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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마 이야기
나카무라 후미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얼핏 "엄마이야기"로 잘못 읽고는 다시 제대로 된 제목을 읽고나서 피식 웃음을 날렸던 책이다.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한채 '염마라는 사람의 이야기인가보다'라는 추측으로 시작했다.
자객이였던 아마네는 우연한 기회에 손에 신귀가 담긴 문신을 새기게 되면서
불로불사의 몸이 되고, 또 문신을 배워 문신사로 살아가게된다.
불로불사의 몸이 되면서 염마라는 이름으로 살게 되고, 본인도 신귀가 담긴 문신을 새길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처음엔 유한한 생명이 무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또 다른 사람도 그렇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생각에 부러운 마음이였다.
누구나 한번쯤은 죽는다지만 당장 죽음을 생각하면 두렵고, 누구나 나이를 먹어 주름이 생기고,
노인이 된다지만 청춘에 대한 동경심은 항상 남게 된다.
염마는 청춘의 나이로 그대로 죽지 않고 살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을까.
영원히 살래, 언젠가는 죽을래 한다면 당연히 영원히 살래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무한한 삶이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였다.
염마를 뺀 주위의 사람은 모두 나이를 먹고, 인생의 흐름대로 살아가고 있는데 염마는 항상 제자리인 것이다.
염마 옆에서 처음에는 여동생으로, 그 다음엔 누나로, 어머니로, 할머니로 살아야 했던 나쓰.
염마에 대한 나쓰의 사랑은 그렇게 옆에서 안타깝게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쓰도 진작에 염마가 자신처럼 만들어주었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나와 같은 생각으로 전쟁터에 나가는 한 소년을 죽지 않게 만들어준 염마는 곧 후회하게 된다.
너무나 고통스럽게 사지가 찢겨졌는데도 죽지 못하고 숨만 쉬고 있는 소년을 보면서
염마는 그 소년의 손에 새겨준 신귀가 담긴 문신을 지워주고 조용히 보내준다.
1859년부터 1945년까지 오랜 시간, 여러가지 사건동안 스무살 초반의 염마를 그리면서
주변의 모든 상황은 변하지만 그대로인 염마가, 그의 신귀가 담긴 문신이 오히려 점점 마음이 아팠다.
그와 똑같은 능력을 가진 또 다른 사람과의 마지막 혈투에서는 잔인한 묘사가 계속되면서
결말이 어떻게 날지 긴장감이 최고였다.
긴장감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평생을 염마곁에 있으면서 마음한번 표현 못하고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
염마를 떠난 나쓰의 편지때문에 눈시울을 붉혀야만 했다.
동생, 누나, 어머니, 할머니가 되어서도 끝까지 염마에게 여자이고 싶었던 나쓰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 서로 다른 인생의 흐름때문에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느껴져서 나도 함께 아팠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속도감과 여러가지 사건이 주는 흥미로움에 지루할 새도 없이
단숨에 읽어버렸던 것 같다.
읽는 재미도 있고, 여운도 있고, 역시 추천받을 만한 책이다.
'안 죽고 계속 살면 좋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초반느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다시 한번 느꼈다.
처음엔 불로불사인 염마가 부러웠지만 이제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평범한 아마네로 돌아와주었으면 좋겠다.
지금쯤 할머니가 되어버린 나쓰옆에서 스무살 초반인 아마네는 그의 마음을 전하고 있겠지