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 작가 서경식의 '내 서재 속 고전-나를 견디게 해준 책들'로부터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부부에 관하여 발췌한다. * [정의의 실천 게을리 말라는 우리 모두에 대한 유서] https://v.daum.net/v/20140126195008179 참고.
제2차세계대전 파르티잔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동상(이탈리아 베르가모) By Рустам Абдрахимов, CC BY 3.0, 위키미디어커먼즈 cf. https://en.wikipedia.org/wiki/Monumento_al_Partigiano,_Bergamo
서경식 작가는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에도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소설 'Lessico famigliare('가족어 사전'으로 국역)'를 소개하며, 살면서 재미있게 읽은 소설 열 권 안에 든다고 썼다.
긴츠부르그 부부-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커먼즈
이번에는 두 권의 책을 읽었다. 일단 『사랑과 저항의 유서』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한다. 이 책의 원제는 『이탈리아 레지스탕스 사형수의 편지Lettrere di condannati a morte della resisetenza italiana』이다.
『사랑과 저항의 유서』에는 ‘정의와 자유’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자 기관지 편집장이었던 레오네 긴츠부르그Leone Ginzburg의 편지도 들어 있다. 그는 러시아 오데사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어린 시절 이탈리아로 이주했다.
"사랑하는 나의 나탈리아. (……) 창작에 몰두해서 복받쳐 흐르는 눈물을 잊을 수 있었으면 좋겠소. 뭐라도 좋소. 사회적인 활동을 해서 다른 사람들의 세계를 접했으면 좋겠소. (……) 얼마나 그대를 사랑하고 있는지. 만약 그대가 없다면 나는 기꺼이 죽을 수 있겠는데(이것도 최근에 도달한 결론이오)."
이 편지에 등장하는 그의 아내는 여성 소설가 나탈리아 긴츠부르그Natalia Ginzburg이며, 아이들 중 한 명은 역사가 카를로 긴츠부르그Carlo Ginzburg다.
나탈리아의 소설 『어느 가족의 대화Lessico famigliare』는 파시즘기 이탈리아 어느 유대인 일가의 초상이다. 그러나 여기에 묘사돼 있는 것은 처참한 투쟁의 프로필이 아니라 그런 투쟁 속에서 발휘된 놀라운 유머와 풍부한 지성이다. 앞서 소개한 책과 이 책은 태양과 달과 같은 관계이며, 한쪽이 다른 쪽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한층 더 심화시킨다.
『사랑과 저항의 유서』는 필독의 역사적 기록으로, 『어느 가족의 대화』는 최상의 문학으로. 둘을 함께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지식인과 출판인의 문화적 책무다.
원고 출처: 풍화되는 투쟁, 하지만 정의의 실천을 게을리 말라: 《한겨레》, 2014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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