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렌트는 근대 사회라는 현실 속에서 한 사람이 사회와 맺는 관계를 중심으로 두 가지 인간 유형을 그려낸다. 라헬의 삶을 이야기하기 위한 개념적 틀로 언급하는 파브뉴와 파리아가 그것이다. 베르나르 나자르가 유대인의 사회적 실존을 칭하는 데 사용한 이 용어를, 아렌트는 이를 넘어서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제시되는 인간 유형의 이념형으로 제시한다. 파브뉴가 사회에 편입되고 주류로 진출하기 위해서 사회 구성원들의 입맛에 맞게 자신의 말과 행위를 바꾸고 자신의 실존을 바꿔나가는 순응주의의 특징을 지녔다면, 파리아는 이런 사회에서 주변화되거나 배제되어 보이지 않는 사람들로 고립적이고 탈공동체적인 특징을 지녔다.

 

* 리처드 번스타인, ‘한나 아렌트와 유대인 문제’, 58쪽. 파리아란 버림받은 사람, 추방자, 국외자를, 파브뉴란 벼락부자, 자신을 파리아로 취급하는 사회에 동화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사람, 사기와 자기기만을 통해 버림받은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출세주의자’를 뜻한다.] 출처: 김세원, 진정성에 대한 탐구로서 [라헬 파른하겐] 독해를 위한 길잡이(2017) 한국여성철학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287835


cf. 유대인 문제로 파헤친 한나 아렌트 사상 고찰 https://www.kgnews.co.kr/news/article.html?no=218645 한나 아렌트와 유대인 문제 / 리처드 J.번스타인

 

파브뉴와 파리아가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카를 마르크스 지음, 김현 옮김)의 '해제—오늘날 우리에게 유대인 문제란 무엇인가' 중 '1.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의 집필 배경'에 언급되어 아래 가져왔다.

젊은 시절의 마르크스






유대인을 두 부류로 분류하는 어떤 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마르크스는 해당 사회에서 그 사회의 지배 권력에 적절한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고 안위를 보장받으면서 자신에게 이질적인 사회·문화적 관습에 동화되기를 택한 ‘파브뉴parvenu’ 유대인이라기보다는,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거부하면서, 자신이 가진 이방인 기질과 그로부터 연유한 자유롭고 예리한 지성을 무기로, 사회에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댈 수 있었던 ‘파리아pariah’ 유대인이었던 셈이다.

* 파브뉴parvenu 유대인은 유대인 졸부를, 파리아pariah 유대인은 특정 국가에 소속되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비판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을 지닌 유대인을 가리키기 위해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제시한 개념이다. 아렌트는 독일 유대인 여성의 삶을 다룬 저서 《라헬 파른하겐 Rahel Varnhagen》에서 이 두 가지 개념을 제시하며 유대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행한다.

미국의 아렌트 연구자 리처드 번스타인Richard J. Bernstein은 독일계 유대인 지식인인 아렌트가 겪었던 내적 갈등과 고뇌뿐 아니라 시오니즘 운동과 그녀의 복잡한 관계를 아렌트의 사상사적 특성과 결부시켜 흥미롭게 분석한다. 번스타인은 독일계 유대 지식인 여성으로서 아렌트가 겪었던 내적 갈등과 고뇌에 공감하면서도, 그녀가 유대인 정체성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회피하며, 유대 민족의 실존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고 이러한 사실의 사회적, 정치적 의미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리처드 J. 번스타인, 《한나 아렌트와 유대인 문제》, 57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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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나 아렌트 / 이해
    from 에그몬트 서곡 2023-10-26 17:49 
    [아렌트에게 진정성은 사회로부터 그저 벗어나 단순하게 국외자나 추방자로 남아 홀로 자아 성찰에 몰두하고 감정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 파리아처럼 자신이 파리아임을 긍정하고 자신이 발 딛은 현실을 검토하고 의식적으로 짊어지면서 사회가 강요한 그런 지위에 주의 깊게 맞서는 데 있는 것이라 하겠다. 아렌트는 이해란 “현실에, 그것이 무엇이든, 미리 계획하지는 않았던 현실을 견뎌내며 주의 깊게 맞서는 것”이며, 이해만이 “끊임없는 변화와 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