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더스의 개 / 루벤스
아래 글의 출처는 '플랜더스의 개'(위다 지음 / 프랜시스 브런디지 그림 / 햇살과나무꾼 옮김)이다. 넬로와 파트라슈가 최후를 함께 한 성당에 루벤스의 아래 작품들이 있다. 벨기에 안트베르펜 성모 성당(Cathedral of Our Lady, Antwerp, Belgium)이다.
The Elevation of the Cross (1610) By 伊部リコ, CC BY 3.0, 위키미디어커먼즈
Descent from the Cross (1612 - 1614) By Art-Facts.com - CC BY-SA 2.0, 위키미디어커먼즈
2019년 12월 안트베르펜 성모 성당 내부 By Steven Lek - Own work,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그림은 12월 1일까지 내야 했고, 우승자는 12월 24일에 발표될 예정이었다. 우승자는 온 일가친척들과 함께 기쁜 크리스마스를 맞게 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의 방앗간에는 참나무 장작과 토탄 땔감, 크림과 벌꿀, 고기와 빵이 가득했다. 서까래에는 상록수 가지로 만든 화환이 늘어뜨려져 있고, 십자가상과 뻐꾸기시계는 호랑가시나무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알루아에게 주는 선물로 작은 등롱과 갖가지 모양의 장난감, 포장지에 알록달록한 그림이 그려진 사탕도 있었다. 집 안 곳곳이 밝고 따뜻하고 풍요로웠고, 알루아는 파트라슈를 귀한 손님으로 정성껏 대접하려 했다.
하지만 파트라슈는 따뜻한 곳에 눕지도 않고, 크리스마스 음식을 먹지도 않았다. 배가 많이 고프고 몹시 추웠지만, 넬로 없이는 편히 쉬거나 배불리 먹고 싶지 않았다. 파트라슈는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문에 바싹 기대 달아날 틈만 노렸다.
파트라슈는 가느다란 실처럼 바닥에 얼어붙은 하얀 흔적을 길잡이 삼아, 적막한 고요를 헤치고, 둥근 천장 아래 펼쳐진 드넓은 공간을 지나, 곧장 제단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거기에, 돌바닥 위에 누워 있는 넬로가 보였다. 파트라슈는 살며시 다가가 넬로의 얼굴을 건드렸다. 그 다정한 몸짓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설마 내가 의리도 없이 널 버릴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난 개란 말이야."
넬로는 나지막이 울음을 터뜨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파트라슈를 꼭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우리, 여기 누워서 같이 죽자. 사람들한테는 우리가 필요 없어. 우리는 외톨이야."
크리스마스 아침이 밝아 사제들이 성당으로 왔을 때, 넬로와 파트라슈는 그렇게 돌바닥 위에 함께 누워 있었다. 벽에 걸린 루벤스의 위대한 그림은 휘장이 걷혀 있어 이제 막 떠오른 태양의 맑은 빛이 그리스도의 머리에 씌워진 가시관 위에서 어른거렸다.
"아, 넬로, 돌아와! 이제 너만 오면 된단 말이야. 아기 예수님이 선물을 한 아름 들고 있고, 피리 부는 할아버지가 연주를 해 주실거야. 엄마가 크리스마스 내내 같이 난롯가에 앉아 밤을 구워 먹자고 하셨는데……. 아니, 크리스마스 지나고 공현 축일(동방 박사 세 사람이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온 것을 기념하는 날. 1월 6일:옮긴이)까지 있어도 된단 말이야! 파트라슈도 정말 기뻐할 텐데! 아, 넬로, 눈 좀 떠 봐!"
하지만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머금은 채 빛나는 루벤스의 걸작을 바라보고 있는 핏기 없는 어린 얼굴은 모두에게 "너무 늦었어요." 하고 대답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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