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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위로 -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강세형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평점 :
인스타그램의 너 댓 문장을 짜집기해놓은듯한 에세이부터
엄청난 공감과 위로를 받는 에세이까지
에세이 책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출간된다.
에세이 장르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기에 나도 자주 에세이 책을 읽곤했는데
언제부턴가 너무 가벼운 문장들과 짜집기같은 느낌을 받아서
이제는 예전만큼 많이 읽지는 않는다.
나의 이런 마음가짐에도 불구하고
3년만에 돌아온 강세형 작가님의 책은 또 한번 마음을 건드렸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왜 강세형 작가님의 글에는 울컥함이 있고, 감동이 있고,
위로가 있고, 공감이 있는 것일까?
담백한 문장과 솔직한 이야기,
대놓고 "위로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
자연스럽게 잘 읽히는 문장력때문일까?
이 책의 글도 그랬다.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았고, 대놓고 위로하지 않았다.
'힘내라'라고 부담주지 않았고, '잘하고 있다'라고 막연히 말하지 않았다.
나도 처음 들어본 "베체트"라는 염증 관련 병.
처음에는 이유도 모른 채 엄청 아파서 얼마나 몸과 마음이 고통스러웠을까?
건강을 챙기지 않은 부주의라고 가볍게 여기던 사람들.
그 때 "베체트"라는 희귀병이라고 진단해주며 몸 속에 그게 있어서 그런거라며 말해준 의사.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는 그 느낌이 드는 순간 희귀병임에도 좋았다던 작가님.
'사는게 참 힘들죠? 당신 잘못이 아니예요' 아마도 제일 처음 나오는 이 글을 통해서,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마음을 이렇게 전하고 싶으셨나보다.
그리고 나도 그 마음이 뭔지 느낄 수 있었고, 그 한 문장으로 이 책이 얼마나 위로가 될 지 알 수 있었다.
집에 있기 좋아하는 외톨이라 비슷한 성향의 친구 몇 명만 있다는 작가님.
남들에게 뭔가 고민을 말할라치면 처음에는 공감하는 것 처럼 "나도 그래, 나도 그래" 하다가
어느새 '그래도 너는"이라고 말이 바뀌면서 자신의 입장만 말하는 사람들.
맞다. 꼭 그런사람이 있다.
도와달라는 말을 잘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의 모습이 떠올라 공감하면서도 울컥했고,
어느집이나 비슷할 것 같은 딸과 엄마와의 이야기에도 눈시울이 붉어져서 혼났다.
혼자 사는 딸에게 자꾸 많은 음식을 안기는 엄마, 매번 그러지 말라며 핀잔하는 딸.
딸의 불안정한 직업을 못마땅해하는 엄마, 그런 엄마가 서운한 딸.
그러다 엄마에게 버럭하며 내뱉은 한 문장이 끝내 나를 울려버렸다.
'생각이 너무 많고, 게으르면서 부지런한' 작가님의 소중한 친구들이야기는 웃음이 나기도 했고,
생존 본능으로 키우기 시작한 식물관련 이야기는 부러워서 나도 키워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했다.
무엇보다 작가님의 마음이 동했던 이야기들이 나도 똑같이 마음을 동하게 만들어서
더 공감하고 좋았던 것 같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날 어떤 곳에서 느꼈던 감정,
어느 것을 보고 느꼈던 감정등이 고스란히 다 느껴지니 참 좋았다.
내가 느끼는 마음들을 글로 표현하기 참 힘든데, 작가님의 글을 읽다보면 '이런 마음이겠구나,
이런 마음이였구나'라는 것들이 느껴져서 너무 대단하다.
버티고 버텨서 한 고비 넘어간 것 같은데, 또 어떤 일이 벌어지고 벌어지고,
정말 하늘에서 누군가 "너 한번 죽어봐라"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한다.
그럴 때 '네가 노력을 안해서 그래, 조금만 더 노력해봐' 이런 말도 안되는 공허한 위로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의 제목처럼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갑자기 훅 찾아오는.
그래서 나도 모르게 위로가 되는.
"희한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