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눈부신 유년시절

나의 눈부신 친구 ㅣ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나폴리 4부작' 워낙 유명하고, 추천도 많이 받은 책인데 이제서야 1권을 읽었다.

'릴라'는 과연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도입부가 현재의 시점으로 시작하는데 어느정도 나이를 먹은 '릴라'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림이 죽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을까?

과연 '릴라'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갑자기 사라진 '릴라'를 회상하는 '레누'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레누'는 '릴라'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다.

서로에게 친밀한 존재이고 단짝친구이지만, 미묘한 경쟁심리도 자주 보인다.

서로의 행복을 바라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뒤처질까봐 두려워한다.

'레누'는 중학교에 진학하지만 '릴라'는 집안 형편상 진학하지 못하고 아버지 구둣방에서 일하게 된다.

똑똑한 경쟁자 '릴라'가 없으니 '레누'는 자신이 1등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그 상황을 '릴라'에게 은근히 티내고 자랑하기도 한다.

어린나이지만 '레누'는 자신의 소중한 인형을 잃어버린 눈앞의 고통보다

앞으로 '릴라'를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고통을 더 두려워한다.

'레누'는 정말 일거수일투족이 '릴라'에게 맞춰진 느낌이다.

'릴라'에 대한 동경, 질투, 우정등이 함께 어우러진 그녀.

학생의 삶을 살아가는 '레누'와 구둣방에서 일을 하는 '릴라'는 계속해서 우정을 쌓아나가고

조금씩 자란 그녀들은 사랑도 하게 되고, 그 느낌을 또 서로에게 자랑하기도 한다.

'릴라'와 '레누'의 유년기부터 사춘기까지의 삶을 들려주는 이야기는

때로는 시시콜콜한 것부터, 때로는 세심한 감정까지 끌어가고 있는데

그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사춘기 시절이 떠오르며, 그 시절 단짝친구들과의 생활이 생각났다.

'릴라'와 '레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게 때로는 경쟁도 하고, 때로는 친밀하게 지내며 예뻤던 시절.

'레누'는 자신의 별볼일 없는 상황을 싫어하면서도, "릴라"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기원한다.

이른 나이에 결혼한 '릴라', 여전히 학생인 '레누'.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데 앞으로 그녀들의 우정은 어떻게 될까?

'나의 눈부신 친구'라는 제목에 맞게 '레누'에게 눈부신 친구였던 '릴라'.

2권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본 도서는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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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의 재미와 반전의 반전

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표지도 제목도 너무 강렬한 책이다.

그 강렬함 만큼이나 빨려들어가게 만드는 책이다.

어린시절 엄마를 잃고, 아빠마저 뺑소니 사고로 잃은 그녀가 처음으로 마음을 주었던, 남편 '다다토키'.

행복한 결혼생활도 잠시, 남편은 의문의 아파트에서 떨어져서 죽고 만다.

그리고 강력한 용의자 "히데오".

그러나 그는 무혐의로 풀려나고, 그녀는 남편의 복수를 결심한다.

얼굴까지 성형하고 '히데오'를 찾아내 그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하고,

결국 그와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그녀.

무늬는 현모양처 역할을 하며 그의 부인으로 살아가지만,

어떻게든 그에게서 전남편의 살인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남편을 죽인 살인자와 한 집에 살면서 그의 아침을 차려주고, 빨래를 해주는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

정말 그냥 확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순간 순가 들지 않았을까?

이전의 일을 반성한 것인지, 정말 그녀를 사랑하는 것인지

아주 다정한 남편으로 그녀에게 잘해주는 '히데오'.

나도 점점 헷갈리기 시작했다.

정말 '히데오'가 그녀의 전남편을 죽인 범인이 맞는 것인지, 아닌지.

역시 그녀도 점점 그에게 마음을 여는 것처럼 보였고, 어느새 모든 걸 잊고 그냥 살까하는 생각마저 하게된다.

그러나 그 순간 의문의 노트북이 등장하고, 의외의 인물 등장이 충격이였다.

'역시 이렇게 되어버리는 건가', '그가 범인인 건가' 하는 순간 또 하나의 반전 등장.

