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박완서의 부엌 :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호원숙) 에 개성만두와 세상을 떠난 막내 이야기가 나온다.
[개성 만두는 생김새부터가 유머러스하거든요. 얄팍하고 쫄깃하게 잘 주무른 만두 꺼풀을 동그랗게 밀어서 참기름 냄새가 몰칵 나는 맛난 만두소를 볼록하도록 넣어서 반달 모양으로 아무린 것을 다 시 양끝을 뒤로 당겨 맞붙이면 꼭 배불뚝이가 뒷짐 진 형상이 돼요.] 어머니의 첫 소설 『나목』 속에 나오는 구절이다.
남동생은 한참 먹성이 좋을 때이기도 했지만 만두를 특히 좋아했다. 만두를 스물다섯 개 먹었다고 자랑하곤 했으니. 볼이 붉었던 소년, 엄마가 만든 만두라면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엄마는 그 아들의 등을 자랑스러운 듯 툭 치면서 만두 만드는 노고를 잊는 듯 허리를 펴셨다.
그 애가 세상을 떠나고 세모(歲暮)가 왔다. 어찌 그 몇 달을 지낼 수 있었을까? 나는 엄마가 쓰신 일기를 잘 보지 않는다. 너무 슬프기 때문에.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이 너무 서글프기 때문이다. 미쳐버리지 못하는 정신의 명료함을 탓하던 그 시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만두를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다던 아이. "만두 박사가 없는데 무슨 재미로 만두를 하나?" 하시면서도 그해 연말 우리가 마련한 재료로 만두를 빚으셨던 엄마. 그래서 만두를 보면 슬픔이 올라온다. 음식은 말이 없는데, 만두를 빚으면 만두 박사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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