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뉴와 파리아
[아렌트에게 진정성은 사회로부터 그저 벗어나 단순하게 국외자나 추방자로 남아 홀로 자아 성찰에 몰두하고 감정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 파리아처럼 자신이 파리아임을 긍정하고 자신이 발 딛은 현실을 검토하고 의식적으로 짊어지면서 사회가 강요한 그런 지위에 주의 깊게 맞서는 데 있는 것이라 하겠다.
아렌트는 이해란 “현실에, 그것이 무엇이든, 미리 계획하지는 않았던 현실을 견뎌내며 주의 깊게 맞서는 것”이며, 이해만이 “끊임없는 변화와 변동 속에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실을 화해”시킴으로써 자신을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아렌트는 우리가 이해의 연습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으며, 이는 글쓰기나 이야기라는 방식을 취한다고 보았다.*
* 한나 아렌트(2013), 이진우·박미애 역, ‘전체주의의 기원1’, 한길사, 34~35쪽 ; 한나 아렌트(2012), 홍원표 외 역, ‘이해의 에세이’, 텍스트, 488~450쪽 ; 한나 아렌트, ‘라헬 파른하겐’, 195~196쪽 참고.
아렌트는 이런 이해의 연습이 어떤 경험이나 미래 상황을 정신에 재현하는 능력인 상상력을 동반하지만, 그 어떤 현실성을 잃은 상상력과는 다르다고 보았다. 이해의 능력이 유례없는 일을 대면할 때 이를 어떻게 판단하고 행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출처: 김세원, 진정성에 대한 탐구로서 [라헬 파른하겐] 독해를 위한 길잡이(2017) 한국여성철학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287835
Hannah Arendt (second from right) at Heidelburg University in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