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수련의 길잡이 - 아름답고 조화로운 삶을 위하여 호흡을 잘해야 한다
유인학 지음 / 기린원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국선도도 해 봤고, 단학선원도 다녀봤다. 요가도 8년 했다. 뭔가 있는 듯 해서 그랬다. 분명 뭔가 있긴 있는데, 나는 둔해서 모르겠다. 암튼 그래도 그런 곳에 다닐 때 몸은 좋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이제 이 책을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나는 건강하고 싶은 욕심, 그리고 그 건강을 바탕으로 세상 명예를 얻기 위해 부지런히 뛰었다. 마음 수련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였나, 오히려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때도 많았다. 이 책에서도 말하지만 집중이 중요하긴 한데, 마음이 어두운 사람이 집중을 잘하면 오히려 부정적인 힘만 커진다고 했다. 그러다가 사단이 나기도 했다.

우연한 기회에 잡은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선배가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 간단히 얘기해 줬다. 국어 교사 출신이고 민주화운동을 했고, 그러다가 수도하면서 많은 사람을 살렸다고. 그래서 저자의 이름을 놓고 인터넷 서점을 뒤졌더니 이 책이 걸렸다. 그래, 예전에 호흡수련도 해 봤는데, 제대로 못했고, 그러니 이 책을 사서 한 번 보자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호흡수련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와 닿지가 않았다. 이건 구체적으로 몸으로 수련을 하면서 배워야 할 내용이지 책만 읽어서 될 것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았다. 그러나 중간 중간에 메시지는 참으로 좋았다. 단전호흡할 때 '마음과 생각을 쉬어야' 한다는 점. 나는 욕심을 부리며 했었다. 그날 하루의 일을 계획하고 번잡하게 머리를 굴리면서 숨을 쉬었다. 그랬으니 될 리가 없지. '머리에 번거로운 잡념이 맴돌고, 가슴에 응어리진 감정이 무겁게 자리잡으면 우주 기운의 통로가 막힌다'고 한다. 그러니 우선 머리를 맑게 비우고, 가슴을 하늘처럼 활짝 여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호흡에 집중하라고 한다.

그리고 또 중요한 이야기가 나온다. 강제로 배꼽까지 숨을 끌어내리려고 힘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이것도 주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제로 숨을 끌어내려 부작용만 낳았다. 자연스러워야 했는데. 편안하게 배꼽 일대를 생각해 주기만 해도 된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어떤 일을 하든 숨을 편안히 쉬면서 하라고 말한다. 또 숨을 풍부하게 들이마시는 것보다 편안하게 고요하고 깊게 마시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본래 수행은 버리기 위한 것이지, 쌓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정 반대의 수련을 했었다. 그래서 부작용을 키웠던 것이다.

남을 이기려는 마음이 없어지고 낮아지는 게 아주 평화롭게 된다고 한다. 그랬어야 하는데 나는 그러질 못했다. 보통 나를 텅 비운 사람은 낮아지는 걸 좋아한다. 스스로 낮아지고 작아지는 삶. 성경에서도 강조한 삶이다.

먹을 때도 이런 자세를 가져야 만물이 다 고맙게 다가온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마음도 몸과 같아서 자주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마음, 평화로운 마음, 자유로운 마음을 자꾸 가지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고, 이건 성경에서 강조하는 이야기다. 원망하고 미워할 만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자 아주 큰 평화의 기운, 사랑의 기운이 뿜어 나오게 된다고 한다. 이건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면 부정적인 기운이 나오고 그 기운은 그 상대뿐만 아니라 나도 다치게 한다. 반면 그런 사람일지라도 내가 마음으로 사랑하면 그 사랑의 기운이 전달되어서 그도 나에게 그런 기운을 보내준다. 몇 번 실습해 보면 이는 바로 증명된다. 그러니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결국 내게 이로운 일이다.

잠도 충분히 자라고 한다. 잠이 보약이라는 것이다. 9시에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럴 수만 있으면 좋겠다. 또 과식의 해악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나 역시 요즘 이것을 절감한다. 그래서 가급적 소식을 실천하고 있다. 몸이 확실히 편하다.

호흡에 있어서 집중은 중요하지만 마음이 어두운 상태에서 집중을 잘하면 문제가 된다. 욕심만 커지고, 남에게 군림하려고 들고, 우주의 어두운 기운을 더 받게 되어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비우라는 것이다. 수련의 테크닉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 닦기다. 그게 근본이다. 이런, 이제라도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나 진짜 수련을 해 봤으면 좋겠다. 하긴 이 책을 통해 그저 마음 넉넉히 낮추는 마음이라도 한 번 더 고민하게 된 것만도 수확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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