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일리아드)를 재해석한 장편소설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아킬레우스의 노예가 된 왕비'(팻 바커 저 / 고유라 역)가 아래 옮긴 글의 출처이다. 저자 팻 바커는 부커상 수상 경력의 영국 여성 작가이다. 

John William Godward - Briseis, 1896.  * [네이버 지식백과] 브리세이스 [Briseis]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cf. [아킬레우스 말고 '브리세이스의 분노'는 아십니까]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0512570001607?did=NA (박신영)


 


네스토르의 아들이자 아킬레우스를 숭배하는 안틸로코스가 파트로클로스가 죽었다고 그에게 전했다. 즉시 아킬레우스는 울부짖으며 바닥에 쓰러졌고, 손으로 더러운 모래를 움켜쥐고 퍼서 얼굴에고 목에고 퍼부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타났다. 해변에서 성큼성큼 걸어오는 그녀의 얼굴과 머리카락 위로 은회색 폭풍이 금속성 광택을 드리웠다. 사람들 사이로 속삭임이 퍼졌다. "테티스."

그녀가 다가오자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직 밖에 남은 사람들은 여신이 아들과 단둘이 만날 수 있도록 눈을 가리거나 고개를 돌렸다.

대체 어떤 어머니가 자식이 태어난 바로 그 순간부터 자식의 죽음을 애도할까? 그는 그녀의 비탄에 젖어서 성장했다. 그는 강했고, 건강했다. 적어도 그녀가 떠나기 전까지는.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것도 그가 결국 죽는다는 사실에 대한 위로가 되지 않았다.

파트로클로스의 죽음도, 그의 죄책감도, 모두 있어서는 안 될 것이었다. 그가 갑옷을 입었어야 했다. 지금 순간에, 전쟁에 있어 그보다 훨씬 미숙한 자들도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트로이 성문 안쪽으로 끌고 가려는 헥토르와 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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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10-29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올린 페이퍼랑 내용이 통하는 부분 보니 반갑네요.
이 책 관심이 갑니다.

서곡 2023-10-30 09:16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어제밤 그레이스님의 일리아스 페이퍼 반가웠습니다 ! ㅎㅎ 저는 어제 일리아스를 볼 계획은 없었는데 읽던 책에 관련 사항이 나와서 내친 김에 찾아 읽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오늘 월요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호시우행 2023-10-30 0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트로이목마와 전쟁에 얽힌 얘기들을 단순히 신화적인 접근으로만 이해했는데, 전쟁에서 착취당한 여성에 대해선 지금껏 무관심했던 것 같네요.ㅠㅠ

서곡 2023-10-30 09:26   좋아요 1 | URL
네 신화도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지금도 계속 인류가 전쟁 중이고 그 와중에 여성 포함 절대적 상대적 약자들은 궁지에 몰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한 주 잘 시작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