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의 '로얄 테넌바움'은 좋아하는 영화인데 배우 진 해크먼이 가족을 떠났던 아버지 로얄 테넌바움을 연기한다. 최근 들려온 해크먼의 비극적인 별세 소식에 앤더슨 감독도 애통해했으리라.


그 존재의 무게, 진 해크먼(1930~2025)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107083


1972년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쳐' 세트장에서 : 가운데 서서 케이크를 자르는 사람이 진 해크먼이다. By Bruce H. Cox, Los Angeles Times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onnie and Clyde (1967 cast photo) : 맨왼편에 선 배우가 진 해크먼이다.  by Warner Bros.-Seven Arts.






앤더슨은 시나리오를 집필할 때부터 로얄 역할로 진 해크만을 염두에 뒀다. 마초적 에너지를 뿜어내는 실패한 아버지 역할로 해크만을 떠올린 이유는 감독 자신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지만, 해크만은 그런 결정을 타당하게 느끼게 해주는 무게감의 소유자였다.

진 해크만이라는 아이콘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포세이돈 어드벤처〉 그리고 오스카를 수상한 〈프렌치 커넥션〉과 〈용서받지 못한 자〉를 볼 것.

해크만은 머리끝부터 반짝이는 구두코까지 철두철미한 멋쟁이 로얄로 변신했고, 편집광적인 말투로 상대를 철저히 깔아뭉개는 말을 유쾌하게, 완벽한 타이밍에 내뱉었다. 해크만이 이토록 날렵한 모습을 보여준 적은 드물었다.

해크만의 개인사도 로얄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어느 날 해크만은 앤더슨에게 그가 13살 때 가족을 떠난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진은 자기 아버지가 떠나던 순간을 담담하게 들려주었어요. 친구들과 길거리에서 놀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차를 몰고 옆을 지나갔다더군요. 아버지는 잠깐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들었을 뿐 차를 세우지는 않았답니다. 그러고 10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아버지를 봤다더군요. 해크만은 목멘 소리로 이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그는 자기도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어요." 로얄이 진정으로 바라는 건 가족과의 관계 회복이라며 해크만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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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3-20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진 해크만, 로얄 테넌바움에도 나왔었지요. 보니 앤 클라이드는 너무나 오래 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서곡 2025-03-20 18:09   좋아요 0 | URL
네 위에 다 옮기진 않았는데 해크만이 첨엔 로얄 역에 소극적이었대요 그래서 감독이 엄청 공들여 설득합니다 이 영화의 배우들이 다 훌륭하지만 부모 역으로 나온 대배우들이 명불허전 무게추처럼 중량감과 안정감을 주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 보니 앤 클라이드는 못 봤어요 시네마테크에서 해 주면 큰 화면으로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