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포증?

'자본의 꿈 기계의 꿈' (지은이 고병권) 중 ‘4 노동자와 기계의 전쟁 - 대규모 기계파괴 운동’이 아래 옮긴 글의 출처이다. 

기계파괴자(러다이트)들이 모였던 곳에 세운 기념비 By Tim Green from Bradford - Dumb Steeple, Mirfield, CC BY 2.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52101971


기계파괴 운동은 1811년과 1812년 사이에 특히 격렬했는데요. 이때는 진압을 위해 1만 명 넘는 병력이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봉기의 규모와 강도가 상당했던 모양입니다. 매우 폭력적인 진압이 이루어졌고 주모자들은 처형되었습니다. 폭력적 진압이 이루어졌다는 건 그만큼 투쟁이 격렬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 민중 봉기에 대한 통치자들의 공포가 그 정도로 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혁명과 자코뱅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유럽을 배회할 때였으니까요. 그야말로 통치자들이 ‘반자코뱅주의’로 똘똘 뭉쳐 있던 시절이죠.

기계가 들어와서 생존조건을 잃은 노동자 수는 기계 수만큼이 아니지요. 기계가 한 대 들어오면 노동자는 수백 명이 쫓겨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추방을 면한 노동자들의 지위도 위태로워집니다. 이들은 추방의 공포 때문에 노동일의 연장과 노동강도의 강화를 감내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추방된 노동자들이 노동력의 저수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력의 가격이 하락합니다. 살기 위해서는 제값을 받지 못해도 팔아야 합니다.

예컨대 영국의 수직기 직조공들은 역직기의 도입과 더불어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몰락했습니다. 말하자면 그들은 천천히 말라 죽었습니다. 마르크스는 "세계 역사상 이처럼 처참한 광경은 없었다"라고 썼습니다.

반면 영국의 면방직업이 기계화되자 인도인들은 곧바로 몰락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마르크스가 인용한 동인도 총독의 말이면 충분할 겁니다. 그는 1834~1835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면직공의 뼈가 인도의 들판을 하얗게 뒤덮고 있다." 이것이 만성과 급성의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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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계와 구사대
    from 에그몬트 서곡 2023-08-30 11:13 
    고병권 저자의 자본의 꿈 기계의 꿈 중 ‘4 노동자와 기계의 전쟁 - 기계는 자본가의 무기’로부터 발췌한다. 미국 오하이오 탄광파업을 방해하는 자들 1884 (퍼블릭도메인, 위키미디어커먼즈)'구사대'로 위키백과에서 검색하면 '파업파괴자'라고 나온다. 위 그림은 영문위키피디아에서 'strikebreaker'로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