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임야비 작가의《악의 유전학》'프롤로그' 인간 백정에서 만난 '무표정한 사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에필로그' "너는 사제가 되어야 했어"에서 만나게 되는 '기적의 케케'의 외아들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결과적으로 케케의 외아들이 무표정한 사내가 동일 인물인 것은 맞지만 이야기의 시작에서 만난 무표정한 사내와 이야기의 마무리에서 알게 된 사내의 모습은 너무나 다르다. 사회적인 위치에서 너무나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이렇게 커다란 역사를 담아낸 작가의 능력이 놀랍기만 하다.


"저는 본 걸 믿지만, 바보들은 믿는 걸 봐요."


이야기는 러시아 혁명전 황제가 지배하던 러시아의 변방 마을에서 시작된다. 은행을 터는 등 악행을 일삼던 '도망자' 아들이 어머니를 찾아온다. 무슨 나쁜 짓을 저질렀는지 또 머나먼 길을 떠난다는 아들에게 어머니 케케는 자신이 살아온 과거사를 들려준다. 그런데 케케의 이야기가 너무나 기가 막혀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케케는 획득 형질 유전에 과한 연구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러시아 황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시작된 연구의 목적이 참 어이가 없다. 영하 50도의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인간 양성.


이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는 리센코 후작과 연구원 바빌로프이다. 두 인물은 러시아 과학사에 다른 형식으로 기록된 인물들이다. 한 명은 과학을 정치에 이용한 파렴치한 과학자이고 한 명은 그에 의해 자리를 빼앗기고 옥사(아사餓死) 한 인물이다. 그런데 이들은 연구한 획득형질유전의 바탕을 '우생학'에 둔다. 추운 물속에서 가장 오래 견딘 남성과 여성을 결혼시킨다.


그래서인지 리센코는 제국주의에 잘못된 명분을 제공한 우생학과 인종 차별, 성차별의 원인을 제공한 잘못된 '통계학'의 거장 프랜시스 골턴에게 자문을 구한다. 통계를 조작하고 열성인자들은 가차 없이 제거하는 사악한 연구를 자행한 것이다.


케케는 한 살 때 바구니에 담겨 얼음 물에 빠지지만 살아남아 '기적의 케케'가 된다. 그리고 그곳에는 케케 같은 어린 고아들이 500명이 있다. 케케의 세상은 리센코가 만들어놓은 울타리 안이 전부였고 다른 아이들도 그랬다. 그렇게 찬물에서 오래 견디는 우수꽝스러운 형질 획득 연구는 아이들이 십대가 되고 임신을 할 수 있을 나이까지 무려 20여 년간 계속된다.


소설의 너무나 많은 부분을 스포 한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너무나 커다란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엄청난 소설이다. 우생학을 다룬 과학 소설로 읽히던 이야기는 어느 순간 러시아 혁명을 다룬 역사 소설로 읽힌다. 그러고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찾아보게 한다.



"쌤앤파커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