정말 막바지에 휘몰아치는 반전에 반전에 몰입할 수 밖에 없었고,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얼굴까지 성형하고, 남은 인생을 그 복수를 위해 올인한 것인데

어쩌면 그렇게 허무하고, 안타까울 수 있는지.

자신의 전남편의 복수를 위해서 치가떨리는 온갖것을 이겨냈는데 그 허무한 슬픔은 누구의 잘못일까?

그녀가 조금 더 솔직했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조금 더 치밀했으면 어땠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할 수 밖에 없었고, 한호흡으로 다 읽을만큼 재밌었다.

과연 사람은 어디까지 복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사랑을 위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장르소설의 재미를 느끼면서도 여러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본 도서는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지원받았습니다

서로 이해하고, 서로 견디는 힘

네가 매일 실패해도 함께 갈게 - 우울증을 이해하고 견디기 위한 엄마와 딸의 혈투
최지숙.김서현 지음 / 끌레마 / 2020년 10월

죽음을 생각하면 무섭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소중한 사람들과 더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무섭다.

그래서 기사에서 '자살' 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다가도

'조금 더 힘내서 살아보지'하는 생각을 더 많이 했었다.

아마 당사자가 아니여서 그 고통을 감히 상상할 수 없었기에 가능했던 생각 같다.

그래서 궁금했다

과연 우울증에 걸리면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되고, 또 주변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며,

과연 무엇을 중요시해야하고, 조심해야하는지.

이 책은 우울증에 걸린 딸과 엄마의 이야기다.

청소년기부터 우울증을 겪어온, 지금도 치료중인 대학생 딸과 그 옆에서 함께 견딘 엄마가 함께 쓴 책이다.

엄마가 글을 적었고, 딸은 그런 엄마에게 남기는 마음을 간단한 글과 그림으로 실었다.

사춘기의 심리적 요인때문이였는지, 왕따문제가 이유였는지, 복합적인 이유였는지

아니 어쩌면 특정 이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불안하거나 우울한 감정을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니까.

딸은 그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들때문에 살아가는게 너무나 자신없었고,

엄마는 그런 딸이 처음에는 이해도 안되고, 버거웠을 것이다.

딸은 딸대로 여러가지 감정들이나 자신의 상태가 힘들었을 것이고, 그럴때마다 부딪히는 가족들에게 미안했을 것이고,

엄마는 엄마대로 한 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힘들었을 것이고, 또 그럴 때 딸과 부딪히는 것들이 미안하고 아팠을 것이다.

전부를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는 가족이 있다는 건 정말 너무 힘들 것 같다.

매 순간이 불안할 것이고, 감정 조절도 잘해야하는데 사람인지라 그게 제대로 안되고 폭발할때도 있지 않겠는가?

엄마에게 미안하고, 그런 자신이 답답한 딸은 없어지면 가족이 편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머리로는 잘 알아도,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마음의 병이란 것이 참 할말이 없게 만든다.

서로를 이해하고 견디기 위한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참 아팠겠구나 싶고, 정말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다 그만두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서로를 잡아주고, 견디고, 함께해서 지금은 다행히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

딸이 엄마에게 자신을 계속 잡아주어서,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할 때는 마음이 아렸다.

우울증에 걸린 모든 사람들과 가족들이 그들처럼 하는 것이 꼭 정답은 아닐 것이다.

서로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그들이 했던 방법들이 조금은 공감되 되고, 도움도 되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건 대화,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혼자서 상대방의 마음을 오해하고, 상처받고 그러지말고

가급적 꾸준히, 자주,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매일 실패해서 미안하다는 딸,

매일 실패해도 함께 갈꺼라는 엄마.

모녀의 여정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이제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으니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00자평] 아르미안의 네 딸들 1~20 세트 - 전20권

아르미안의 네 딸들 레트로판 1~20 세트 - 전20권 - RETRO PAN
신일숙 지음 / 거북이북스 / 2021년 1월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이 드디어 나오는군요~
이 책응 읽고 싶어도 읽지 못했는데 정말 너무 신나고 기대됩니다.
아르미안의 네딸들의 명성!!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요 ^^

방구석에서 떠나는 멋진 미술 여행

방구석 미술관 2 : 한국 -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 ㅣ 방구석 미술관 2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11월

일단 시작부터 별5개 꽝꽝 주고 시작.

