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해산 바가지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v101ha120a11


'해산바가지'는 문학동네 박완서 단편전집 중 '저녁의 해후'와 문지 작가선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에 실려 있다.

By Rik Schuiling / TropCrop-TCS - Own work, CC BY-SA 4.0


그분의 망가진 부분이 육신보다는 정신이었다는 걸 알아차린 건 그후였다. 우리는 그걸 서서히 알아차리게 됐다. 처음엔 아이들 이름을 헷갈려 부르는 정도였다. 노인들이 흔히 그러는 걸 봐온지라 대수롭지 않게 알았다. 그러나 바로 가르쳐드려도 믿지를 않고 한사코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건 묘하게 신경에 거슬렸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허구한 날 같은 말에 같은 대꾸를 해야 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구나 그 빈도가 하루하루 잦아지고 있었다. "쌀 씻어놓았냐?" "네." "쌀 씻어놓아라. 저녁때 다 됐다." "네, 씻어놓았다니까요." "쌀 씻어놓았냐?" "씻어놓았대두요." "쌀 씻어놓았냐?" "쌀 안 씻어놓으면 밥 못 할까 봐 그러세요. 진지 안 굶길 테니 제발 조용히 좀 계세요." 이렇게 짜증이 나게 마련이었다. 그렇다고 그 줄기찬 바보 같은 질문이 조금이라도 뜸해지거나 위축되는 것도 아니었다. - 해산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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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3-2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산바가지, 저도 읽은 것 같습니다.
박완서 작가님의 단편집을 많이 갖고 있어요. 밤새워 읽던 기억이 나네요.
작품이 다 훌륭한 것도 놀랍지만 소설도 산문도 다작을 했다는 점도 놀랍습니다.
어찌 그리 많은 작품을 쓸 수 있었는지 감탄! 감탄!

서곡 2023-03-20 12:08   좋아요 0 | URL
네 어느 순간 필력 폭발하신듯요 저는 문학동네단편전집 정주행 중입니다...한 주 잘 시작하시길요~댓글 감사합니다!

모나리자 2023-03-21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랜만에 보는 박과 바가지입니다.ㅎ 어렸을 때 시골에서 저 바가지를 소여물 푸는 바가지로 썼던 기억이 납니다. 추억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네요.^^

서곡 2023-03-21 14:41   좋아요 1 | URL
댓글 감사합니다 박 때문에 아주 오랜만에 흥부놀부 생각났어요 ㅋㅋ 오후잘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