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해산 바가지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v101ha120a11
'해산바가지'는 문학동네 박완서 단편전집 중 '저녁의 해후'와 문지 작가선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에 실려 있다.
By Rik Schuiling / TropCrop-TCS - Own work, CC BY-SA 4.0
그분의 망가진 부분이 육신보다는 정신이었다는 걸 알아차린 건 그후였다. 우리는 그걸 서서히 알아차리게 됐다. 처음엔 아이들 이름을 헷갈려 부르는 정도였다. 노인들이 흔히 그러는 걸 봐온지라 대수롭지 않게 알았다. 그러나 바로 가르쳐드려도 믿지를 않고 한사코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건 묘하게 신경에 거슬렸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허구한 날 같은 말에 같은 대꾸를 해야 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구나 그 빈도가 하루하루 잦아지고 있었다. "쌀 씻어놓았냐?" "네." "쌀 씻어놓아라. 저녁때 다 됐다." "네, 씻어놓았다니까요." "쌀 씻어놓았냐?" "씻어놓았대두요." "쌀 씻어놓았냐?" "쌀 안 씻어놓으면 밥 못 할까 봐 그러세요. 진지 안 굶길 테니 제발 조용히 좀 계세요." 이렇게 짜증이 나게 마련이었다. 그렇다고 그 줄기찬 바보 같은 질문이 조금이라도 뜸해지거나 위축되는 것도 아니었다. - 해산바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