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56XX12400388
By Rik Schuiling / TropCrop-TCS - Own work,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일어나오 일어나오. 박이나 한 통 타서 박속이나 지져 먹읍시다."
흥부 마지못하여 일어나서 박을 따서 놓고 먹줄을 반듯하게 마친 후 양주 톱을 잡고 켠다.
"슬근슬근 톱질이야, 당기어 주소 톱질이야. 가난타고 설워를 마소. 팔자 글러 가난, 사주 글러 가난, 벌지 못하여 가난, 미련하여 가난, 산소 글러 가난, 밑천 없어 가난한 걸 한탄 마소."
흥부 아내 하는 말이,
"산소 글러 가난하면 아주버님은 잘살고 우리는 가난한가? 장손만 잘되는 산소던가? 에여라 톱질이야, 슬근슬근 당겨 주소. 북창한월 성미파(北窓寒月聲未罷)에 동자(童子) 박도 가야*로다. 당하자손 만세영(堂下子孫萬世榮)에 세간살이 박도 가야로다. 이 박 한 통 타거들랑 금은보패가 나옵소서."
* ‘가야금이로다’란 뜻.
"흥부는 박 네 통 가지고 부자가 되었으니 우리는 박 십여 통이 열려 있으니 그 박을 다 타게 되면 천하 장자 되어 의돈(扮頓)*이를 곁채에 들이고 석숭(石崇)*이를 잡아다가 부릴 것이니 만승천자(萬乘天子)*를 부러워할까."
* 중국 춘추시대의 큰 부자. * 중국 진(晋)나라 때의 부호이자 문장가. 그 영화로움은 비길 데가 없었다 함. * 천자나 황제를 높여 일컫는 말. 만승지존(萬乘至尊).
이처럼 좋아하며 그 박 굳기만 굴지계일(屈指計日)*하여 기다릴 제 하루가 이틀씩 포집어 가지 않는 것을 한하더니 그렁저렁 하삼삭(夏三朔) 다 지나고 팔구월을 당하니 십여 통 박이 하나 썩은 것도 없이 개개 쇠뭉치처럼 굳었고나.
* 손가락을 굽혀 가며 날을 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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