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 - 오늘도 마음을 노래하는 뮤지션 고영배의 다정한 하루하루
고영배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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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9. 어떤 기억들은 조각난 채 그대로 머릿속에 머무른다. 내가 조각낸 적도 없고 스스로 이어 붙일 수도 없다. 그대로 거기 있으면서 가끔 무언가를, 어딘가를 비출 뿐이다.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특히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를 느낀다는 것 같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그와 만나는 것이다. 누군가와 접점이 생기는 것이다. 그 접점은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의 저자 고영배는 데뷔 13년 차 밴드 소란의 보컬이자 라디오 진행자이다. 라디오 청취는 이문세의 별밤이 마지막이고 인디밴드의 음악은 접한 적이 없다. 그런 까닭으로 저자와의 만남이 좋았다. 저자와의 새로운 접점이 인디밴드의 음악을 궁금하게 했고, 라디오 청취를 그리워하게 했다.


저자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의 내용은 저자가 살아온 열정적인 삶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밴드를 시작해서 열정 하나로 첫 앨범을 내고 지금까지 소란이라는 인디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고영배라는 사람의 솔직한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두 아이에 대한 애정을 만날 수 있고, 아내에 대한 사랑도 만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글 쓰는 재주가 뛰어난 저자가 음악에서는 어떤 능력을 보여주고 있을지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글에서 느낀 저자의 음악은 아름다운 발라드일 것 같은데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책을 읽고 차기작이 아닌 노래를 기대해 보기는 처음이다. 참 특별한 만남을 선물해 준 고마운 책이다.



"북폴리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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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에게 말을 걸다
김교빈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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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에게 말을 걸다》는 중등 미술교사이자 작가, 서양화가인 김교빈이 그려낸 감성 에세이이다. 우리는 아무에게 닥칠 수 있는 불행을 내게 닥치기 전까지는 무덤덤하게 대한다. 이 책은 저자에게 닥친 배우자의 죽음이라는 불행이 저자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그리고 저자가 불행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절제된 단어들로 간결하게 들려주고 있다.


책의 기본 흐름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을 풀어내고 그 생각을 그림에 담은 명화와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들려준다. 많은 명화들과 작가들의 삶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재미를 담은 책이지만 욕심 많은 저자는 문학과 철학 이야기도 들려주고 있어서 읽는 재미를 배가 시켜주고 있다. 거기에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특별함이 흥미를 더해준다. 명화의 출처에 '저자가 그린 모작'이란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처음이다. 저자의 모작으로 명화를 접하는 것은. 정말 매력이 넘치는 책이다.

피카소에게 많은 영향을 준 앙리 루소의 작품<꿈>이 1장 인생은 항해와 같다의 시작을 맡고 이 책의 첫 작품으로 등장한다. 많은 작품들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보여주면서 2장에서는 역경의 아이콘으로 불리지만 극복의 아이콘으로도 불리는 용기 있는 여성 화가의 대표 프라다 칼로의 기구한 삶을 <벨벳 드레스를 입은 자화상>과 함께 만날 수 있다.

3장에서는 철학자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담고 있는 '낙타·사자 그리고 어린아이'로 표현한 인간의 정신에 대한 철학을 들려준다. 4장에서는 저자가 두 아이의 아빠이자 자신의 사별한 남편에게 쓴 편지가 인상 깊었다. 많은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자신이 고립감과 우울 그리고 외로움을 어떻게 떨쳐냈는지를 정말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어서 공감을 피할 수 없게 만드는 책이다.


누군가의 아픔을,슬픔을 달래주고 싶다면 이 책을 선물하기 바란다. '나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충전시켜줄 것이다.



