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
박상진 지음 / 김영사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나무를 보며 역사를 읽다

박상진, <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 김영사, 2004.



올해 2월 말일부터 목공을 배우고 있다. 언젠가 돌아갈 땅에서 자연을 벗삼아 살기 위함이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가급적 자급자족해야 한다. 그게 자본을 넘어서는 삶이며, 대안적 삶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배우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모공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무에 관심이 많이 간다. 물론 역사 공부는 내 삶의 본령이다. 그런데 그 두 가지가 결합된 책을 보게 되었다.
우리 역사 속에 등장하는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다. 전문성이 있다. 임산공학과 교수다. 평생 나무를 연구한 자연과학도다. 현미경으로 나무 세포를 들여다보고 이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바로 알아 맞춘다. 그런데 자연과학도가 역사라는 인문학에도 능통하다. 아니 그러기에 인문학자들이 해결해내고 있지 못한 유물의 편년을 컴퓨터 같이 알아 맞춘다.
그러면서도 문체가 상당히 대중적이다. 저자 소개로만 볼 때는 딱딱한 학자풍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법 농담도 집어넣고, 1963년 대학 졸업이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최신 유행어까지 구사하고 있다. 그래서 부담 없이 읽었다.
고목들을 보면 속이 썩어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것을 보며 늘 불안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한다. 어차피 나무는 껍질 안 쪽 10cm 가량만이 온전히 세포가 살아 있다고 한다. 가운데는 썩어 없어져도 전혀 지장이 없다는 말이다.
임진왜란에서 우리 수군이 일본군 선단을 격파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도 그의 해석은 새롭다. 단지 훌륭한 장수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선의 재질 차이라고 한다. 일본은 삼나무가 잘 자란다. 그래서 그 삼나무로 배를 만든다. 하지만 조선은 소나무다. 소나무는 아주 단단하다. 그래서 거북선의 박치기 전술이 통했다는 것이다. 나도 요즘 목공을 해서 아는데 삼나무는 아주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무른 것이 흠이다.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 재질이 느티나무라는 것도 새로 알았다. 그냥 알기만 한 게 아니라 괜히 기뻤다. 그 나무는 흔히 괴목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제주도에서는 굴무기라고 불린다. 제주사람들은 이 굴무기를 많이 활용했다. 그래서 반가웠다. 무량수전만이 아니다. 천마총의 목관, 화엄사 및 통도사의 대웅전, 해인사의 수다라장과 법보전의 기둥이 다 굴무기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상식을 새로 알았다. 물론 기억하기는 버겁다. 워낙 나무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다. 근데 그 와중에 하나 재미있었던 것. 농촌에 가다보면 전봇대 줄에 웬 플라스틱 고깔이 씌워진 걸 보게 된다. 칡덩굴이 타고 올라가지 못하게 막는 장치라는 것이다. 나도 예전에 이걸 본 적이 있는데, 많이 궁금했었다.
어쨌거나 나중에 느티나무를 좀 심어야겠다는 생각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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