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9월 말에 서경식 작가의 '내 서재 속 고전' 중 '풍화되는 투쟁, 하지만 정의의 실천을 게을리 말라: 피에로 말베치 등이 엮은 『사랑과 저항의 유서』,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어느 가족의 대화』'를 읽고 포스팅했다. https://blog.aladin.co.kr/790598133/14942221 이어지는 바로 그 다음 장은 '참극의 유대인 거리에 남은 것과 변한 것: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어느 가족의 대화』, 가와시마 히데아키의 『이탈리아 유대인의 풍경』'이다. 긴츠부르그의 '어느 가족의 대화' - 국역본 제목은 '가족어 사전' - 가 연결점이자 교차점이다. 계속 읽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재일조선인 작가 서경식 별세] https://v.daum.net/v/20231219162015798

토리노(2023년 2월) 사진: UnsplashSara Cudanov






약 3주간 이탈리아를 다녀왔다. 로마에서 페라라, 밀라노를 거쳐 북상하다 마지막에 하루뿐이었지만 토리노에도 들렀다. 여행의 길잡이는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어느 가족의 대화』, 그리고 가와시마 히데아키의 『이탈리아 유대인의 풍경イタリア・ユダヤ人の風景』이었다. 가와시마는 앞서 소개한 『사랑과 저항의 유서』의 일본어판 번역자이기도 하다.

로마에 도착한 뒤 바로 유대인 거리를 찾았다.

유대의 전통 과자를 파는 가게에 들어가 큼직한 타르트를 사서 근처 카페에 앉아 아내와 나눠 먹었다. 밝은 봄 햇살을 받은 거리 모습은 얼핏 보기에 평화 그 자체였다.

내가 투숙한 숙박업소 주인은 호인으로, 그 지역의 맛 좋은 와인, 아내가 손수 만든 과자, 수제 살라미 소시지 등을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그도 유대인이었을까. 만일 그랬다면 친족이나 지인 중에도 희생자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당신은 어떤 일을 하나요?" 하고 묻기에, "작가요. 프리모 레비에 대한 책을 쓰기도 했죠" 하고 대답하자, "프리모 레비? 그거 좋군" 하고 그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다.

페라라에서 밀라노로 이동한 뒤 하루 일정으로 토리노를 찾았다. 내게는 세 번째 방문이었다. 첫 방문은 1996년. 그때의 여행 인상을 토대로 『프리모 레비를 찾아가는 여행』을 썼다. 두 번째는 2002년, NHK 다큐멘터리 제작팀과 동행했다. 그 12년 뒤인 지금,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그대로 남았는가. 나 자신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것을 느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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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3-12-19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 <디아스포라 기행> 책소개 관련 김겨울의 라디오 북클럽 팟캐 들었는데요..

서곡 2023-12-20 07:33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연말의 비보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서곡 2023-12-20 09:21   좋아요 0 | URL
위의 저 글이 2014년 4월에 쓰였으니 십 년 가까이 흘렀네요 그 시간 동안 작가님이 부디 충만하고 행복하셨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