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읽은 김금희 작가의 단편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 속 연극 - 아티스트 마리나 아브라모치의 퍼포먼스를 참고했다고 저자가 밝힌 - 부분을 정리해둔다.











극장 안으로 들어가니 필용을 빼고는 겨우 세 명의 관객이 앉아 있었다. 시간이 되자 무대에 핀 조명이 들어오고 스크린에는 회색 톤의 배경이 깔렸다. 그리고 전신 타이츠를 입은 배우가 들어왔다.

배우는 핀 조명을 받으며 서 있다가 갑자기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샌드위치를 먹고 있던 은행원 복장의 여자 관객을 무대 위로 올렸다. 관객은 당황해서 어떡해, 어떡해, 하면서도 끌려올라갔다.

의자 두 개가 놓이고 배우는 여자를 앉혔다. 자기는 맞은편에 앉았다.

배우는 관객을 바라보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극장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설마 연극이 여기서 끝은 아니겠지, 필용은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연극은 그것이 끝이었다. 마주보다가 불이 켜졌고 구석에 앉아 있던 남자 관객 하나가 일어나 짤깍짤깍짤깍 박수를 쳤다.

연극의 형식은 2010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 〈예술가가 여기 있다The Artist Is Present〉에서 착안했다. - 너무 한낮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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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2-02 0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라마스페셜에서 ‘너무 한낮의 연애‘를 방영한 적이 있는데 좀 슬프더라고요.
마리나 아브라모치의 퍼포먼스에 전 남편이 찾아오는데 그때의 묘한 감정과도 통했던 것 같아요^^

서곡 2023-12-02 08:06   좋아요 1 | URL
네 퍼포먼스의 하이라이트였죠 ... 소설 속 연극 뿐만 아니라 소설 전체의 흐름과 결말까지 마리나 아브라모치의 저 퍼포먼스가 영향을 준 게 맞다고 봐야겠지요 너무 한낮의 연애 드라마스페셜은 예고편만 봤습니다 페넬로페님 댓글 감사합니다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