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옮긴 글은 나카하라 추야가 쓴「산보 생활」의 끝 부분이다(출처: 슬픈 인간, 정수윤 편역). 아침 신문 문예란을 읽는 장면.
나카하라 추야는 '문호 스트레이독스'의 캐릭터이다.
마음도 정신도 없이 그럴싸한 글귀만 갖다 붙이며 비평이니 학문이니 하는 녀석들이 이토록 많다니. 마음에서 우러나지도 않으면서 서점에 갔더니 책이 있어서 학문을 하니까 이렇게 되는 거다. "아침상엔 된장국 빠지면 서운하지"라거나 "부채는 왜 자꾸 없어지는지 모르겠네"라며 아무튼 활기차게 잘 사는 녀석들이 현대가 어쩌고 범죄 심리가 어쩌고 지껄이니 지나 가던 사람에게 갑자기 청혼이라도 받은 듯 당황스럽다. 대학의 철학과 일학년 학생이나 "이건 심각한 얘기야" 하고 매 순간 심각하게 칸트며 헤겔을 읽는다.
유럽이 햄릿에게 질려 돈키호테에게로 간다. 그러면 고군분투하는 일본 학생들은 "그래! 밝아져야 해" 하고 지껄인다. 저쪽이 실내에 지쳐 밖으로 나간다. 그러면 이쪽은 태양 아래서 졸고 있던 녀석들이 우하하하 기뻐한다. 형태는 그들이나 우리나 비슷하다. 쇠파이프관도 관이고 지하철도도 관이다.
어쨌거나 오늘은 비가 오니까 어차피 산책도 못 한다. 슬슬 햄릿도 지겨워졌으니 돈키호테와 함께 집을 나서자. 비가 내려도 우산이 있다. 전차를 타면 지붕도 있다.- 나카하라 추야,「산보 생활」
• 미발표 원고, 집필시기 미상 • 저본 『中原中也全集 第4巻 評論・小説』 角川書店, 2003
나카하라 추야中原中也(1907~1937) 시인, 번역가. 야마구치현 의사 집안의 맏이로 태어났다. 부모는 그가 의사로 가업을 잇기 바랐으나 추야는 훗날 그의 자전적 수필 「시적 이력서」에서 어릴 때 죽은 동생을 그리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랭보 시집을 번역했으며 자비출판한 데뷔 시집 『산양의 노래』로 주목 받았다. 결혼 후 두 살 난 아들을 잃고 심신이 급격히 미약해져 서른 살에 가마쿠라에서 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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