"방구석 미술관 1"을 너무 재밌게 읽어서 2탄도 나왔으면 좋겠다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짜 2편이 나왔다. 그것도 "한국 편".

미술에서 학문적인 인상주의, 추상주의, 낭만주의, 현실주의 이런거 하나도 모르지만

그냥 그림 보는 거 자체가 즐겁다.

좀 더 나아간다면 그림 속에 숨겨진 비하인드 이야기를 알게되면 더 재밌다.

더 나아가 그 그림이 그려졌던 환경이나 작가의 삶까지 알게되면 더 감동적이고 재밌다.

이 모든 재미가 전부 담겨 있는 책이 바로 "방구석 미술관 2"이다.

10명의 화가가 등장하는데 이름만 들어본 화가도 있고,

전시회를 갔었던 화가도 있고, 전혀 몰랐던 화가도 있었다.

소하면 떠오르는 화가 "이중섭", 최초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한국에서 가장 비싸게 그림이 팔린 화가 "김환기", 여인상 화가 "천경자",

비디오 아트하면 떠오르는 "백남준"을 비롯해서

화가 "이응노", "유영국", "장욱진", "박수근", "이우환"이 주인공이다.

이 책의 큰 장점은 시작을 고리타분하고 어렵게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가 언제 태어났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무슨 공부를 했고, 어떤 그림을 그렸는데

어떻게되고등등 이런식의 전개는 자칫 흥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초반에 화가의 얼굴을 딱 보여주고, 화두를 던져준다.

'화가 이중섭에게 두 개의 사랑이 있었다?', '신여성 나혜석은 인생의 황금기에 미스터리한 자화상을 남겼다?',

'화가 유영국은 시대가 낳은 사업 천재?', '천경자 화가는 알고보니 X를 그려야 살 수 있었다?'처럼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마치 스토리텔링을 하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야기속에 화가의 삶이 나오고, 그림이 등장하고, 그림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오고,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울 수 밖에 없는 화가의 삶이 이어지고, 또 그림이 나온다.

그냥 봤을 때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더 나아가 작가의 삶을 알게되니

너무 감동적이고 애틋하고, 뭉클하기도 했다.

아마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이라는 환경속에 자신들의 예술을 피우기 위해 노력했던

그들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너무 대단했던 화가들인데 가난에 찌들려서 굶기도 하고,

일제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잠시 붓을 내려놓기도 했고,

그림 빼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던 무소유의 삶처럼 살기도 했고,

나라의 상황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살기도 했다.

말년에 무연고자로 죽었거나 외롭게 쓸쓸이 죽어갔던 화가들을 보니 시대상이 더 안타까웠고,

그 과정에서 그들의 많은 작품들이 없어져서 또 안타까웠다.

이 멋진 화가들이 그 시절이 아니라 조금 더 편안한 시대를 겪었다면

얼마나 더 멋진 작품들이 지금까지 많이 남아있을까?

화가 이중섭의 "소"에 대한 그림들은 정말 다시 봐도 우리 민족의 힘과 슬픔이 느껴져서 좋았고,

능력이 너무 많고 뛰어났던 "나혜석"에게 그런 비밀스런 삶이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에 놀랐고,

어떻게 그렇게 무소유의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싶었던 화가 "장욱진"은 대단해 보였고,

화가 '김환기'의 그림은 다시 봐도 억소리가 나고,

서민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그림에 가득 담긴 화가 '박수근'은 괜히 더 정감있게 보였고,

하나의 스타일도 어려운데 여러가지 스타일을 보여줬던 화가 '이응노'도 대단했다.

확실히 유명한 서양화가들의 이야기도 좋지만,

한국 현대화가들의 그림들이 그 시대를 알기에 조금 더 절실하게 느껴지고, 공감되었다.

그림이 많이 있는 것은 기본이고, 깔끔한 구성과 잘 읽히는 편안한 문장이 좋다.

미술에 "미"자를 몰라도 좋고, 화가들의 이름만 들어봤다해도 좋고, 화가들을 전혀 몰라도 좋고,

화가들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다해도 좋다.

어느 누가 읽어도 편안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10명의 예술가들에 대해서 앞으로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될 것 같고, 조금 더 궁금해졌다.

그리고 나는 또 '방구석 미술관 3'을 애타게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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