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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상인가 - 평균에 대한 집착이 낳은 오류와 차별들
사라 채니 지음, 이혜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8월
평점 :
유니버시티컬리지런던에서 의학사를 전공하고 역사, 문화, 예술의 관점에서 정신 건강을 탐구하고 있는 사라 채니가 들려주는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를 만나본다. 《나는 정상인가》의 제목이 주는 첫인상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심리학 책 같다. 하지만 표지 그림이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품었던 의문이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p.43. 또다시 순전히 정황 증거에만 기반한 정상성 기준은 뜻하지 않게 누가 가치 있는 인간이고 누가 가치 없는 인간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기준으로 둔갑하게 되었다.
《나는 정상인가》는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정상성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적용되어 왔는가를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2장으로 넘어가게 된다. 정말 흥미롭고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이다. '정상'이라는 표현이 사람에게 사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도 놀라웠고 과학이 인간의 삶을,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가 되는 과정도 놀라웠다. 다윈의 사촌 골턴과 피셔의 우생학이 만든 편견과 오류를 접할 수 있었다.
2장 내 몸은 정상인가부터 7장 사회는 정상인가는 마음, 성생활(젠더), 감정 그리고 아이들까지 디테일한 부분으로 나누어 정상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전에 읽었던 책에서 통계 오류의 원인으로 지적했던 '위어드WEIRD'를 이 책에서 다시 만났다. 역시 역사를 움직이던 승자(서구 백인 남성)들이 만든 세상이 아직까지 유효한듯하다.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는 무엇일까? 또 그 기준은 누가 정한 것일까? 서구의 Western 교육 수준이 높고Educated 산업화된Industrialised 부유한 Rich 민주주의 체제 Democratic의 구성원들이 만든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한다는 것이 타당할까?
저자는 처음 시작부터 빗나간 '정상성'이 초래한 계급 간 갈등, 인종 차별, 성별 차별 그리고 젠더 문제 등을 촘촘하게 분야별로 다루고 있다. 저자 자신의 경험담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허구에 가까운 정상성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책의 뒤편에 보여주고 있는 정상성에 관한 연구에 사용되었던 실제 '질문지'를 통해서 본문에서 들려준 이야기를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는 듯하다.
p.159. 비정상적 행동에서 비정상적 인간으로 초점이 이동하는 이런 식의 관점 변화는 정상성의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의 하나다.
정상이 있다면 비정상이 존재하게 된다. 아마도 누군가와, 무엇인가 와의 비교가 만들어낸 허구를 통계라는 이름으로 그렇듯 하게 포장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했던 과학사를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책이다.
"와이즈베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