"매일경제신문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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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따위 필요 없어 특서 청소년문학 33
탁경은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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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소설 『싸이퍼』사계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탁경은 작가의 새로운 상상력을 만나본다.《소원 따위 필요 없어》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누구보다 '소원'이 필요한 아이들이다. 병원에 입원해있는, 아픈 아이들보다 더 간절한 소원을 가진 이들은 드물것 같다. 빨리 퇴원해서 자신들이 해보고 싶은 많은 것들을 해야할 열여섯살의 아이들. 그들이 주인공이고 배경은 병원이다. 그런데 이 병원에는 미래의 도시 '샤이어'로 통하는 문이 있다. 그 문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해줄수 있을까?


단역 배우 민아는 혈액암으로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그런데 한눈에 봐도 꾀병으로 보이는 혜주가 또 입원했고 그렇게 둘은 서로 알아가는 사이가 된다. 거기에 이 소설에서 가장 안타까운 동수는 하반신이 마비되어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휠체어에 앉아 작은 어린이 시선의 높이로 세상을 보던 동수는 미래 도시 샤이어에 갈 수 있는 문을 보게 되고 그렇게 세친구는 샤이어에 가게된다.


p.178. "연기할 때 난 살아 있다는 걸 느끼거든. 그래서 강해지거든."


p.179. 나는 언제 강해지는가? 언제 살아있다고 느끼는가?


샤이어에서는 로봇다리로 걸을 수 있고, 암은 이미 정복된 질병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또 공부 스트레스는 받지않아도 된다. 열여섯살 혜주도 직업을 갖고 혼자서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곳이다. 혜주는 좋아했고, 민아는 우려했고, 걸을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인데도 동수는 아주 꺼려했다. 세 친구의 미래 여행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세 친구 중 한 명을 선택해서 따라가보면 좋을 것 같다. 내가 혜주라면, 내가 동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p.200. 더는 소원 따위 필요 없다는 것을. 소원을 간절히 비는 대신 하루하루 더 치열하고 즐겁게 살아가련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뜨겁게 눈을 마주치고 손을 마주 잡으면서.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잡게된다면 당연히 확실하게 꼭 잡아야할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던진 조건에는 누구도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동수의 선택도, 혜주의 선택도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래의 도시에서 민아가 만난 친구 현준의 선택도 충분히 가치있는 선택인 것 같다.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은 어쩌면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행복을 '미래'의 행복과 바꾸고 오늘도 학원에 있을 아이들에게 오늘의 행복을 찾아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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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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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야비 작가의《악의 유전학》'프롤로그' 인간 백정에서 만난 '무표정한 사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에필로그' "너는 사제가 되어야 했어"에서 만나게 되는 '기적의 케케'의 외아들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결과적으로 케케의 외아들이 무표정한 사내가 동일 인물인 것은 맞지만 이야기의 시작에서 만난 무표정한 사내와 이야기의 마무리에서 알게 된 사내의 모습은 너무나 다르다. 사회적인 위치에서 너무나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이렇게 커다란 역사를 담아낸 작가의 능력이 놀랍기만 하다.


"저는 본 걸 믿지만, 바보들은 믿는 걸 봐요."


이야기는 러시아 혁명전 황제가 지배하던 러시아의 변방 마을에서 시작된다. 은행을 터는 등 악행을 일삼던 '도망자' 아들이 어머니를 찾아온다. 무슨 나쁜 짓을 저질렀는지 또 머나먼 길을 떠난다는 아들에게 어머니 케케는 자신이 살아온 과거사를 들려준다. 그런데 케케의 이야기가 너무나 기가 막혀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케케는 획득 형질 유전에 과한 연구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러시아 황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시작된 연구의 목적이 참 어이가 없다. 영하 50도의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인간 양성.


이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는 리센코 후작과 연구원 바빌로프이다. 두 인물은 러시아 과학사에 다른 형식으로 기록된 인물들이다. 한 명은 과학을 정치에 이용한 파렴치한 과학자이고 한 명은 그에 의해 자리를 빼앗기고 옥사(아사餓死) 한 인물이다. 그런데 이들은 연구한 획득형질유전의 바탕을 '우생학'에 둔다. 추운 물속에서 가장 오래 견딘 남성과 여성을 결혼시킨다.


