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백치'(1951)를 다 보았다. 세 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원래는 더 길었다고 한다). 전에 보다가 접었는데 이번에 끝냈다. 후련하다. 원작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 '백치'. 영화는 패전 후 일본 겨울 삿포로로 배경을 옮겨 눈과 추위 속에서 입김을 펄펄 날리며 찍었다. 사람들이 다 제정신이 아니라서 보기 괴로워진다. 한 마디로 정신 없다. 원작의 주제에 더하여 전쟁 후유증 - 패전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지젝이 구로사와의 '백치'가 도-키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중 최고라고 썼다('멈춰라,생각하라').
By Shochiku Company, Limited (松竹株式会社) © 1951 * 영화 소개 https://www.koreafilm.or.kr/movie/PM_000255 (한국영상자료원)
"Idiot" (1910). Film screenshot. By Пётр Чардынин / Pyotr Chardynin
정말로 위대한 예술작품을 가려내는 방법은 탈맥락화, 즉 새로운 맥락으로 옮겨졌을 때 얼마나 잘 살아남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영화화한 최고의 작품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본을 배경으로 미쉬킨이 귀순용사로 등장하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백치’라는 사실도 놀라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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