해들은 덱스터는 더욱 큰 상실감에 빠진다.

덱스터는 자신의 미래가 과거와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에 푹 빠져서 헤어나지를 못했다. 개츠비도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처럼 많은 것을 벌어들인 사람이라면 과거를 미래처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복 입은 트럼펫 연주자 따위는 썩 꺼져버리라는 식으로 말이다! - 토니 태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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