그래서인지 리센코는 제국주의에 잘못된 명분을 제공한 우생학과 인종 차별, 성차별의 원인을 제공한 잘못된 '통계학'의 거장 프랜시스 골턴에게 자문을 구한다. 통계를 조작하고 열성인자들은 가차 없이 제거하는 사악한 연구를 자행한 것이다.


케케는 한 살 때 바구니에 담겨 얼음 물에 빠지지만 살아남아 '기적의 케케'가 된다. 그리고 그곳에는 케케 같은 어린 고아들이 500명이 있다. 케케의 세상은 리센코가 만들어놓은 울타리 안이 전부였고 다른 아이들도 그랬다. 그렇게 찬물에서 오래 견디는 우수꽝스러운 형질 획득 연구는 아이들이 십대가 되고 임신을 할 수 있을 나이까지 무려 20여 년간 계속된다.


소설의 너무나 많은 부분을 스포 한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너무나 커다란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엄청난 소설이다. 우생학을 다룬 과학 소설로 읽히던 이야기는 어느 순간 러시아 혁명을 다룬 역사 소설로 읽힌다. 그러고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찾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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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상인가 - 평균에 대한 집착이 낳은 오류와 차별들
사라 채니 지음, 이혜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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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시티컬리지런던에서 의학사를 전공하고 역사, 문화, 예술의 관점에서 정신 건강을 탐구하고 있는 사라 채니가 들려주는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를 만나본다. 《나는 정상인가》의 제목이 주는 첫인상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심리학 책 같다. 하지만 표지 그림이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품었던 의문이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p.43. 또다시 순전히 정황 증거에만 기반한 정상성 기준은 뜻하지 않게 누가 가치 있는 인간이고 누가 가치 없는 인간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기준으로 둔갑하게 되었다.


《나는 정상인가》는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정상성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적용되어 왔는가를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2장으로 넘어가게 된다. 정말 흥미롭고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이다. '정상'이라는 표현이 사람에게 사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도 놀라웠고 과학이 인간의 삶을,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가 되는 과정도 놀라웠다. 다윈의 사촌 골턴과 피셔의 우생학이 만든 편견과 오류를 접할 수 있었다.


2장 내 몸은 정상인가부터 7장 사회는 정상인가마음, 성생활(젠더), 감정 그리고 아이들까지 디테일한 부분으로 나누어 정상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전에 읽었던 책에서 통계 오류의 원인으로 지적했던 '위어드WEIRD'를 이 책에서 다시 만났다. 역시 역사를 움직이던 승자(서구 백인 남성)들이 만든 세상이 아직까지 유효한듯하다.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는 무엇일까? 또 그 기준은 누가 정한 것일까? 서구의 Western 교육 수준이 높고Educated 산업화된Industrialised 부유한 Rich 민주주의 체제 Democratic의 구성원들이 만든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한다는 것이 타당할까?


저자는 처음 시작부터 빗나간 '정상성'이 초래한 계급 간 갈등, 인종 차별, 성별 차별 그리고 젠더 문제 등을 촘촘하게 분야별로 다루고 있다. 저자 자신의 경험담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허구에 가까운 정상성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책의 뒤편에 보여주고 있는 정상성에 관한 연구에 사용되었던 실제 '질문지'를 통해서 본문에서 들려준 이야기를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는 듯하다.


p.159. 비정상적 행동에서 비정상적 인간으로 초점이 이동하는 이런 식의 관점 변화는 정상성의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의 하나다.


정상이 있다면 비정상이 존재하게 된다. 아마도 누군가와, 무엇인가 와의 비교가 만들어낸 허구를 통계라는 이름으로 그렇듯 하게 포장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했던 과학사를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책이다.



"와이즈베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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